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머니투데이> 근무 중 직속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겪은 뒤 회사의 부적절한 대처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머니투데이> 법인과 대표는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상태다.
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1일 피해자의 요양급여신청에 대해 "피해자가 진단받은 '상세불명의 우울증'과 '적응장애'에 대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서 일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함께 신청한 '비기질성 불면증'에 대해서는 별도의 병이 아닌 병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보고 불승인했다. 사실상 전체 승인을 한 셈이다.
공단은 "신청인의 상사에 의한 직장 내 성추행이 인정되고, 상사와 밀접 접촉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지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업장의 대처과정에 대한 분노감, 직장 복귀 어려움도 신청인의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2016년 9월 <머니투데이> 입사 뒤 기자로 근무하면서 직속 상사인 미래연구소 소장 A 씨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겪었다. 피해자는 2018년 4월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고충처리위는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려 성추행 의혹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피해자는 이후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 당시 고충위원장은 피해자에게 취재를 금지한 채 하루에 기사 10건을 쓰게 하면서도 피해자의 기사는 단 한 건도 외부에 표출하지 않았다. 회사는 또 A씨가 피해자의 근태를 계속 관리하도록 조처했다. 피해자가 항의하자 고충위원장은 "부서장 A 씨의 지시 불이행, 근태 불량 등으로 (피해자가) 인사위에 넘겨져 있다고 말했을 텐데 (피해자가)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고 질책했다.
한 달 뒤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 A 씨와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부서의 '연구원'으로 발령됐다. 회사는 그러면서도 A 씨가 다른 간부를 통해 피해자의 근태를 계속 관리하도록 조처했다. 발령 후 출근 첫날부터 공황발작 등의 증세를 보인 피해자는 현재까지 휴직 중이다.
'성추행 사실 확인이 어렵다', '부당한 조처는 없었다'는 <머니투데이>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도 인정하면서 회사의 조처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진현일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과 <머니투데이> 법인을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성추행 신고 뒤 피해자의 근태관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직무 배제 △피해자의 동의 없이 '기자'에서 '연구원'으로 직무 재배치 등의 회사의 조처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조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정도영 부장판사)도 지난 6월 피해자의 강제추행 피해를 인정하며 가해자 A 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도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지난 2019년 A 씨를 징계하라는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머니투데이>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피해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에서 "결정문에서 보듯 성추행 가해뿐 아니라 회사와 고충위의 2차 가해가 저의 정신적 질환을 악화시켜 산재가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단의 이번 결정은 직장 내 성폭력이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본다는 것"이라며 "직장내 성폭력은 조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충위는 2차 가해를 인정하지도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 중"이라며 "지난 7월 법원 판결 후에도 인트라넷에 '최선을 다해 조사했다',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다른 기자보다 역량이 떨어졌다', '전보 후 갑자기 성추행 문제제기를 했다'는 등의 허위사실들을 유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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