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건강 페미' 후폭풍...진중권 "이 정도면 지지 철회 할 수"

진중권 "본인 소신이라면 더 나빠…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걸 모르는 듯"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중도층 민심에 어긋나) 외연 확장은 힘들 것"이라고 평하며 "이준석 당대표 당선의 후폭풍"이라고 짚었다.

진 전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이건(페미니즘) 사회 상식의 문제"라면서 "이 정도면 저는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저출생 문제를 지적하며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 연장에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들은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이에 대해 "개인주의니 자유주의니 그런 것은 진보, 보수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이건 사회 상식의 문제"라며 "이런 발언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이게 캠프 전체의 문제인지 본인의 소신인지 잘 모르겠다. 선거전략이라면 그 자체도 나쁜 거지만 본인의 소신이라면 더 큰 문제다.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뭐가 건강한 페미니즘인가, 이걸 누가 규정하냐는 거다. 남성들이 규정할 수는 없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권리를 억압해 온 역사가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페미니즘 운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건강한 대선 후보라면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같은 논란을 "이준석 당대표 당선의 후폭풍"이라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쉽게 말해서 거기에서 재미를 봤다. 이게 통할 수 있다고 믿고 지금 이분(윤 전 총장)이 이를 인용한 것"이라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보통 2030 남성들이고 그 정서에 어필하는 것이다. 어차피 여성들은 정치적 목소리가 약하니까 강한 쪽에 호소하는 게 유리하다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의 바탕이 된 게 바로 그런 것"이라며 "이런 집단적인 폭력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자기들의 선거전략에 이용하기 위해서 이런 폭력들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이런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심지어 대선 후보가 나와서 거기서 편승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건 저로서는 용서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기류에 "'보수층만 결집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모든 선거는 중도층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그래, 너희들 보수지만 이번 한번 내가 용인 가능하다'는 선이 있다. 그 선을 지금 넘어버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