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저렴한 목숨'은 죽어도 되나...산재와 차별은 같은 뿌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저렴한 목숨'은 죽어도 되나...산재와 차별은 같은 뿌리"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③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평범함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평범함'이란 게 대체 뭘까. 나는 평범한가, 평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가. 평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평범한가. 반대로 평범하지 않은 건 노력이 부족해서인가, '비정상적'인 건가.

'평범'이라는 단어가 평범하지 않게 들린 건 지난 5월 말이었다.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을 때, 청원 이유에 들어있던 '평범함을 빼앗긴 사람'이란 문구에 꽂히면서다.

청원은 지난해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사건을 알린 당사자 A 씨가 작성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한 '평등의 에코-100(echo-100)' 캠페인이 출범했다. 인권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영역에 있는 100명의 사람들이 지지를 선언하며 국민동의청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 씨가 면접에서 겪은 사건이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졌듯이 100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경험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5월 25일부터 시작된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의 결과는 약 3주만에 나왔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형사사건인 디지털 성범죄부터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는 죽음, 뭐 같은 밥벌이 때문에 견디는 직장갑질, 저 멀리 북극곰만의 문제인 것 같은 기후위기와 '오늘이 제일 싼' 집 문제 등등.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은 사실 평범해선 안 될 이야기로 굴러간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묘하게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면 이제 합의가 아니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일 거다.

<프레시안>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100명의 선언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자가 고민한 차별에 대해 물었다. <프레시안>은 '평등의 에코-100(echo-100)'에 참여한 시민들을 릴레이로 인터뷰 해 싣는다.편집자

[차별의 평범성 드러내기]

① "조주빈 처벌하면 만사 끝?…성차별 끊어내는 게 폭력 근절의 전제" (☞바로가기)

② "죽음 마저도 차별당하는 사람들…장례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바로가기)

▲전태일 동상 앞에 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산업재해에 이제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이름.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24살 김용균 씨다.

2021년 오늘날에도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다. 김용균 씨 사망 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에나 시행된다. 원래 법안 이름에 있던 '기업'은 어쩐 일인지 빠졌다. 그런 세상이다. 하루에 몇 명이 죽고 그 유족들이 몇 년째 거리를 헤매도, '더 중요한' 목소리가 있다. 어떤 이름은 언급하는 것도 어렵고 힘들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아들 용균 씨 죽음 이후 산재는 특정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겨울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산재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단식을 했다. "용균이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용균이처럼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김 이사장의 말이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평등의 에코-100>에 참여했다.

김미숙 : 우리 사회에 놓인 많은 차별이 있다. 성차별, 장애인차별 등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이런 것들이 사회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용균이가 떠나고 더 이상 용균이처럼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재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산재가, 노동자들이 계속 죽는 이유가 하청, 비정규직,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약자를 차별하고, 차별이 약자를 더 약자로 만든다. 약자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 산재는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나. 차별과 어떤 관련이 있나.

김미숙 : 산재와 차별은 연관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노동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노동자는 내가 아닌 따로 있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한다. '노동'을 낮게 보는 시선도 있다. 산재, 노동현장의 문제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동자는 일하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누구도 일하다 죽어서는 안 된다. 조금만 안전하면, 안전조치만 제대로 갖춘다면 산재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기업의 인식, 국가가 산재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그렇다. 안전을 경시하고 안전은 시간 들고 돈 들어가는 일, 유난스러운 것으로 몰아간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조차 안전의식이 없어지게 한다. 저는 이게 매우 잘못된 축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용균 씨도 일하면서 안전문제를 여러번 지적했었다.

김미숙 : 용균이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원청에 28번이나 시정을 요구했다. 위험하다고 느낀 거다. 그런데 원청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현장을 그대로 방치했다. 하청 노동자 얘기를 들어 줄 이유가 없는 거다. 용균이가 피켓까지 들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

용균이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비정규직으로 내몰아서,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한 거다.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지 않나. 원청이 위험한 일은 모두 하청에 떠넘기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고는 다 하청 책임, 노동자 책임으로 돌린다. 현장 노동자들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말해도 듣지 않고, 기계나 설비도 다 원청 거라 원청에서 다 결정하는데도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간다.

이런 원하청 구조가 안전 책임을 빠뜨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핵심에 이 구조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얼마 전 평택항에서 고(故) 이선호 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 현장에도 갔었다. 산재현장에서 유가족을 만날 때 어떤가.

김미숙 : 소중한 가족이니까. 유족들이 겪을 아픔이 얼마나 큰지 겪어봤기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죽은 사람들의 목숨도 아깝고 남은 인생도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소중한 목숨들이 죽음에 내몰려있다. 그런데 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사람이 많이 죽고 있는데도, 수십 년 동안 같은 이유로 죽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숫자로만 확인하고 끝이다. 반성도 없다. 그때마다 내놓는 재발 방지 대책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그런 사고를 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더 그런 것 같다. 위험한 현장에 갈 일도 없고 완전히 남의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아니다.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고 위험은 항상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요구했으면 좋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본회의 통과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에 시행된다. 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한달 가까이 단식도 했다. 시행은 되겠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법 통과된 날에는 눈물을 흘렸다.

