"돌, 흙, 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이 세상에 사람이 없다면 건축 또한 있을 수 없다. 사람은 자연의 요소 안에서 살고 있으며, 그 점에 감사해야 한다. 돌과 흙은 하나임과 동시에 둘이다. 돌은 세월의 흐름 속에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흙은 불에 구워지면 예전에 단단한 돌이었듯이 또다시 돌처럼 단단해진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리고 돌이든 흙이든 결국은 모두 화석으로 변할 것이다."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마침내 그 집에 살았던 사람 또한 흙으로, 돌로 돌아가게 된다.
책이 설명하는, 이 잔잔하고 담담한, 동양철학과 건축의 본질, 우리의 전통 건축문화로 연결되는 돌과 흙과 나무와 사람으로 연결되는 조화롭고 순환론적인 사유체계가 이 문장을 통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
얼마 전 감수자 한동수 교수의 특강을 통해 이 책을 알게됐다. 퇴근길에 주문해 다음 날 받아보곤 그대로 읽어내렸다. 책은 본래 '우리 집은 자금성에'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2010년 출간됐고 한국에는 2014년 번역됐다. 왜 이토록 아름답고 철학적인 책이 묻히고 말았을까. 동화책처럼 간단해 보여서였을까. 책은 글도 좋고 그림도 좋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낸 동양건축문화의 본질은 지극히 아름답다. 더불어 친절하기까지 하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해서일까. 동양의 자연과 정신, 서양의 근대 학문적 방법론이 충실히 묻어난다.
감히 내 식으로 설명하자면 인간은 본래 나무 위에서 살았다. 그러다 팔도 짧고 몸도 무거워 원숭이에게 밀려 땅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땅은 위험투성이였다. 밤마다 다시 나무로 올라갔다. 그래서 나무 위에 지은 집이 먼저였을 것이다. 그 다음엔 구멍을 파고 그 위에 지붕을 씌운 요즘 설명으로 '반지하'토굴 같은 데서 살게됐다.
다시 저자의 설명을 끌어오자면 집에 대한 중국의 단어는 소혈(巢穴)이다. 글자의 순서가 소가 먼저고 혈이 나중이다. 나무 위의 집이 먼저고 인공동굴이 나중이라는 의미라는 것.
"옛사람들은 줄곧 돌과 흙 그리고 나무 안에서 생활했다. 설령 황제라 하더라도 단지 가장 좋은 돌과 흙, 나무 안에 살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땅에 심어 거둔 재료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햇빛이 비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간을 만들었다. 따뜻함과 안전 그리고 행복은 언제나 땅에서 거둔 재료 안에 있었다."
우리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이 책을 모델 삼았으면 좋겠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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