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약혼자와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뒤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22세 백인 여성 개비 페티토 사건을 연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페티토는 지난 7월 약혼자 브라이언 론드리와 함께 차로 여행을 떠났고,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밴 라이프'라는 해시태그를 단 여행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행복해 보이던 이들 커플은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을 갔다가 지난 1일(현지시간) 페티토는 실종되고 론드리만 혼자 플로리다주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FBI와 경찰은 20일 페티토로 추정되는 시신을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 발견했으며, 부검 결과 시신은 페티토가 맞으며 살해됐다고 밝혔다.
론드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며 집을 나가 종적을 감췄다. FBI는 론드리를 '관심 인물'로 지목했지만, 용의자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수사당국은 증거 확보를 위해 론드리의 집 수색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약혼자와 여행을 떠난 젊은 여성이 시신으로 돌아온 자극적인 사연, 또 페티토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이 사건은 지난 한달 가까이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수많은 기사가 보도됐다.
실종된 페티토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인들과 활동가들은 "왜 다른 실종자들은 개비 페티토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MSNBC 흑인 여성 앵커 조이 리드는 21일 페티토 사건에 대해 "답을 찾고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애도를 표하면서도 언론의 인종차별적 보도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리드는 지난 6월 애리조나에서 실종된 지질학자 다니엘 로빈슨, 지난 8월 25일 일리노이주 블루밍턴에서 실종된 젤라니 데이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로빈슨의 아버지는 경찰이 사실상 포기한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사설 조사관 고용했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펀드미'를 통해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CNN의 정치평론가이자 ABC <더 뷰>의 게스트인 애나 나바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페티토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에서 사라진 모든 젊은 여성들-브라운, 흑인, 원주민, 트랜스젠더-을 찾는데 같은 관심과 에너지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1월에 발행된 와이오밍주의 실종 및 살해 원주민 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와이오밍에서 최소 710명의 원주민들이 실종됐다. 710명 중 연령대 별로는 85%가 어린이였고, 성별로는 57%가 여성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종 원주민의 50%가 일주일 이내에 발견되고 21%는 한달 이상 실종 상태로 남아 있었다. 반면 실종된 백인들 중 11%만이 한 달 이상 실종 상태로 남아 있었다고 인터넷 언론 <데일리닷>이 22일 보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