김미숙 : 제일 마음 아팠던 부분은 산재 대부분, 80% 가까이가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완전히 적용이 제외됐다. 80%에 달하는 사고는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공무원이 직무유기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빠졌다.

프레시안 : 인과관계 추정 조항도 빠졌다.

김미숙 : 산재는 대부분 사업장 안에서 일어난다. 사고 관련된 모든 증거나 자료는 회사가 갖고 있는데도 회사는 사건을 빨리 덮어야 하니까 증거도 없애도 자료 제공 협조를 부탁해도 아주 비협조적이다.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완전히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다. 생계나 일상을 다 뒤로하고 매달려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지금 우리사회다.

유족이 가족을 잃고 아픔을 겪어내기도 힘든데 사건도 직접 나서서 앞장서서 밝혀야 한다. 그래서 인과관계 추정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이런 게 다 빠졌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부분이 처벌조항에서 우리가 처음 제안한 안에는 벌금액의 하한선을 높였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부분이나 안전을 소홀히 한 사업주와 책임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도 빠졌다. 처벌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사고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도 이미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가 나온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프레시안 : 산재가 발생할 때마다 '김용균'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제2의 김용균 사건' 이런 식으로. '김용균법'이라면서 산업안전보건법도 바궜는데, 결국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미숙 : 산안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법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다 빼버렸다. 사람을 많이 살리고자 법을 만드는 건데, 그런 기본 뼈대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다 빠지니까 법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번에 평택항에서 이선호 씨가 사망한 사건도 정말 충격이었다. 산재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고 생각했는데. 항만 쪽은 전혀 아니었던 거다. 현장에 기본적인 안전수칙, 법 조항이나 이런 것들을 세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안전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항만은 캐보면 캐볼수록 엉망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항만에서도 일을 잘 아는 사람들, 현장에서 오래 일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실태를 파악하고 여기에 뭐가 필요한지 그런 걸 파악했으면 좋겠다. 현장의 이야기가 반영된 관리감독 계획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사건으로 항만 쪽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바다 쪽에,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관심도 많이 안 가지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도 사고를 막고자 하는 움직임이 그동안 크게 없었다. 이번에 이선호 씨 아버지인 이재훈 씨가 목소리를 내고 함께 해주고 있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그쪽에 시선을 많이 주고 함께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고 김용균 씨

프레시안 : 김용균 씨 사건의 재판이 올해서야 시작됐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미숙 : 다섯 번 정도 진행됐다. 처음에는 원하청이 서로 자기 책임 아니라고 떠넘기는 그런 공방이 있었다.

한 네 번째인가부터 증인들이 나와서 용균이가 왜 그렇게 위험한 설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했다. 회사 측에서는 증인들한테 계속 안 들어가도 되지 않았냐, 원청에서 들어가라고 지시했느냐 그렇게 물어봤다.

용균이 동료들이 그 기계가, 그 작업이 몸을 밀어 넣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기계 설비를 그렇게 만들어놓은 건 원청이지 않냐고. 용균이는 그래서 들어간 거다. 기계에서 이상소음이 나면 사진을 찍어서 위에 보고해야 했다. 사진을 찍으려면 내부를 봐야했고 그러려면 기계 안에 머리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하고 그래서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다고 용균이 동료들이 그랬다.

프레시안 : 그런데도 원청에서는, 안전장치도 제대로 안 만들어놓고 이상 소음이 생기면 사진 찍어서 보고하라고는 했지만 직접 들어가라고 시킨 적이 없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가.

김미숙 : 원청에서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고 용균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용균이 사고 후에 지금은 이상소음이 나면 기계를 멈추고 확인하게 바뀌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그때도 그렇게 기계를 세워서 하면 되는데 그땐 왜 안 세웠냐고. 원청에서 들어가라고 시킨 적 있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너네 멋대로 들어갔으니 너네 책임이다, 이런 식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나와서 그렇게 주장한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변호사들이. 원청이 주장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동료들의 증언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아직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인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김미숙 : 난감한 적도 있었다. 증인으로 용균이 바로 사수, 용균이한테 일을 가르쳤던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은 자기한테도 불리하지 않게, 원청도 불리하지 않게, 그렇게 증언했다. 원청에서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나 싶다.

원청 측 변호사가 "원청이 현장에 내려와 지시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까 "나한테 직접 한 적은 없다" 이런 식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한테 지시할 때도 '저기 낙탄이 떨어지고 있다'라고만 했지 그걸 치우라고 하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치울 때도 있고 안 치울 때도 있었다", "심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둘 때도 있었다"고 했다. 두루뭉술하게, 원청이 빠져나갈 수 있게.

