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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이전 反전두환 움직임, 그러나 "용기도 방법도 없었다"

미국, 전두환에 경고하면서도 "통제할 실효적 수단 없다"

5.18 민주화운동 전후에 미국 정부 및 대사관이 생산한 문서가 추가로 공개됐다. 여기에는 5.18이 일어나기 전 한국군 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제보도 포함됐다.

16일 외교부는 "최근 미국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882페이지 분량의 미국 측 문서 사본을 전달받았다"며 그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한 미국 대사관은 5.18 발생 전인 1980년 2월 1일 '한국군 내 반(反) 전두환 움직임 관련 첩보 입수'라는 제목의 생산 문서에서 "대사관은 '이범준'(General Rhee Bomb June) 장군으로부터 한국 군 내 반 전두환 음모 정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에서 대사관은 "(한국)군 내 분열은 12.12사태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며 "미 정부는 제보자인 '이범준'에게 12.12 사태 주모자들의 권력 확장과 민간정부 장악에 반대하는 것과 동일하게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군 내부의 움직임 또한 반대한다는 강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 위원회)는 "1980년대 초 역쿠데타 음모는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에 관련된 전문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음모에 대한 정보를 미측에 알려준 것으로 특정된 '이범준' 장군의 신분 파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5.18 이후인 5월 26일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생산된 문서에서는 "광주에서의 유혈사태로 인해 전두환의 권력이 위협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전두환 주변의 군 장성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는 하나, (전두환에 반해서) 행동할 용기도 방법도 없다"고 한국 내부의 상황을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은 "전두환이 점차 한국 군사지도자로의 입지를 굳혀가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두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이 조만간 올 것이며, 우리의 결정이 전두환의 입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만 현 상황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7월 1일 미 NSC에서 생산한 '미-한 관계 : 대(對)글라이스틴 대사 지시'라는 문서에서 미국은 "우리가 전두환의 권력 장악에 대해 진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두환에게 강조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국은 전두환의 권력 장악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 없으며, 전두환도 이를 알고 있다"며 사실상 전두환 정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5.18이 발생하기 전 한국 측에 수 차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그해 4월 14일과 15일 '전두환의 중앙정보부장 서리 겸직 결정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문서도 생산했다. 이 문서에서 대사관은 "전두환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게 되었다는 청와대 결정을 전달받은 바, 청와대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전두환의 중앙정보부장 서리 및 국군 보안사령관 겸직은 본인에게 권력을 집중하려는 노골적인 행동으로 비칠 것이며,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부류(대부분의 군 수뇌부, 기업인 등)도 있을 수 있으나, 동시에 정당 측에서의 반발이 예상되며, 학생들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5월 8일 미 NSC에서 생산된 '한국 상황 평가'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5월 15일경 서울에서 학생-정부간 심각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두환은 이미 2~3개의 공수여단을 서울로 이동시켰다"고 적시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9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면담하여 "공수부대의 수도권 이동을 강력하게 항의하고 학생들의 시위에 무력으로 대처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5.18 위원회는 "이 문서는 공수부대 이동의 실질적 명령권자가 전두환인 것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는 전두환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미국이 인정한 대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지난 1980년 5월 8일 미 NSC에서 생산한 한국 상황 관련한 문건 ⓒ외교부 제공

미국 측은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해제했으며 올해 5월에 14건, 6월에 21건을 추가로 해제했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미 국무부에 비밀 해제를 요청한 80건 중 78건의 비밀이 해제됐다.

이번에 카터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됐다가 해제된 문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이날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인계 후 기록관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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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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