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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이 아직도…'매매혼'이 차별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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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이 아직도…'매매혼'이 차별을 생산한다"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⑦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여성만을 위한 법도,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도, 장애인만을 위한 법도, 인종적 차별을 겪는 자들만을 위한 법도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다. 사회 각계 각층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평등의 에코-100(echo-100)' 캠페인의 취지가 그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부터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는 죽음, 밥벌이 때문에 견디는 직장갑질, 저 멀리 북극곰의 문제, 미친 부동산 가격 문제 등등. 이것들은 이제 평등에 관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프레시안>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100명의 선언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가 고민한 차별에 대해 물었다. <프레시안>은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시민들을 릴레이로 인터뷰 해 싣는다.편집자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① "조주빈 처벌하면 만사 끝?…성차별 끊어내는 게 폭력 근절의 전제" (☞바로가기)

② "죽음 마저도 차별당하는 사람들…장례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바로가기)

③ "'저렴한 목숨'은 죽어도 되나…산재와 차별은 같은 뿌리" (☞바로가기)

④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들에 "학교는 어쩌고 왔니"라 묻기 전에 (☞바로가기)

⑤ "대한민국의 부동산 경제, 청년들 등에 빨대를 꽂고 있다" (☞바로가기)

⑥ "'지잡대 나오니 그렇지'?...직장 모욕과 갑질은 차별의 다른 이름" (☞바로가기)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

한국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주민은 인종, 출신국가 등에 따라 지위가 다르다. 지역을 의미하는 '동남아'가 멸칭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거기에 성별이 섞이면 더 복잡하다. '베트남 처녀'에 담긴 의미는 좀 다르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어느 나라나 이주민 차별 문제가 있다. 한국이 유독 심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여전히 아시아개발도상국 출신, 비백인 이주민은 낮게 보는 시선이 남아있다"고 했다.

한국에 정착하고 가족을 만든 결혼이주여성은 본국에서의 살아온 날보다 더 긴 세월을 한국에서 살아도 여전히 '우리'는 아니다. 결혼이주여성, 나아가 이주민의 삶에는 국가권력이 사람을 구분하고 동원하고 계급을 만들어 유지한 역사가 있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복합차별'을 설명할 때 이주여성을 예시로 많이 든다. 복합차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원옥금 :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이주민 정체성과 여성이라는 소수자의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 또 대부분 결혼이주여성은 일을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주민이면서 여성이고, 기혼여성,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복합적으로 얽힌 차별을 겪는다.

결혼이주여성은 우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다. 직장 내에서 오래 일하고 능력이 있어도 승진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단기 계약직으로만 채용한다거나 호봉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매년 최저임금 받는 거다.

작년에 인권위에 진정서를 넣은 통·번역사 차별문제가 그런 문제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특화사업인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에서 결혼이주여성을 통·번역사로 고용한다. 그런데 호봉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1년씩 계약하고 승진 안 되고 매년 최저임금이다. 공부해서 자격증도 따고 전문성을 쌓고 경력이 쌓이는데도.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구성원이다. 대부분 평생 한국에서 살아야 하고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여러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이주민 중에서도 한국사회의 문제에 좀 더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결혼이주여성이 당하는 심각한 가정폭력 사건이 많이 있었다.

원옥금 : 가정은 결혼이주여성의 울타리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차별과 폭력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정 내에서 어떤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이주여성의 의견은 무시되는 사례를 많이 상담한다.

언어나 문화 차이의 이유도 있지만 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에 제가 상담한 사례, 남편한테 엄청나게 폭행을 당하다 고막이 뚫리기까지 한 분이 있었다.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고 아이가 있었다.

그분이 경찰에 신고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하고서야 자기가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양육권은 아이에게 누가 좋은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주어지니까. 그런데 결혼이주여성인 그분은 조건상 양육권을 가져오기 불리했다. 남편은 직업도 있고 고정된 소득도 있고 차도 있고 집도 있고 기반이 다 있는데 그분은 아니었다. 직업은 불안정하고 돈도 없고 집도 없다.

프레시안 : 결혼이주여성이라고 양육권을 뺏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결혼이주여성이면 뺏길 수밖에 없다.

