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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양준우 감싸기 "여성혐오 관점서 말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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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양준우 감싸기 "여성혐오 관점서 말한 적 없어"

'성차별 옹호' 지적에도…"본인 의견 피력한 것, 당 논평 아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양준우 대변인의 여성혐오·온라인 학대 동조 발언 논란에 대해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감싸고 나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씨가 숏컷 머리를 하고 과거 SNS에 '오조오억', '웅앵웅'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안 씨를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SNS에 쓴 글에서 안 씨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용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장을 펴 '공당이 여성혐오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에 대한 반응이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 대변인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자 "지난주에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나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해서 개연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며 "제가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서 제가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라고 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원론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모든 선수를 응원한다'고 말씀드렸고 거기에 모든 게 내포돼 있다"면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스포츠에 정치를 끌어드리려 하는 행태를 지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는 "기본적으로 양 대변인이 논평으로 하는 것, 대변인으로서 실제 내는 논평들이 (당의 입장을 담은) 논평인 것이고, (논란의 글은) SNS상에서 논평 형식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제가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듯이 저한테 입장을 밝히라는 식으로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은 아주 옳지 않다"며 "저는 대한민국 모든 선수단을 응원한다고 밝혔는데 거기에 대해 여성부부터 여성계가 다 달려들어서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프레임을 잡는 것 자체가 '젠더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한 "양 대변인이 만약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거기에 대해서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 그런데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 왔다. 지난달 28일 유학생 간담회에서는 "60대에는 가부장제의 혜택을 누린 분, 가부장제 가족 모델 때문에 여성들이 공부하고 싶은데 못한 분이 있고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20대·30대에서는 '여성이라서 집에서 대학 진학을 반대했다' 이런 것은 극소수"라고 했다.

전당대회 기간 중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밤길이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는 주장 역시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 대표와 양 대변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청년조직 '청년정의당'의 강민진 대표는 "양 대변인은 '남혐'으로 지목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사이버 폭력의 책임을 안산 선수에게 돌리는 발언까지 했고, 이 대표는 양 대변인의 발언을 두둔했다"며 "이 대표와 양 대변인은 정체를 밝혀야 합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인가, 여전히 '○○(특정 사이트 이름)당' 대표인가? 양 대변인은 지금 당을 대변하고 있는가, 안티페미니즘 세력을 대변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강 대표는 "국민의힘은 양 대변인을 징계하라"면서 "'쥴리' 비난에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의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돌린 양 대변인을 징계하지 않는다면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지지자들에게 '쥴리' 운운하는 공격을 멈추라 이야기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지자들로 하여금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을 멈추라고 요청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 "공당의 대변인이 여성혐오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옹호하고 변명하고 나서는 황당한 사태"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며 "(양 대변인은) '혐오'라는 말을 그저 미움·경멸·모욕 정도로 이해하는 모양이다. 이런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가 공당 대변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특정한 집단에 대한 경멸적, 모욕적 표현이 곧 '혐오발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발언이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을 때 비로소 그 경멸적 표현을 '혐오' 발언이라 부르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흑인이 백인에 대해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다고 그것이 혐오발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흑인이 백인들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남성 혐오'는 허구다)

진 전 교수는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 '남성 혐오'라는 말이 성립할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사회에 여성들이 남성에게 차별과 폭력을 가하는 사회적 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 해도 아주 예외적인 에피소드들뿐. 반면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은 '구조'로서 엄존한다. 남녀 임금격차는 OECD 최악이고 성평등 지수는 전세계에서 100등 밖이다. 민주당 지자체장들이 줄줄이 성폭행 사건을 저질렀고, 스토킹당하다가 가족과 함께 살해당하거나, 여자라는 이유에서 살해의 대상으로 선정된다. 택배 상자도 주소를 떼어내고 버려야 하는 게 이 나라 여성들의 처지"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와 양 대변인님 머릿속엔 이 차이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은 일부 남성들 사이에 그런 여성혐오의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성혐오까지 옹호하고 변명하면서 무슨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그렇게 지저분하게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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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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