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경남교육감 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말을 아껴 왔던 박종훈 교육감이 3선 도전 가능성을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사했고, 보수진영에서는 도교육감 탈환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만 10여명에 이른다.
보수진영에서는 지난 2018년 17대 경남교육감 선거에서 표가 분산돼 현직 교육감이 유리했던 기억이 각인돼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종훈 교육감의 3선 출마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이 생겨나고 있다. 재선 성공 후 3선 출마는 없다고 공식 선언하며 도민들과 약속한 것을 슬그머니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약점이 될 만한 지점도 있다. 박종훈 교육감의 직무수행에 대한 경남도민들의 평가 결과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전국 시·도교육감 직무수행 평가결과를 종합해보면 박종훈 교육감의 재선 후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최하위로 밀려 고전하기도 했고, 긍정평가 지수 또한 다른 시·도교육감들과는 달리 자신의 재선 득표율을 단 한 번도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집하는 보수진영과 박종훈 교육감의 3선 출마 저울질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다신 출마 않겠다”에서 ‘미련 때문에?’
박종훈 교육감이 3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건 지난 24일 도교육청에서 가진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당시 남해에서 13세 여학생이 계모의 폭행으로 숨지는 사건이 하루 전에 발생했음에도 예정된 기자간담회는 열렸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기자간담회를 열지 말지)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은 아니다”며 “긴급교육장회의를 소집했고, 예정된 기자간담회를 취소하지 않고도 챙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3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추구하는 가치 실현을 위해 한 번 더 (교육감)을 해야 하는 것인지”라고 도전 가능성을 내비췄다. 또 “(주저 없이 역할을 내려놓는 것까지 포함해) 그것이 판단되는 일정한 시점에 도민에게 입장을 말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1월 5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우회적으로 출마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 당시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교육청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미래교육지원플랫폼 ‘아이톡톡’ 사업에 대해 “최소 3년 정도 걸려야 유의미한 데이터가 추출된다. 이 사업만은 제대로 성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올해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연말 정도에 (3선 도전 여부를)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박종훈 교육감이 “4년 뒤에는 정치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한 선언과 약속을 스스로 깨고 ‘3선 교육감’이라는 정치적 욕심과 명분을 점차 키워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확대되고 있다.
박 교육감 ‘전국 하위’ 직무수행 지지도 걸림돌
박종훈 교육감이 3선 출마 명분 찾기와 도민 설득만큼 쉽지 않은 난관도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의 초라한 성적표가 그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선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상반기 2년 동안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도민들의 직무수행 평가결과 긍정평가 평균은 39.0%였다. 이 기간의 평균 순위도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공동13위로 하위권이었다.
평가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박종훈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며 얻었던 득표율은 48.39%였던 데 반해 재선 교육감 첫 번째 달인 2018년 7월 조사에서 직무수행 지지도 46.3%와 3개월 뒤인 10월 48.0%로 득표율보다는 낮지만 근사치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향세로 전환한 뒤 2019년 9월 조사에서는 31.0%로 최저치를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재선 교육감 하반기로 접어들어서도 성적표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순위는 13위, 9위, 12위로 중위권과 중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이때 도교육감별 순위에서는 8위, 9위, 8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해 더 초라한 성적이었다. 전국 도교육감은 모두 9명이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전달보다 4계단 내린 전국 16위를 기록했고,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으로 17위를 기록해 ‘전국 꼴찌’의 오명을 받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승세를 탔다. 1월 13위에 이어 2월 공동11위로 중위권에 진입한 뒤 3월 7위, 4월 5위를 기록하며 41%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평가 결과에서는 37.7%로 긍정평가율이 3.8%p 하락했으며, 전국 순위는 6계단 내린 11위로 다시 떨어졌다. 도교육감별 순위는 8위였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가 전국 시·도교육감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상당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충북도교육감(57.13%), 강원도교육감(54.12%), 대전시교육감(53.0%), 제주시교육감(51.2%), 세종시교육감(50.07%)에 이어 6번째로 높은 48.39%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직무수행 지지도는 단 한 번도 그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이에 반해 지난달까지 25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꾸준한 5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 선거에서 38.4% 득표율로 당선됐음에도 직무수행 지지도는 그보다 10%이상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득표율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인 교육감들은 다수이다.
현직 교사 A 씨는 “박 교육감에 대한 교육현장의 평가 분위기는 딱히 호불호가 명쾌하지는 않다”며 “전국적으로도 진보 교육감들이 3선 도전에 나서는 모양새이기는 한데, 굳이 박 교육감이 다시 경남교육의 수장이 돼야 하는 이유를 딱히 찾지 못하겠다는 게 주위 동료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종훈 교육감이 3선 출마를 결심하고 공식화할 경우 ‘약속 뒤집기’라는 비난 우려와 ‘낮은 직무수행 평가’라는 두 가지 당면한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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