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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개발공사가 보낸 ‘이상한’ 개인정보제공 요청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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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남개발공사가 보낸 ‘이상한’ 개인정보제공 요청 안내문

산단 편입 토지 소유자들에 특정 감평법인 이메일 주소 담긴 안내장 보내…특혜·법위반 논란

경남도 산하 공기업인 경남개발공사가 공영개발 산업단지 편입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제공 안내문을 둘러싸고 불공정 시비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남개발공사는 “실수였고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전례조차 없었던 일 처리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과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미온적 대처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토지 소유자 개인정보 보내달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상한 안내문’의 배경은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경남도가 지난 2016년 1월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했고, 이듬해 7월 산업단지계획(안) 승인 신청을 거쳐 올해 3월 승인됐다.

▲경남개발공사가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공정과 특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프레시안(김병찬)

함안군 군북면 유현리와 법수면 강주리 일원 81만8215제곱미터(약 24만7510평) 규모에 사업비 2401억 원(용지비 1306억 원, 조성비 888억 원, 기타 비용 20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 12월까지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경남개발공사는 올해 3월 승인 이후 5개월 뒤인 8월 18일자로 보상대상, 열람내용, 이의신청, 보상계획 등이 담긴 ‘보상계획 및 열람 공고’를 냈다. 그리고 이 공고에는 수용되는 토지의 보상비용을 평가하기 위한 감정평가법인 추천 안내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감정평가법인 선정 업체 수는 모두 3곳이다. 사업시행자인 경남개발공사 사장과 시·도지사가 각각 1개 법인씩을 추천해 선정하고,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추천받은 1개 법인이 선정되는 구조이다. 이렇게 선정된 3개 법인이 각각 평가한 토지보상비를 산술평균한 금액이 실제 보상비로 책정돼 토지와 물건 등에 대해 현금으로 보상된다.

▲사업시행자인 경남개발공사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 중인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조감도. ⓒ경남도

논란의 발단은 토지 소유자들이 감정평가법인을 추천하는 과정에 있었다. ‘가칭 함안군북일반산업단지 대책위원장’을 자처한 A 씨가 지난 7월 5일 토지 소유자와 보상수령자들의 이름, 현주소, 전화번호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달라며 정보공개청구서를 경남개발공사에 이메일로 보냈고, 경남개발공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하다는 회신을 회신만료 날짜인 16일에 해당 이메일로 통보했다.

특정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이메일 주소

A 씨는 정보공개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익사업에 편입되는 주민들의 개인정보를 이메일로 제공해주면 편입지주를 비롯해 주민들과 연락해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경남개발공사에 이 안내문을 토지 소유자들에게 직접 발송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남개발공사는 처음과는 달리 이 요구를 받아들였고 7월 20일자로 안내문을 발송해줬다. 안내문이 담긴 봉투는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의 공식 우편발송용이었다. 작성자와 발송 주체가 다른 ‘이상한 안내문’이 보내진 것이다.

▲경남개발공사가 편입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낸 개인정보 제공 안내문. 사진 위쪽은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이 명시된 공식 우편발송 봉투이다. 아래 안내문의 빨간 테두리 부분에는 토지 소유자들의 개인정보 제공처인 특정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특히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이메일 주소였다. A 씨가 정보공개청구서와 추후에 작성한 안내문에 개인정보제공처로 기입한 이메일 주소는 모두 본인의 것이 아니라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B 감정평가법인 대표의 것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자 특혜”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또 다른 C 감정평가법인 측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업체 선정에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이 특정 법인의 선정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위반해가며 특혜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C 법인 측은 “토지 소유자들의 개인정보는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사업시행자 경남개발공사만 알 수 있다”며 “때문에 법인들은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 열람만으로 소유자들을 직접 찾아 추천을 부탁하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남개발공사 측이 B 법인 대표의 이메일 주소가 담긴 개인정보제공 요청 안내문을 대신 보내준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특정 법인이 선정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준 일종의 특혜라는 것이 C 법인 측의 주장이다.

C 법인 측은 “법인 선정 주체가 다르고, 3개 법인의 산출비용을 산술평균한 값을 보상비용으로 책정하는 구조는 공정성과 윤리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남개발공사는 이를 스스로 무너뜨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특정 법인 대표 이메일인지 몰랐다”

경남개발공사는 이에 대해 “해당 이메일 주소가 B 법인 대표의 것인지 몰랐다. 당연히 대책위원장의 것인 줄 알았다”며 “토지 소유자들이 업체를 선정하는 데 좀 더 편리하도록 편의를 돕고자 한 것이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담당 업무를 진행한 경남개발공사 보상사업팀은 “이메일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 꼼꼼히 확인해보지 않은 실수는 인정한다. 명백한 잘못이 맞다”고 했다. 또 “안내문을 대신 발송해준 전례도 없었고,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며 “토지 소유자들의 회신비율이 20%정도로 낮고 반송비율도 50%이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해 추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와주려는 의도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들에게 안내문이 도착한 직후 C 법인 측의 공식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못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 ‘오해와 시비의 소지는 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추천 과정 다시”…“의미 없는 요식행위”

함안군북일반산단에 수용되는 토지의 소유자들은 300명 정도이다. 감정평가법인의 수수료는 모두 1억8000만 원으로 예상돼 법인당 6000만 원의 수익이 돌아간다. 사업 선정을 희망하는 법인들로서는 적잖은 수입이다. 그만큼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보상사업팀에 따르면 B 법인은 210명의 추천을 받았다. C 법인은 160명을 확보했다. 중복 추천인 117명을 제외하더라도 B 법인이 50명을 더 확보했다.

C 법인 측은 “이유를 막론하고 경남개발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공정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내놓지도 않으면서 중복 추천인을 제외한 숫자로 선정하겠다는 경남개발공사의 발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남개발공사는 <프레시안>의 취재가 시작되자 당초 12일 결정하기로 한 토지 소유자 추천 법인 선정을 오는 15일로 늦추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가 추천 과정을 다시 진행하겠다고 재차 알려왔다.

보상사업팀은 “이미 추천받은 것은 전부 무효로 하고 늦어도 13일까지는 재추천 공문을 발송하겠다”며 “소유자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 방법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재추천 안내문은 13일자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추천 과정 자체가 별 의미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남개발공사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C 법인 측은 “이미 한 번 결정을 한 토지 소유자들이 재추천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달라지겠느냐”며 “특정 법인 대표의 이메일이 왜 사용됐는지부터 명확히 밝혀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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