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조장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선거기간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안 대표는 정당의 대표로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예방하고 대응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1일 "선거과정 및 방송에서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근절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의견표명은 '거부할 권리' 발언과 함께 '서울시 공무원 17인의 퀴어축제 반대 성명서'와 'SBS의 <보헤미안 랩소디> 키스장면 삭제' 등에 각각 진정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각각의 진정이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려워 각하했다"면서도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아 의견표명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공무원, 지상파 방송 등 공적 영역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취지에서다.
인권위는 우선 "안 대표가 거부할 권리의 대상으로 명명한 퀴어문화축제는 차별과 억압으로 인하여 그동안 스스로를 드러낼 수 없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이 존재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는 가시성의 실천이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는 운동으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이 혐오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다양성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는 행위"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방조치를 강구하라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 17명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가 있다"면서 서울시에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에도 "서울시 다수의 공무원들은 서울광장 퀴어행사를 반대한다"면서 퀴어행사 및 유사행사의 사용 신고를 불수리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공무원에 의한 혐오표현은 공무원이 갖는 공신력 등에 따라 일반인에 비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며 "표적 집단 구성원에게 더 큰 공포감을 야기할 수 있으며, 그 외 구성원에게도 혐오표현이 가진 사상에 대한 수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가 있음에도 두 차례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심어준다"며 "시민들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을 갖도록 유도하여 차별을 선전하거나 부추긴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SBS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간 키스 장면 삭제 및 모자이크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지상파 방송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로서 대중의 가치관과 태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SBS에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이 확대・재생산 되지 않도록 하며, 나아가 성소수자가 평등하게 재현되는 가시성의 실현을 위해 방송 편성 시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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