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뒤 만취상태로 각자 음주운전을 한 경남의 간부급 경찰 2명이 붙잡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까지 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달아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했다.
경남 경찰이 휴가철과 코로나19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원정유흥에 대비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은 이들을 즉각 직위해제 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발등의 불끄기에 급급하다.
사건은 경남경찰청이 ‘여름 휴가철 음주운전 집중단속-타지역 원정 술자리 대비 주요 진·출입로 음주단속 강화’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4일 발생했다.
거창경찰서 A 경감은 이날 다른 회원 2명과 함께 골프를 치고 함양읍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오후 9시께 함양읍을 출발해 안의면 방향으로 운전을 하던 A 경감은 지곡면 도로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냈다. 혈중알코올농도 0.1%가 넘는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A 경감은 사고를 낸 뒤 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피해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음주 뺑소니 20분 만에 붙잡혔다. A 경감은 경찰 조사를 받으며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함양경찰서 소속 면지역 치안센터장인 B 경감도 음주운전 중이었다. B 경감의 자동차는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웠고, 음주운전을 의심한 다른 운전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B 경감의 혈중알코올농도도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경감은 이번 음주운전 적발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양경찰서는 이와 관련해 B 경감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당시 상황과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하며 내부적으로 입단속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의 직위를 해제하고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남경찰청은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지자 경남경찰청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도내 경찰서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긴급 소집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은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과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간부들이 음주운전과 음주사고 뺑소니까지 일으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강한 질책이었다.
“한 잔의 술도 마시면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상시 단속에 나섭니다.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 개선을 위하여 운전 중 음주의심 차량이 있는 경우 적극 신고해주십시오.”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암행순찰차 등을 활용한 주요 진·출입로 음주운전 단속 강화를 발표했던 경남경찰. 간부급 경찰들의 한날한시 음주운전과 뺑소니로 무색해진 단속의지와 실추된 위상을 어떻게 추스를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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