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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가르치면 교사 면허 정지? 美서 관련 법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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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가르치면 교사 면허 정지? 美서 관련 법 소송 제기

"대학교까지 비판 교육 금지...학생과 교육자 권리 침해"...연방법원 누구 손 들어줄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정치적 목소리가 커진 극우세력에서 집중하는 이슈 중 하나가 '역사 교육'이다. 공화당이 주지사와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레드 스테이트'들에서 지난 여름 소위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에 대한 반발로 비판적 역사 교육을 금지하는 법(Anti Critical Race Theory)이 속속 만들어졌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에 대한 교육을 제약하는 법안(H.B. 1775)을 아이다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통과시켰다. 오클라호마주 이후 6개의 '레드 스테이트'에서 유사한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교사는 수업 시간에 미국 역사 뿐 아니라 현재의 사회 문제에 대한 수업을 할때 어느 한 쪽의 입장이나 시각만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또 "교사들은 개별 학생이 자신의 인종이나 성별에 기인해 불편함, 죄책감, 분노, 혹은 다른 종류의 심리적인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사한 법안이 통과된 텍사스주에서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에 대한 수업에서 어떻게 인종학살의 긍정적인 측면을 얘기할 수 있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또 이들 법안에 따르면,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문제인 백인에 의한 흑인, 아메리카 원주민, 아시안 등 유색인종 학살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도덕적인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

오클라호마주는 '털사 인종 대학살(Tulsa Race Massacre)'이 발생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관련 법은 더욱 문제적이다. 털사 대학살은 1921년 백인들의 공격으로 '블랙 월스트리트'라고 불리던 털사 그린우드에서 1200여 채 이상의 건물이 불타고 약탈을 당했을 뿐 아니라 300명 이상의 흑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처럼 끔찍한 인종 대학살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흑인들의 탄압하고 차별하는 미국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주가 1997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4년간의 조사를 거쳐 2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나서야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오클라호마주의 반(反) 인종 차별 교육 법안에 따르면, 털사 대학살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에도 제약이 생긴다.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ACLU)과 시민 권리를 위한 변호사 위원회(Lawyer’s Committee for Civil Rights Under Law) 등은 19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오클라호마주의 이 법안이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에 따른 학생들과 교육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공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고 교사들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문제제기했다.

오클라호마 교육위원회는 지난 7월 중순 이 법을 구체적으로 개별 학교에서 어떻게 준수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행정지침을 통과시켰다. 이 지침에 따르면, 교사들은 금지된 개념들 중 하나라도 가르칠 경우 교사 면허가 정지되고, 해당 학교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학부모들과 시민들은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교사들을 고발할 권한을 가진다. 소송을 제기한 ACLU에 따르면, 일부 학군에서는 "다양성(diversity)", '백인 특권(white privilege)" 등을 포함한 관련 용어 사용 자체를 금지했다.

이번 소송에는 오클라호마 대학교수협회, 오클라호마 흑인 대학생 긴급행동 등도 원고로 참여했는데, 관련 법이 공립 초.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원고들은 "우리는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여성, 성소수자 등의 경험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자유롭고 개방적 교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인종차별, 성차별 관련 교육을 제약하는 레드 스테이드주들이 만든 법안에 이의를 제기한 첫 연방 소송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애리조나주에서는 같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 주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해당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이 승소해 애리조나주 대법원에 항소가 제기된 상태다.

▲비판적 인종 이론(CRT)에 대한 교육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버지니아 학부모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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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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