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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의견 '패스' 민주당, 언론법 상임위서 '기립 표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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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단체 의견 '패스' 민주당, 언론법 상임위서 '기립 표결' 강행

문체위 전체회의 강행 처리…정의당·언론단체도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19일 오전 11시 45분께부터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 2시간가량의 설전을 주고받은 끝에 야당의 격렬한 항의를 뚫고 안건을 가결시켰다.

야당 위원들은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의사진행을 막으려 했지만 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은 기립표결 방식으로 의결을 강행했다. 표결 결과는 "재석 16인 중 찬성 9명"(도 위원장)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여기가 북한이냐"며 비난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는 여야 간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은 전날 여당 단독으로 진행된 안건조정위원회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법안 내용도 지적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권력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여당에서 (버스 기사가 하차 요청을 무시했다는) 서울 240번 버스 사건을 언론 피해 사례로 드는데, 그 사건이 언론사가 보도한 것이냐? 인터넷에서 퍼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국민이 이 법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3%가 찬성했다는 것 아니냐. 그러면 매주 하는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잘못한다'가 53% 넘게 나오는데 대통령이 그만둬야 하나"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언론으로 인한 서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 피해 구제하자는 데에 동의하지 못하는 거냐"(박정 민주당 간사)라는 주장을 앞세우면서, 언론에 의한 피해 사례로는 대만 카스테라 사건, 쓰레기 만두 파동 등을 거론했다.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에서 '여당 3인, 야당 3인'에 야당 몫으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들어간 것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는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은 아니지 않느냐"(박 간사)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전날 안건조정위 등을 거치면서 야당과 언론단체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였다는 점을 내세우며 설득을 시도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에서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을 빼고 열람차단청구권 표시 조항도 삭제했다는 것이다.

도종환 위원장은 또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부분에서 야당이 우려하는 조항 2개를 덜어내 6개에서 4개로 바꿨다"고 강조했고, 임오경 의원은 "'이거 없애자' 하면 없애고, 고치자 하면 고쳐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권력자는 (징벌적 손배소를) 차단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최순실은 권력자냐?"라며 "이 법대로 하면 최순실은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헀다. 김 의원은 또 "유시민 전 장관은 검찰이 자기 계좌를 추적했다고 가짜뉴스(피해자)라고 주장했는데 그는 전직 장관이다. 이 법 가지고 청구할 수 있나 없나"라고 따지기도 했다.

최형두 의원도 "대개 (비리 사건의 경우) 몸통은 '비선 실세' 아니냐"며 "장관 자리를 그만두고 난 다음에 문제가 되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이 (손배소) 청구하는 것을 다 막을 수 있나. 다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 언론에 대한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문명국가의 법에서 정하지 않는 조항을 넣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징벌적 손배 조항을 다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배 청구권자의 요건을 법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한 부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민주당이 마련한 수정안에는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청구권자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전직 고위공직자, 혹은 가족 등 권력자와 가까운 일반인의 경우 이를 피해갈 소지가 있는 셈이다. 즉 최순실 씨 관련 보도나,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이시형 씨의 도곡동 땅 관련 의혹 보도 같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고위직·대기업이 아니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언론의 비판적 보도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고려도 빠져 있다. 공군 성추행 사건 가해자의 계급은 중사였고, 해군 성추행 사건 가해자는 상사로 모두 부사관이었다. 경비원·마트 노동자 등 취약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도 통상 기업 고위 임원보다는 하급 관리직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통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시장 내 지배적 위치에 있는 이들을 제어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언론 보도를 그 대상으로 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난 2011년 하도급법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제조물책임법, 자동차관리법, 공정거래법, 가장 최근 사례인 중대재해법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에 대해 생산자가 절대적 강자의 위치에 있는 경우나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경우 등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정의당과 언론노조·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 등 4개 언론단체도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런 취지의 지적을 하면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 "개정안을 폐기하고 국민공청회와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 절차를 (통해) 논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서민 피해'를 주장하며 의결을 밀어붙였다. 이병훈 의원은 회의 초반부터 "여기서 가타부타 얘기해 뭐하느냐"며 "혹시라도 법에 잘못이 있으면 국민이 판단할 것 아니냐. 국민에게 (평가를) 맡기고 가자"고 했다.

시계가 오후 1시를 넘기자 김승원 의원은 "벌써 1시간이 넘었다. 오늘 야당 의원들 하는 말은 열 번 스무 번 들은 것 같다"며 . 이제는 좀 표결을 진행해 달라"고 했고, 1시 30분이 되자 박정 간사가 "완벽한 법이 어디 있겠느냐. 위원장은 의결을 진행해달라"고 압박했다. 임오경 의원도 나서서 "법 취지에 반대를 못 하니 절차를 물고 늘어진다"고 야당 의원들을 겨냥했고, 이병훈 의원도 재차 "(피켓 들고) 서 있는 야당 의원들 힘들게 뭐하러 시간을 끄느냐. 빨리 결판을 내줘야 한다"고 해 야당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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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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