원옥금 : 그분은 그래서 그렇게 폭행을 당하고도 아이와 헤어질까 봐 결국 이혼소송을 취소했다. 경찰에 신고한 것도 남편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 표시했다. 남편한테 협박을 당한 거다. 소송 취하하고 폭행신고 취소 안 하면 아이를 뺏겠다고. 이혼 못 하고 지금은 아이를 데리고 따로 살고 있다.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사례는 10여 년 동안 가정폭력을 당한 분이다. 아이가 없는 경우였다. 그런데 결혼이주여성은 아이가 없으면 이혼을 못 한다. 비자 연장이 안 돼 출국해야 한다. 추방당한다. 출입국관리법이나 국적법상에 그런 부분이 있어서 남편이나 시댁 식구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당해도 대응하지 못한다.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사건' 후 이주여성들 연 간담회. "명백한 살인 동기가 없다"며 살인죄로 기소된 남편에 무죄를 선고했다. ⓒ페이스북 생중계 갈무리

프레시안 : 결혼이주여성은 주로 농촌에 거주할 것 같다. 지역적으로도 분리되고, 지역차별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원옥금 : 농촌에 많이 거주한다.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때문에. 2007년만 해도 60개 넘는 지자체에서 장가보내기 사업을 했다. 강원도 쪽이 특히 많았다. 지금도 30군데 정도 조례가 남아있다. 농촌 인구 늘리기 목적이다. 취지에 그렇게 써있다.

그게 좋은 사업이 아닌 거란 걸 알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한다는 점에 한국인들이 많이 놀란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니까 점점 줄어가는 추세지만,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고 농촌 인구가 계속 줄어드니까 지자체로써는 더 절실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유지할 수 없다. 해선 안 된다. 다문화가정은 앞으로 더 취약해질 거다. 사회 위계질서 아래에, 맨 밑의 계급을 만드는 구조다. 지금 온라인 댓글만 봐도 정부가 완전히 결혼중개업자가 돼 매매혼을 장려한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그런 문제에 개입하는 거 자체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인식이 너무 안 좋아 걱정이다.

프레시안 : 최근에 문경시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라고 베트남 유학생과의 만남 주선, 이런 걸 추진해서 비판을 받았다.

원옥금 : 아마 코로나 때문에 국제결혼을 할 수 없으니 이미 한국에 있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 같다. '베트남 유학생'이라고 콕 짚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동행을 비롯한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문경시에 공문 보내고 항의하고 그랬다. 문경시에서는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취지 자체는 맞다고 했다. 사업은 취소한 걸로 알고 있는데 사과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5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심각한 차별이다. 이 사업을 멈췄으면 좋겠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속헹 씨 사망사건이 있었다. 이후에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실태가 알려졌다. 지자체에서도 실태조사를 하고 그랬었는데 어떤가.

원옥금 : 속헹 씨는 이주노동자 중에서 농업노동자다. 농촌에 노동자가 부족하니까 베트남,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 네 나라를 대상으로 정부가 고용 쿼터를 줬다. 3만 명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농업노동자의 숙소는 2012년부터 앰네스티에서 조사하고 있다. 매년 지적한 문제가 그대로다. 농지에 숙소를 지어 놓는데 거의 대부분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가건물이다. 샌드위치 패널 덧대고 가설설비를 설치한다. 햇빛도 안 들고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수도시설이 없는 곳도 꽤 있다. 그럼 한겨울에 펌프 같은 걸로 물을 퍼 올려서 끓여 써야 한다.

이런 숙소는 농지에 지어서 홍수에도 취약하다. 물이 안 빠지는 땅이다. 원래 농지에 건물을 짓는 게 불법이다. 근데 농업노동자 숙소는 허가해 준다. 고용노동부에 수차례 문제 제기했지만 지자체에 신고하라는 게 다다.

프레시안 : 신고하면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나.

원옥금 : 최근에 고용노동부에서도 나섰다. 속헹 씨 사망 사건으로 숙소문제에 관심이 높아져서 비닐하우스 숙소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허용해준다고 했다.

