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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혈액 보릿고개’…“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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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혈액 보릿고개’…“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참여율 급감에 필요 보유량 5일분의 절반 수준…경남 김해 헌혈행사 “생명 살리는 용감한 실천”

“병원에서 피가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두려운 시기이죠. 그래도 좀 더 건강한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이 헌혈에 적극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 주차장에서 열린 헌혈 행사 현장. 줄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몇몇은 백신 접종을 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은 탓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방역당국 지침 때문이다.

하지만 30대 초반의 하태률 씨는 친구 7명과 함께 헌혈차량을 찾아와 ‘소중한 피 나눔’ 행사에 동참했다. 태률 씨는 ‘혈액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특히 이 시기에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용감한 실천’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수혈용 혈액 적정 보유량이 크게 떨어져 ‘헌혈비상’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와 지역별 단계 강화에 따른 개인 또는 단체별 헌혈 참여가 크게 줄어든 데 원인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혈용 혈액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박물관 주차장에서 헌혈 동참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헌혈을 마친 뒤 안정을 취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김병찬)

필요 보유량 5일분 이상인데 2.4일분뿐

대한적십자사 경남혈액원에 따르면 수혈용 혈액 적정 보유량은 5일분 이상이다. 이는 경남의 경우 하루 평균 소요량 250유니트 정도에 해당한다. 전국으로 따지면 27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소요량 5000유니트 정도로 나타났다. 1유니트는 수혈용 혈액 한 팩이다. 한 명이 헌혈하면 일반적으로 2~3유니트가 제재된다.

하지만 27일 현재 전국 보유량은 적정량 기준으로 2.4일분(1만1719유니트)에 그치고 있다. 경남의 경우 2.8일분(684유니트)으로 필요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6일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2019년 동기의 전국 헌혈 참여자 누적 합계 170만5534명보다 12만9808명이 헌혈에 적게 참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동기의 157만2676명에 비해서는 3050명이 늘었다.

경남은 동기 기준으로 2019년 8만6856명에 비해 올해 5548명이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동기 8만5627명과 비교해도 4319명이 줄어 전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는 수도권과 대구 등을 중심으로 한 초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았던 것에 비해 경남의 경우 올해 들어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A형과 O형 보유량 크게 떨어져

코로나19 상황 지속에 따라 개인과 단체 헌혈이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혈액형별 보유량도 편차가 심화되고 있다. 가장 많이 필요하고 헌혈 비율도 높은 0형과 A형 보유량이 다른 혈액형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혈액원의 자료에 따르면 27일 현재 전국 보유량의 경우 O형은 2.0일분, A형은 1.9일분에 그쳐 B형 2.9일분과 AB형 3.3일분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O형은 1.9일분, A형은 2.2일분으로 B형 4.4일분과 AB형 2.8일분보다 적다.

경남혈액원 헌혈지원팀 권선희 홍보담당은 “헌혈이 줄어들고 혈액보유량이 감소하면서 수요량이 가장 많은 A형과 그 다음순인 O형이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응급환자나 암환자 등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수혈용 혈액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혈액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이다.

개인‧단체 헌혈 현격히 줄어든 탓

“경남혈액원 보유 헌혈차량 6대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학교나 군부대, 공공기관 등의 예약보다는 지역별 거리에서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7일 김해 대성동고분군 주차장에서 진행된 헌혈행사를 총괄한 경남혈액원 문경아 헌혈개발팀 대리는 현재 혈액수급 상황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리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경우 단체 헌혈 예약 스케줄이 보통 2개월 정도 꽉 찼다고 한다. 그만큼 혈액 수요에 대응할 공급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밀접 접촉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대량공급을 담당했던 학교와 군부대,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체 등에서 단체헌혈 자체를 꺼려하는 탓에 원활한 혈액 공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리는 “예전에는 단체헌혈 때 경남혈액원 보유 헌혈차량 6대가 전부 한 곳으로 가기도 했다”며 “지금은, 분기별로 갔던 곳도 반기 만에 겨우 가는 경우마저 귀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하태률 씨는 지난 6월 중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얀센 접종을 해 한 차례 만에 끝냈다. 성인 80% 접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18~49세 대상 예방접종이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일찍 접종을 마친 셈이다.

“이미 접종을 마친 입장에서,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는데, 헌혈하러 가자고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도 현실이야 어떻든 헌혈은 계속돼야 하고, 그기에 모두 흔쾌히 동의해줘 고마웠습니다.”

문제는 태률 씨와 그의 친구들처럼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졌다는 것이다.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지속되고 있고 학교와 군부대,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등에서도 예방수칙에 극도로 민감해져 단체헌혈 신청이 가물에 콩 나듯 하고 있다. 또 백신 접종 후 7일간 헌혈 금지 지침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도 자발적 헌혈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경남혈액원 권선희 홍보팀장은 “헌혈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게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며 “자치단체들도 상품권 지급 등으로 독려하고 있는 만큼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또 “백신 접종 후 헌혈 지침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 강화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필요한 논의와 조치들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병찬 경남혈액원 원장도 “경남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공공기관과 기업체, 군부대, 학교 등에는 단체헌혈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개인 헌혈 희망자 분들에게도 가까운 헌혈의집 방문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해에서 진행된 헌혈 동참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김해갑 지방자치분권위원회에서 경남혈액원에 요청하고 협조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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