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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사이버 불링' 불씨 정부가 조장..."남혐 손가락" 따위 '관심법' 받아준 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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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사이버 불링' 불씨 정부가 조장..."남혐 손가락" 따위 '관심법' 받아준 기관들

GS리테일·카카오뱅크·스타벅스에 이어 경찰청·국방부·행정안전부까지 사과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 폭력의 행태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남성 혐오 낙인찍기'가 계속되고 있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실체 없는 억지 쓰기'에 정부 등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행정안전부는 10일 홍보물에 사용된 집게손가락 이미지에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온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라고 항의한 데 따른 조치다.

항의 대상이 된 된 홍보물은 황사·미세먼지 관련한 생활수칙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8년 제작·배포됐다. 등장인물이 창문을 열거나 과일을 씻는 등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일부 손동작이 집게손가락 모양이었던 데 항의가 빗발쳤다.

행안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홍보물은) 2018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 형태로 제작한 것"이라며 "논란이 된 이미지는 즉시 수정해 재배포했고, 관련 기관에도 수정 이미지로 교체하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제작, 배포한 황사·미세먼지 국민행동요령 이미지 수정 전. ⓒ행정안전부

경기 평택시도 이달 초, 폭염 대비 농업인 행동요령 홍보물 속 땀을 닦는 농부의 이미지가 집게손가락을 하고 있어 곤욕을 치렀다. 항의가 잇따르자 평택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하며 이미지를 수정했다. 지난 5월 GS리테일부터 시작된 '집게손가락 남성 혐오' 논란과 판박이이다. 앞서 카카오뱅크, 스타벅스 등 기업뿐만 아니라 경찰청, 국방부, 용산 전쟁기념관 등에서도 이같은 항의에 사과하고 홍보물을 수정했다.

집게손가락은 손바닥, 주먹 등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본 손동작이자 흔하게 사용되는 이미지다. 그러나 '남성 혐오의 상징'을 찾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엄지와 검지가 마주보는 집게손가락은 한국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상징"이며 "사회 곳곳에 퍼진 페미니스트가 각종 홍보물과 이미지에 남성 혐오의 상징을 숨겨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페미니즘의 상징을 찾아내 집단 항의를 한다'는 행태로 발전해 왔다. 기업·기관 등의 홍보물 상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찾아 '남성 혐오'라는 낙인을 찍어 집단 항의한 후, 사과를 받아내는 식이다.

▲에프엠코리아 게시판 갈무리

각종 홍보물, 또는 공인의 여성혐오적 표현을 지적하며 항의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비꼬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행태는 '안산 사이버 불링' 사건과도 유사하다. '숏컷은 페미니즘'이라며 집단으로 사이버 불링을 하거나, '웅앵웅', '오조오억' 등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 혐오'로 규정된 일부 신조어를 사용하는 유명인들을 상대로 혐오를 분출한다. '사과'를 받아내거나 '페미니즘은 나쁘다'는 인정을 받는 게 이들의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전화통화에서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좌표 찍고 집단 억지' 부리는 행태가 공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윤김 교수는 정치권 등 공적 영역에서 이런 집단 횡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이 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사태 수습에 급급해 고개를 숙인 기업과 기관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실제로 남성을 비하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지, 남성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지에 대한 조사나 판단 없이 항의를 인정함으로써 '억지 남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남혐 억지'가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지던 한때 소셜미디어에서는 "성차별주의자들의 요구에 순응해 반인권적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GS리테일을 비판하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한편 영국 BB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둘러싼 숏컷 논란을 분석하며 "몇주 전 페미니스트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 나온 뒤"라고 주목했다. BBC는 GS25 집게손가락 포스터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의 공개적인 사과가 공격을 해온 일부 남성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BBC는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는 남성혐오로 이어지는 표현'이라면서 이러한 논란 대부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젊은 남성들이 중심이 된 이 온라인 커뮤니티가 보이는 분노의 근원은 주로 여성들의 성공이 남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믿음에서 나온다"면서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 때문에 자신들이 불공정하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실은 한국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3%에 불과하며 선진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선진국 대열의 국가 중 여성들이 일하기 최악의 환경인 국가로 꼽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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