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대검 고위간부가 야당 정치인에게 여권 정치인·언론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혹 제기의 배후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국정원장은 하루 속히 (제보자) 조성은 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며 "해명이 불충분할 경우, 야당은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일정을 앞두고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조 씨가 (어제 방송 인터뷰에서) '보도 날짜는 우리원장님과 제가 원하는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며 "여기서 '우리 원장님'이 우리가 생각하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맞느냐"고 공세를 폈다.
조 씨는 전날 SBS <8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초 제보로 이뤄진 <뉴스버스>의 보도 날짜와 관련해 "9월 2일은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 기자가 치자고 결정했던 날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장은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국내정치 관여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며 "왜 이런 사안 보도에 있어서 '국정원장이 원하는 날짜'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박 원장이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제보자를 만났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8월 10일·12일에 휴대폰에서 캡쳐한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됐고 이것이 야권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며 "국정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바로 앞뒤에 이런 내용의 캡쳐가 이뤄진 정황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칭(coaching·감독)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박 원장에게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황일 수 있으나, 이렇게 배가 우수수 떨어졌다면 진짜 까마귀가 배를 쪼아 떨어트린 건 아닌지 까마귀도 해명을 좀 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같은 지점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 씨의 SBS 인터뷰에 대해 "해괴망측한 발언"이라며 "박 원장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조 씨는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이상한 말꼬리 잡기", "억지 연결"이라며 박 원장과는 제보 사안 관련 대화를 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TV조선이 보도한, 조 씨가 지난 2월 옛 국민의당 출신 전직 의원들과 함께 국정원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공익제보자를 자처한 조 씨와 박 원장은 국정원장 공관과 서울시내 최고급 호텔 등에서 식사 만남을 가졌고 박 원장이 조 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을 알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며 이를 "이번 사건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개입된 것으로 볼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조 씨가 박지원 원장 초대를 받아 공관방문을 사실까지 확인된다고 한다"며 "박 원장은 취임 이후 국정원과 국정원장 공관 출입기록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도 적극적으로 역공에 나섰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산하 조직인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 원장과 조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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