사업장 변경은 고용허가제 문제와 관련된 부분인데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전에 제한이 있다.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직장을 옮길 수 없다. 숙소가 너무 위험하고 문제가 되니까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장 변경을 허용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이 이걸 잘 몰라서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연락한 사람들도 몇 번 도와줬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는 그렇게 했지만 사실 잘 안 되고 있다. 사업주 반발 때문에 안 보내준다. 사업주랑 합의하라고 하고 끝이다. 그것 때문에 지역 고용센터와 많이 싸웠다. 싸우니까 움직이더라.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에서 기숙사 문제를 조사했었다. 앞으로 1500만 원을 지원해서 기숙사를 짓고 기숙사 하나에 열 농장, 이렇게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프레시안 : 농촌에서 거주하면서 일을 하려면 숙소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지금까지 숙소문제가 방치됐다는 게 놀랍다.

원옥금 : 농업노동자는 거기에 기숙사비를 내야 한다. 사업주가 한 달에 얼마씩 기숙사비를 이유로 월급에서 13% 정도 공제한다. 원래는 숙소가 아무리 나빠도 다른데 못 간다. 사업장 변경이 안 된다.

그리고 농업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은 적용이 안 된다는 문제도 있다. 우선 휴게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달에 이틀, 격주 토요일에만 쉴 수 있다. 연장근로 해도 연장수당을 받을 수 없다.

법이 만들어진 1950년대는 농업에 그런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르니까. 비나 눈이 많이 오면 일 못하니까 쉬었다. 지금은 아니다. 시설에서 재배해서 날씨 영향도 예전만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옛날 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2020년 10월 이주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희망의친구들

프레시안 : 동행에서 목소리 내는 문제는 또 어떤 게 있나.

원옥금 :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고용허가제상 사업장 변경 금지 문제 이 두 가지가 동행의 중요한 이슈다.

동행에 오는 상담은 사업장 변경 문제가 많다. 아픈데 사업장 변경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한두 건 있었는데, 3년 동안 일한 분이다. 무거운 걸 많이 들어서 허리가 안 좋아졌다. 허리가 아파서 그 일을 더 하기 힘든데 사업장 변경을 할 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다.

또 용접하다 건강이 나빠지신 분도 있었다. 사업장에서 전용 마스크가 아니라 일반 생활 마스크를 준 거다. 연기 때문에 마스크가 새까매질 정도였다. 비염이 심해지고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나빠졌다. 그런데 사업장 변경 안 해준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런 사례가 많다.

프레시안 :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문제는 오래된 문제다. 여성이주노동자는 성희롱에도 대처하기 어려운 그런 문제로도 이어진다.

원옥금 : 동행을 비롯해 여러 이주민 인권단체에서 사업장 변경 문제를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속헹 씨 사망 사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국민의 공감을 받기 힘들더라고 했다.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이주노동자가 세 번까지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했는데 동료 의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서 발의 못 했다. 이주노조와 이주민 단체들이 원래 주장한 것은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할 수 있는 거였다. 그렇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저희도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 진행이 안 되고 있다.

프레시안 : 정리해보면 차별이 구조로 만들어진 상태다. 차별적인 위치에 놓이고 차별을 이유로 또 차별당한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에서도 문제가 됐다.

원옥금 : 한국이 아무래도 방역선진국이다 보니 다른나라에 비해 이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사각지대에 놓여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했고 또 합법체류자여야 구입할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소외됐고, 경기도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집단검사가 있었다. 비슷한 대책이 있었는데 서울시에서는 문제 제기하니까 바로 시정이 됐다. 그런 식으로 문제가 드러나고 지적하고 다시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책을 내놓으면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제 백신문제가 남았다. 건강보험 가입한 장기체류자는 국민과 동일하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미등록이주민은 제외하고 있다. 차별관점에서 문제일 뿐 아니라 코로나 방역에서 허점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에 제정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나.

원옥금 : 차별금지법은 외국인, 이주민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법이다. 그래서 사회 전반적으로 소수자의 인권을 끌어 올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양한 영역의 단체,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장애인, 여성, 한부모 가정 등도 있었고 노동단체, 환경단체 등도 있었다. 특히 성소수자. 저는 한국에서 살면서 이주민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보니까 성소수자 차별이 정말 심했다. 이주민 차별 심하다고 했는데 성소수자 차별이 정말 심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권의식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존엄하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는 시작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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