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려 했던, 따뜻한 사람 노회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려 했던, 따뜻한 사람 노회찬"

[<노회찬 6411> 제작진을 만나다] ③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감독 민환기, 제작 명필름, 시네마 6411, 노회찬재단)이 오는 14일 전국 각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노 전 의원의 3주기를 맞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을까. 

<노회찬 6411>의 제작진 5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인터뷰했다. 첫째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처음 장편 다큐 영화 제작에 참여한 김지수 조감독과 조유경 조감독이다. 이들에게 영화 제작 과정은 이름 정도만 알던 노 전 의원의 삶을 알아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둘째는 영화의 제작자인 이은 명필름 대표이사와 최낙용 시네마 6411 대표다. 이들은 노 전 의원과 동시대를 살았고 진보정당 운동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노 전 의원의 삶을 반추하며 든 소회를 말했다.

셋째는 영화를 공동 제작한 노회찬재단의 김형탁 사무총장이다. 김 총장은 <노회찬 6411>을 보며 노 전 의원이 끊임없이 진보정당 집권을 위해 고민했다는 점과 그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더 깊이 새겼다.

<노회찬 6411>의 개봉을 앞두고 세 편에 걸쳐 영화는 물론 노 전 의원의 삶에 대한 3색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를 싣는다.

"전주국제영화제, 추모상영회, 지역 순회 상영회…. 영화를 15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이제 눈물이 나지는 않지만 노회찬이라는 사람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작자의 눈으로 영화를 보다 세 번쯤 봤을 때부터는 '이 양반이 이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제7공화국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 집권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생각했구나' 느껴져요. 집권이 목표였기 때문에 당내 패권 등도 '사소한' 문제로 여기고 가지를 쳐내는 모습이 보여요."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한국 진보정치의 산 증인 중 한 명이다. 2002년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일할 당시 노조 내 정치위원회를 맡아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사무총장, 정의당 부대표 등을 맡기도 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당적과도 대체로 일치하는 궤적이다.

비슷한 일을 했고, 비슷한 꿈을 꿨기 때문일까.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던 김 총장의 생각은 자연스레 노 의원의 속내로 향했다. 그렇게 짐작한 속내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노 의원의 '집권 의지'와 '진보정당을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 노회찬재단 사무실에서 김 총장을 만나 <노회찬 6411>과 노 의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프레시안(최형락)

"노회찬은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려 했던 사람”

김 총장이 기억하는 노 의원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공식적인 회의를 할 때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기지 있게 답변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지만, 방송 토론회에 나가기 전까지는 그가 '촌철살인의 언어'로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성정으로 볼 때 노 의원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런 성정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할 때 더 빛났다. 영화에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노 의원이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하던 때에 대해 '보통은 티가 나는데 학생운동 출신(학출)이라는 티가 안 났다.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인터뷰에서 노 의원이 '평생을 노동자로 살 줄 알았다'고 하잖아요. 그게 보통의 학출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학출은 여전히 활동가 마인드로 갔던 거죠. '노동자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급이고 그들의 역할을 깨우쳐야 한다'는 계몽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자를 본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노 의원은 노동자를 타자화하지 않고 본인도 노동자로 살겠다고 한 거죠. 쉽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요.”

2012년 노 의원이 진보정의당 당대표직을 수락하며 남긴 '6411번 버스 연설'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타인의 삶을 보는 감수성과 진보정당 집권에 대한 의지가 함께 작용해 나온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6411번 버스 연설'도 말을 잘해서만 나온 연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통상적으로 정치인들이 새벽 첫 차를 탄다거나 새벽에 노동자를 만난다거나 하는 일을 많이 하죠. 노 의원은 그걸 바라보는 눈이 달랐던 것 같아요. 보통은 새벽에 노동자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지 그 들의 삶 전체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까지 던지지는 못하거든요.

그런데 노 의원은 새벽에 만난 노동자들의 삶을 짚어내고 거기에 결합하지 못하는 당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면서 '그 사람들을 당으로 데려오겠다'가 아니라 '당을 그들과 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표현했어요. 저도 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노 의원의 삶을 돌이켜보니 정치를 하는 내내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이런 관점은 늘 일관됐더라고요."

진보정당을 대중 속으로 가져가 집권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를 바꾸고자 했던 노 의원의 삶은 안타깝게도 슬픈 결말을 맞았다.

김 총장에게는 진보정당에 끝까지 남아 노 의원과 함께 여러 난국을 돌파하지 못한 데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 영화의 말미 박갑주 변호사가 노 의원의 죽음에 대해 말하며 '전날 선배들이 노 의원에게 무조건 따라붙으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여전히 김 총장의 마음을 친다.

▲고 노회찬 전 의원. <노회찬 6411> 스틸컷.

"죽음보다 삶에 주목하면 좋겠다”

김 총장에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시민의 호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노회찬 6411>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서포터즈 모집을 했어요. 처음에는 6411명을 목표로 삼았어요. 그래놓고 우리는 2~3000명밖에 안 모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1만 2000명이 모였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이 노 의원을 기억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영화 제작에 대한 시민의 열기는 노 의원의 삶이 한국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총장 역시 완성된 영화를 보며 노 의원의 문제의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위한 재단의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하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이 생전 신영복 선생의 말 중 가장 좋아했던 문구가 '함께 맞는 비'였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져야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함께 비를 맞아야 비 맞는 사람의 상황을 알 수 있잖아요. 재단에 '함께 맞는 비'는 지금 비를 맞고 있는 당사자의 시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재단은 앞으로 6411번 버스로 상징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려 해요. 예컨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노회찬 유튜브 방송국 설립, 전국 각지에서 새벽 첫차에 타는 노동자의 삶 연구와 같은 일을 구상하고 있어요."

끝으로, 김 총장에게 <노회찬 6411>을 보려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우리가 정치에서 희망을 찾으려면 정치를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노회찬 641>을 보면 희망의 계기와 단초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회찬의 죽음보다는 삶에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노회찬이 무엇을 이루려 했는가.' 영화를 보고 나서 '노회찬이 이런 걸 하려고 했던 거야' 하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이런 세상을 만듭시다'라는 이야기로까지 연결되면 좋겠어요.

노회찬이 하려 했던 낮은 사람에게 힘을 주는 정치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정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