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억 회분을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영국 콘월 세인트아이브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5억 회분 구입해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섰다. 미국은 저개발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코백스(COVAX)에 선진국들이 기부에 앞장서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기를 원한다.
바이든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은 올해 8월부터 연말까지 총 2억 회분, 내년 상반기에 3억 회분을 공급할 것이라고 시기를 제시했다. 그는 "이것(백신 접종)은 수천 만명의 미국인이 다시 그들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다"며 "어려운 시기, 미국은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뻗는다. 우리의 가치는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백신 기부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취임 후 첫 국외 순방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귀환"을 선언하고 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명분으로 '고립주의'를 추구했던 외교 방향을 전면 수정해 민주주의를 주도하는 국가로서 리더십을 회복하고 유럽의 동맹국으로서 가치를 강조하고 싶어한다. 바이든은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벨기에에서 열리는 나토 동맹국들과의 회담 등에 참석하고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의 이날 백신 기자회견을 신호탄으로 이런 외교 정책을 하나하나 풀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크게 다음 두가지다.
1. 바이든의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하다
유럽 국가들이 보기에 바이든은 미국의 불안한 국내 정치 위에 서있는 대통령이다. 지난 1월 6일 의회 무장 폭동은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너무나 충격적으로 전세계에 드러냈다. 이런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은 여전히 미국 정치의 한 축이다. 공화당 지지자 중 3분의 1이 여전히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3분의 2는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나 그의 추종자 중 한 명이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바이든의 "미국의 귀환"은 4년짜리 약속이 될 수 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은 당연히 바이든의 외교 정책에 훨씬 더 호의를 갖고 기꺼이 같이 하고 싶어하더라도 바이든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 양극화된 국내 정치 이슈에 더 매몰될 수 밖에 없다. 당장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뿐 아니라 하원에서도 다수당이 된다면, 바이든 정부는 손발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2.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입장이 다르다. 바이든은 중국을 러시아보다 더 중대한 장기적인 '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으며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와 관계도 중국과 마찬가지다. 푸틴과 그의 정부는 사이버 공격, 정치 개입, 우크라이나 인근에서의 공격적인 군사작전으로 서방의 안정을 계속 흔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연합전선에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주요 가스관이 새로 문을 열였다. 바이든과 푸틴의 16일 예정된 정상회담은 그래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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