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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 근거는 '시장님 뜻'?..."진영논리 빠진 오세훈, 서울시 정치도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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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 근거는 '시장님 뜻'?..."진영논리 빠진 오세훈, 서울시 정치도구화"

전국 1170여개 단체들, 오 시장의 예산삭감과 시민단체 폄훼 중단 촉구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다."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3일 '민간위탁·민간보조 관련 서울시 바로세우기-비정상의 정상화' 브리핑에서 마을공동체, 사회투자기금, NPO 지원센터, 사회주택 등의 사업을 시행한 시민사회단체를 겨냥해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이 언급한 사업들은 박원순 전 시장 임기에 진행된 사업들이다.

이러한 오 시장의 발언은 2022년 서울시 예산안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오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 원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예산안에서 오 시장이 언급한 민간위탁사업 등 박 전 시장 임기에 진행된 사업들은 46.5% 삭감된 832억 원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전국 1170여개 시민지역사회단체들은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일방적인 예산삭감 중단과 시민사회단체 폄훼 중단을 촉구했다.

▲ 전국 1170여개 시민지역사회단체들은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오세훈 시장의 거친 비판과 폄훼는 심각한 퇴행"

시민단체들은 오 시장의 취임 7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시와 시민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난 9월 13일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를 '다단계 조직'에 비유하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ATM기'라고 한 발언은 시민단체를 폄훼하는 거친 비난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시대, 지역, 이념적 갈등이 커지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회문제들이 등장했다"며 "이에 시민사회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민관협력의 거버넌스를 구축했다"고 밝히며 이는 시대적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서울시와 민간 전문가 그룹, 중간지원조직,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한 점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이들은 "그러나 최근 오 시장의 다단계, ATM 등의 거친 비판과 폄훼는 민간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발전이라는 전 지구적 거버넌스 흐름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퇴행"이라고 규정하며 "시민사회단체들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려는 정당하지 못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참여와 시민사회활성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민관이 공동으로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수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급변하는 행정 환경과 지속되는 경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활성화가 실제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지원하는 서울시의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민관이 공동의 경험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고 신뢰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예산, 오 시장 호불호에 따른 기준만 있을 뿐"

이들은 2022년 서울시 예산안을 두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일 발표된 대폭 삭감된 민간위탁기관 등 시민사회 조직 관련 예산들은 사전협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근거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예산 삭감 근거를 요구하는 질의에 서울시는 '시장님 뜻'이라고만 할 뿐"이라며 "서울시가 규정한 절차와 지침에 근거해 시행되었고, 공증된 협약서가 존재하지만 서울시는 예산 삭감을 넘어 인원감축까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협약 위반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오 시장은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경실련과 정책협약서에 동의했던 '시민사회활성화 기본계획 이행을 위한 시민사회 전담부서 지정, 서울 5개 권역 NPO지원센터 설립, 비영리 일자리 지원과 주민‧시민의 공익활동 참여촉진을 위한 권역별 NPO입주협업공간 조성' 등의 공약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1일 발표된 서울시 2022년 예산안대로 되면 위탁사업비의 50%, 일자리의 30~60%가 감축된다. 이들은 "그러면서 오 시장은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해 '예산과 돈을 얼마든지 써도 좋고 수지타산을 안 맞춰도 좋다'고 발언했다"며 "결국, 2022년 예산은 오 시장 호불호에 따른 기준만 있을 뿐 시의 자원배분 원칙과 기준이 없이 편성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료주의로 회귀하려는 반시대주의적 행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혁승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은 오 시장의 행보를 두고 "그간 쌓은 자치기반을 무너뜨리고 관료주의로 회귀하려는 반시대주의적 행보"라며 "이념 프레임으로 자신의 정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 이사장은 "오 시장이 서울시를 정치도구화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폭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총장은 "진영논리에 빠진 오 시장의 숨길 수 없는 적대감이 안타깝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당내 입지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생각이 다르다 해도 품격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도둑이 아니다. 박봉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ATM기', '주머니쌈짓돈' 같은 표현을 사용해 저주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매우 불행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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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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