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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판결'이 획기적인 두 가지 이유...낡아 헤진 군의 '폐쇄성'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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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판결'이 획기적인 두 가지 이유...낡아 헤진 군의 '폐쇄성' 드러내다

"변희수 전역 취소는 상식적 결과...재판서 '차별·모독' 육군은 항소 포기해야"

법원이 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전역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변 전 하사의 전역이 부당하다는 판결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와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군의 폐쇄성과 함께 그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오영표 부장판사)는 변 전 하사가 생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변 전 하사의 법적 성별정정이 이뤄진 데다 변 전 하사가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 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은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육군이 변 전 하사에게 '남성'의 기준을 적용해 고의 성시 상실·결손 등을 판단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원은 이어 "남성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는 관령 법령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종합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육군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판결문을 확인 후 향후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군의 허락하에 해외에서 성확정수술을 받았다. 이후 여성 군인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육군은 2020년 1월,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남성의 성기를 상실해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며 전역 처분을 결정했다. 같은 해 8월 변 전 하사는 육군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3월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의 소송은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진행했다.

▲생전의 변희수 하사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판결의 의미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두 가지 큰 의미를 지적했다. 하나는 변 전 하사의 소송 수계(소송 당사자 사망 이후 유가족 등이 소송을 승계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날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앞서 재판부는 유족이 낸 소송수계 신청서를 인정하면서도 양측의 의견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소송 수계는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법원은 소송수계가 적법한 이유에 대해 "성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수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위법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변은 "통상 본안 전 판단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피는 단계이나, 법원은 성전환수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으므로 판결을 통해 위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소송 수계가 적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변희수 사건'이 "'먼 미래의 제도 개선,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현행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라는 게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두번째는, 법원이 변 전 하사를 '여성'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라 성별 전환이 완료된 경우 군이 '여성 변희수'를 기준으로 인사 판단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여성인 변희수 하사에게 남성 성징이 없다는 이유로 심신장애 판단한 처분이 위법하니 취소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의 요지다. 법원은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 후 청주지법을 통해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한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민변은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전역처분 당시에는 변희수 하사를 '남성'으로, 소송 중에는 '성전환수술을 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정의하며, 변희수 하사의 정체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학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변희수 하사가 '여성'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육군이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상황인지 잘 설명해 주는 사례가 됐다. 애초 국방부와 육군의 변 전 하사 전역처분이 근거 없다는 비판은 줄곧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육군의 전역처분이 부당하다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국제인권단체도 전역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이스라엘 등 20여개 국가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트랜스젠더의 입대와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우리 육군은 여전히 성소수자를 군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으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성별정정이 인정됐는데도, 이를 '장애'로 취급해 오고 있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판결 직후 "상식적인 결과"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서욱 국방부장관의 사죄와 육군의 항소 포기를 촉구했다. 

공대위는 육군의 전역 처분에 대해 "온갖 궤변으로 이뤄진 전역심사와 인사소청"이라고 비판하면서 "(육군과 국방부는) 변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 이어진 재판에서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며 내내 고인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이어 "서 장관은 당시 처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으로써 위법한 처분을 내려 변 전 하사를 사지로 내몰았다"며 "반드시 사죄해야 하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를 군에서 배격하기 위한 국방부의 책임 있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차별뿐 아니라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성별정체성에 대한 차별 모두 우리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의 원칙"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국회도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논평을 내고 "여성이며 군인인 자신의 온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차별을 행한 이들의 잘못을 확인 받은 오늘, 누구보다 기뻐했을 그는 세상에 없다"며 변 전 하사를 애도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낸 이의 시간이 결국 승리한 오늘을 새기며 앞으로도 싸워 이겨낼 이들의 곁에 있겠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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