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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로 수서까지 가고싶습니다"

시민들의 외침에 국토부는 눈가리고 아웅 말라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철도하나로운동본부"가 주도한 "KTX로 수서까지 가고싶습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마감을 하루 앞둔 9월 16일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청원이 시작된 동기는 멀게는 이명박 정부 말기의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시도,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권의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SR) 출범이었고 가깝게는 국토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전라선 SR 열차 투입시도였다.

국토부는 말로는 국민편익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국민불편을 지속적으로 외면해왔다.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고속철도선과 일반철도선이 함께 엮여 있고 가능한 한 최상의 효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고속철도 분리로 고속선과 일반선을 함께 운영하는 코레일의 KTX와 달리 고속선만 운영하는 SRT는 태생적으로 네트워크의 원활한 기능과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섬기기 위해서이다. 국민의 편익을 최고의 가치로 놓고 정책을 만들고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철도 정책만큼은 수십 년 동안 관료들의 주방 안에서 설익은 칼솜씨에 의해 요리되어왔다. SR이 출범할 때부터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의 많은 철도 이용자들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요지부동 경쟁체제만이 철도를 살리는 길이라며 무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일반선이 연결된 전라선에 SRT를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차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전직 장관의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런 추측성 추정이 아니라 왜 전라선만이어야 하고 또 왜 SRT여야 하는가는 국토부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SR은 차량 여유도 없고 일반선 운행 실적도 없다. 더구나 수서행은 진주, 창원, 포항 등 경전선과 동해선 연변의 지역 주민들에게도 필요하다.

여수, 전주, 포항, 진주, 마산, 창원 같은 도시와 주변 지역의 철도 이용자들이 서울 강남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서는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환승에 따른 할인은 받을 수도 없다. 요즘 같은 IT환경에서도 예약을 하려면 코레일과 SR 두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한다. 왜 확대할 수 있는 고속철도 서비스를 외면하고 이토록 불합리한 체제를 고수하는지 이제 정부와 국토부는 답해야 한다.

한국철도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기후 위기 시대를 헤쳐나가며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으로 달리기 위해서라도 건실한 통합형 철도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도 원하는 것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료들의 저항에 철도개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더 나아가 철도 민영화와 경쟁체제 신봉자들은 국토부 산하기관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KTX타고 수서로, 고속철도 통합을 위한 국민 청원은 문재인 정부에게 임기 끝날까지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요청이며 철도 개혁을 외면해온 국토부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다. 이제 20만이 넘는 국민들이 던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답을 해야한다.

"전라선 SRT 운행은 국회와 지역사회에서 요구가 있어 이에 부응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다른 지역도 여론을 수렴해 여건이 형성되는 대로 수서행 고속열차를 확대할 것입니다."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운영사 간 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운임이 인하되는 장점이 있다는 의견과, 조직·인력 중복이나 비수익노선 운영에 따른 코레일 재무 여건 악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 등 다양한 평가가 있으며 철도통합 등 철도산업 구조 개편 문제는 철도이용자인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안전, 이용자 편의, 철도산업 발전에의 영향 등 다양한 관점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코레일-SR 통합 등 철도 구조개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코레일·SR 노조대표를 포함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동 분과위를 통해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국민청원에 답을 하려 한다면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정책이 옳으니 그렇게 알아라 라고 못박는 것이 차라리 솔직할 것이다.

국토부는 철도통합 문제에서 오래전부터 연구용역 핑계를 대고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혀왔다. 그 같은 연구 용역 중의 하나는 국토부의 방향과 맞지 않아 보이자 아예 강제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이제 교통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용역의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거론하며 신중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는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는 지난 3월의 상견례 이후 8월 말에서야 전체 회의가 열렸다. 더 가관인 것은 참여 전문가라는 분들 중 일부는 철도 구조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거버넌스 분과 참여자는 국토부와 참여 기관의 추천에 따라 다수가 이미 정해진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철도의 개혁안을 '거버넌스 분과위원회'가 결론을 내린 다는 것 자체가 우화 같은 일이다.

국민청원 답변을 마련하는 청와대 내부의 절차와 과정이 있겠지만 더욱 진중하게 판단하고 숙고해서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수십만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국토부의 해명 보도자료식의 답변은 철도개혁을 바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한 청원 참여자는 촛불을 다시 드는 심정으로 국민청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청와대는 이제라도 촛불의 초심을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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