그런데 그 말도 그렇지 않나, 낙탄이 떨어져서 컨베이어벨트에 닿으면 불이 날 수도 있다. 치워도 되고 안 치워도 되는 게 아니다. 원청에서 내려와서 하청 노동자들한테 '저기 낙탄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치우라는 소리 아닌가. 나는 압박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위험의 외주화라고 한다. 원청은 안전이나 관리감독에 드는 비용을 아낀다. 반면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데 고용도 불안정하고 문제제기도 못한다. 너무 불리하다.

김미숙 : 그렇게 시설을 만들어놓고 노동자들을 위험하게 일하게 한 건 원하청이 정말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가 그렇게 나서 사람이 죽는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구조를 다 자기들이 만든 거다. 위험을 외주화하고, 자기들 일 아니라고 안전도 신경 안 쓰고 위험을 방치하고. 원청에서는 외주줬으니 하청 책임이라고 하는데 그 기계는 원청 것이다. 건드릴 수 있는 권한이 하청에 없다.

용균이는 28번이나 시정요구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아주 작은 것, 돈도 안 들어가고 이런 것만 해줬다고 증인이 이야기하는데. 진짜 중요한, 목숨을 잃을만한 위험 요소는 그냥 두고. 이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사고 현장이 알려지고 너무 열악하고 위험해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직접 수차례 찾았는데, 어땠나.

김미숙 : 현장 조도도 컨베이어벨트 안에 철제가 쌓여있고 컴컴했다. 조도 측정하니까 1도 나왔다. 그런 곳에서 휴대폰으로, 헤드랜턴도 지급 안 되고 손전등도 고장나서 자기 휴대폰으로 밝혀가면서 현장을 점검해야 했다.

그러다가 그 개구부, 그런 데를 들어가서. 회전체가 개구부에서 바로 보이기라도 했으면 안 들어가도 되는데. 밖에서는 안 보이게 돼 있었다. 다는 아니지만 회전체가 안에 있는 데가 몇 군데 있었다. 그런 데는 몸을 넣어야만 보인다. 이상이 있으면 머리를 넣어야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또 사진을 찍어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분진이 날리니까 더 가까이 가서 찍을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안전줄은 바깥에 있고. 그 기계가 속도도 엄청 빠르고 위력도 쎈데, 거기에 사람 옷깃이나 뭐가 빨려 들어가면 방어할 대책이 아무것도 없다.

그 안전줄이라는 줄은 바깥에 있는데 당겨줄 사람도 없고.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자기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한다. 용균이가 잘못한 거라고 한다. 정말, 그러는 것 자체가 아주 사람으로서 할 수가 없는...

프레시안 : 용균 씨 사고 후에 재단도 만들고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법 제정도 그렇지만 산재현장에서 유가족 옆에 항상 있었던 것 같다.

김미숙 : 저도 이 일 겪기 전에 나만, 내 가족의 안위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랬다가 애를 내보내니까 바로 이런 사고가 나고.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거였다. 점점 위험해지고 있었다, 나라 전체가. 이런 사고가 나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사회에 만연하구나, 일터도 안전하지 않구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구나 싶었다.

내 가정만 생각해도, 결국은 밖에 나오면 안전하지 않다. 저는 이제 사회 모든 곳이 안전해야 내 이웃이 안전하고 내 가족도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각자 알아서 살게 한다. 힘 없는 사람들끼리 싸우게 하고. 그러면 안 된다. 사람들이 이웃을 돌아보고 존중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연대해서 더 큰 힘을 모아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연대라는 게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당한 사회, 가려진 일들이 너무 많다. 저는 힘 없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이런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은 힘 없는 사람들의 연대라는 뜻인가.

김미숙 : 우리나라가 엄청 발전했음에도 부익부 빈익빈 심하고 차별이 심하다. 잘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 좋은 세상이 됐다. 시민 대부분이 지금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일용직, 특수고용직, 더 위험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일터에서는 사람들이 일이 너무 많고 힘들고 더 위험한데, 많은 청년이 직업을 못 구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다. 일부러 노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건가 싶을 정도다.

취업하면 비정규직, 회사에서 언제든 잘라낼 수 없는 존재가 되다 보니까 힘도 없다. 거기서 버티려면 말을 잘 듣고 할 말도 못하고 자기 권리도 요구 못하게 만들었다. 회사 안에서 괴롭힘 당해도 말도 못하고. 다치고 아프고 결국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

이게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차별은 인간의 삶을 갉아먹는다. 우리사회가 계속 돈만 중시하면 그 속에서 사람은 가치를 잃는다. 죽는 것도, 살리는 것도 그냥 돈으로만 생각하고. 계속 누가 죽는 게 돈 아끼는 방법이고 누구 목숨은 저렴하고. 그런 세상을 바꿔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