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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기' 한국 관광이 입양 사후 서비스?...'한국성' 되찾으라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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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기' 한국 관광이 입양 사후 서비스?...'한국성' 되찾으라는 '폭력'

[입양 당사자들이 바라는 입양제도] ②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와 재정착 지원이 우선이다

입양은 어떤 일인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면 양육이 포기된 아동을 원가정을 대신하여 새로운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중에서 최선책은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입양은 차선책으로 아동에게 양육 가정을 찾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즉 '입양삼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입양은 살아가는 일 자체이며, 입양인을 중심으로 이들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입양이 삶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항상 좋은 것만도,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닌,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이번 연재는 '입양삼자'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입양의 도전적 측면과 어려움, 그것을 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필요성 등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들이 입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내입양인, 해외입양인,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 입양부모, 양육미혼부모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입양에 대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세월이 참 빨리 흘러 내가 한국에 다시 온지 거의 20년이 됐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입양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발전했고 달라졌다. 이제는 입양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관련 법 또는 제도는 입양인들의 요구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입양은 한 번 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이기 때문에 입양 사후 서비스(Post Adoption Service)는 많은 입양인들에게 생존만큼이나 중요하다.

해외입양이 줄어들자 입양사후서비스 사업에 눈 돌리는 입양기관

해외입양인들은 그동안 한국이나 한국정부에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서 해외입양이 시작된 1950년대부터 20만여 명이 다양한 국가로 입양 보내졌다. 이처럼 다양한 나이,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해외입양인들로부터 하나의 대답을 듣기는 어렵겠지만, 해외입양인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입양사후서비스 전달 체계를 경험해보니, 나는 ‘한국은 해외입양인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됐다. 바꿔 말하자면, 현 입양 사후 서비스의 이념적,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해외입양인을 위한 사후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현행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모국방문사업’, ‘모국어 연수 지원’, ‘모국에 관한 자료 제공’ 등이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가 해외입양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외입양인의 ‘재한국화’는 늘 통합적 입양사후서비스의 일부였다. 왜 입양인들은 한국 문화를 상실해야만 했고, 다시 ‘재학습’ 하도록 강요받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입양사후서비스 활동의 피상성은 늘 비판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서비스는 설사 좋은 뜻이었다 하더라도 입양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입양 경험을 개선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입양사후서비스는 단기/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기준과 요건이 미비된 상태로 대부분 규제 없이 실행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입양사후서비스는 자원을 확보한 사람들에 의해 원칙 없이 임의로 자행되고 있다. 특히 해외입양의 감소로 인해 그동안 입양 보내기에 주력했던 입양기관들이 이제는 입양사후서비스 사업에 점점 더 많이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김치 담기 등 관광이 주가 되는 입양사후서비스의 폭력성

입양사후서비스의 정체성을 먼저 알아보자. (a) 어떤 서비스를 (b) 누구에게,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c)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d) 누가 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현재 입양사후서비스의 범주는 넓다. 해외입양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종류의 활동이 입양사후서비스로 간주될 수 있다. 현재의 입양사후서비스는 김치 만들기, 미용, 남산타워나 설악산 등반 등이 주를 이루는 관광 또는 자선 활동 서비스가 됐다. 코로나 이전에는 여러 단체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무료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분영

이런 활동들은 입양사후서비스로 여겨지거나 자살 예방, 가정폭력 예방, 실업, 추방, 주거불안정 등의 사회 복지 서비스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4항에 따르면,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이다.

입양사후서비스는 입양 프로그램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도 파티나 휴가 같은 활동으로 과소평가 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해외입양인의 존재를 여전히 대상화, 비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첫째, 이런 서비스는 해외 입양에 의해 ‘한국성’(조국, 국민, 가족, 언어 등)을 상실한 경험이 공짜 모국 방문이나 언어 연수 등의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입양인들에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제거된 ‘한국성’을 되찾으라는 요구는 폭력적이다. 입양인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다. 둘째, 민간기관이 입양사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이들의 영리목적의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해외입양인들은 서비스 이용자일 뿐 프로그램에 개입할 여지가 사라진다. 셋째, 이런 유사 관광 서비스가 사실상 중요한 위치를 점거해 버리는 바람에 전문성, 신뢰, 책임감을 요구하는 실질적인 사회복지 서비스의 필요성은 간과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서비스 전달 또는 제공한 입장에서 입양 사후 서비스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원칙을 따르고자 한다면, 입양 사후 서비스는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고 자원의 규모도 많이 달리질 것이다. 지금까지 왜 전문성 없는 기관들이 입양사후서비스로부터 이득을 얻어야 하는 것인가?

▲입양기관의 입양인 모국 방문 행사에 참석한 입양인들이 장구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의 입양사후서비스 실천

해외입양인들이 바라는 바는 기본적으로 입양 되지 않은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민족성, 편견, 정신건강 등에서 훨씬 더 취약할 수 있다. 해외입양인들은 또래에 비해 3-4배 높은 자살 시도와 성공률을 보인다. 관계에 취약하고 미혼모가 될 확률이 높으며 알코올과 약물 남용/중독, 가정폭력과 불평등한 데이트 등에서도 높은 비율이 보고되고 있다. 해외입양인들은 노동과 주거 시장에서 편견과 배제를 보편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입양사후서비스의 방향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이 해외입양인을 한민족으로 간주한다면 한국의 총체적 역사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키고 보호해야 한다.

한국이 재외동포로서 해외입양인들을 지지하고자 한다면, 한국성을 홍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써 입양인들의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한국이 진심으로 입양인들이 한국 가족과 재회하는 것을 지지한다면, ‘우리의’ 정보를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으로 우리에게 공개하고 부모뿐 아니라 확대된 가족(친인척)을 찾을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제공해 주길 바란다.

한국이 떳떳하다면 DNA를 통한 가족 재회를 희망하는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길 바란다.

한국이 해외입양인이 (다시) 한국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면 한국 재정착을 원하는 해외입양인 지원에 우선 순위를 두기 바란다.

한국이 해외입양서비스에 사회복지 원칙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주거와 직장이 없고 자살위험이 있는 해외입양인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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