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운이 좋았던' 코로나19 대응...여전히 해결 안 되는 의료인력 문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운이 좋았던' 코로나19 대응...여전히 해결 안 되는 의료인력 문제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현장에서 본 코로나19 간호 인력 부족 사태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바로 가기 : 시민건강연구소)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기 시작한지 벌써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전 국민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도전중이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줄어들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는 한참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가장 먼저 코로나 대폭발을 경험한 대구지역 의료현장에서 경험한 인력문제를 중심으로 짚어보려고 한다.

먼저 필자가 누구인가를 말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노동조합 대표을 맡고 있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된 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본부 회의에 노조대표로 참가하여 일반병동을 코로나 전담병동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함께했다. 30년 노동조합 역사상 노사가 이렇게 긴밀하게 공동대응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역 10개 코로나 전담병원 노동조합이 공동대책회의를 하고 대구시에 방호물품 문제, 인력문제, 의료 인력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면서 지역 전담병원 현장이 겪고 있는 상황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작년 2월 대구에 코로나19가 터지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상준비보다 의료인력 준비였다. 특히 의료인력 중에서도 간호사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 국민적 관심과 호소로 전국에서 지원 간호사들이 달려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방부 간호대학 졸업식을 한 직후 바로 파견된 간호장교(신규간호사)까지 대구에 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코로나 전담병동으로 배치된 간호사들은 인력부족 문제와 정부가 취한 태도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의 담당부서든 병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현장의 인력부족문제로 얼마나 심각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또 정부가 현장 당사자 의견을 외면한 채 인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결국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 인력이 소모품으로 취급받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 진정한 공공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간호 인력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그 대책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현장 노동자 희생에만 의존한 감염전문병상 대책

1차 대유행 당시 감염병 전문 격리병상이 25개 뿐이던 대구는 긴급하게 코로나 병상을 1500~1600병상으로 늘려야 했다. 이를 위해 대구지역 대형병원 10곳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전담병원 시스템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병원노동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코로나 전담병원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 과정은 결코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어있는 병상이 아니라 일반 환자로 가득 차 있는 병상을 하루 이틀 만에 비워야 되는 상황이 큰 난관이었다. 입원환자에게도, 환자를 돌보는 간호인력에게도 엄청나게 힘든 상황이었다. 아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가도록 설득하여 인근 병원으로 전원 보내거나 퇴원시켜야 했다. 퇴원이든 전원이든,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에 이는 짐을 싸듯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현장은 막중한 업무로 인해 혼란 그 자체였다.

코로나 환자를 받기 위한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직원과 환자들이 다니는 경로가 겹치지 않게 동선을 분리하는 일, 감염관리에 필요한 물품 준비, 간호인력과 지원인력의 역할분담 방안, 폐기물 처리, 세탁물 관리 방법, 방호복 착용 교육 등 코로나 치료병동에 필요한 새로운 업무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인력을 교육해야 했다. 방호복을 입고도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어떤 교육도, 준비도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전쟁 상황 같았다 고 모두가 말한다. 이전에 신종플루, 사스를 겪었던 정부가 미리 감염병전문병원을 준비하고 교육된 전문인력을 양성했더라면 이런 전쟁 같은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라도 정부는 신속하게 제대로 된 감염병전문병원을 준비해서 다시는 이런 혼란, 전쟁 같은 감염병상 준비, 병원 현장노동자들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없도록 해야 한다.

간호사 인력부족은 하루 번표, 대기상태 근무표 연속은 탈진으로

인력부족으로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시간이 길었을 때(초기에는 하루 4~6시간까지 방호복착용)는 간호사가 탈진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더구나 사태 초기에는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인해 2교대 근무가 진행됐다. 3교대가 가능한 곳에서도 당일 근무표가 근무 전 1~2시간 전에 전달되었으니, 모두가 언제 호출될지 모르는 대기상태를 이어가야 했다. 출근 전 발열 체크에서 열이나 감기 증상이 있는 간호사는 투입 보류되고 기숙사에서 대기 중인 간호사가 근무에 들어가는 일도 많았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당장 내일 근무시간을 모르니, 언제 불려나갈지 몰라 대기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간호사들은 더욱 지쳤다.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넘은 지금 현재도 공공의료기관 전담병원은 일반환자를 받았다가 확진자가 늘어나면 감염병동으로 전환하는 일을 수시로 반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간호노동자들은 오늘은 이 병동으로 가라, 조금 있으면 또 저 병동으로 가라는 일방적인 지시를 받으며 근무지를 오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이라고 이성적으로는 이해하려하지만, 불안정한 근무상황이 1년을 넘어 2년째 이어지니 일상은 온전히 파괴됐다. 이 현실에 감정조절조차 안 되는 이가 적지 않다. 준비된 간호사인력이 더 확보되어 있다면 이런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고강도 노동이 이어지는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는 결국 현장 간호사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 의료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프레시안(최형락)

코로나 환자가 일반환자 간호와 비교해 2배 힘들다

작년 코로나 1차 대유행지역(대구)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던 6개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간호를 경험했던 간호사 250명을 대상으로 노조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간호했던 간호사 99%가 일반환자보다 노동 강도가 높았다고 답했고, 90%의 간호사들은 2배 이상 힘들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여했던 간호사들의 질적조사는 무척 힘들었다. 코로나19의 특성으로 인한 추가업무가 많았고, 평소 일반환자의 경우 보조인력과 보호자가 상주하면서 역할분담이 되지만 코로나19 환자 병동은 보조 인력과 보호자가 병동에 상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 이송, 사망자 관리, 청소 업무, 환자식사 보조, 위생 관리 등 수많은 업무가 오로지 간호사에게 집중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환자 직접간호 외에도 환자 물품관리는 물론, 택배 관리까지 해야 했다. 간호 기록 업무에서도 질병정보수집과 보호자 소통 등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로 인해 두 배, 세 배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간호사들은 호소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을 때 환자의 연령대가 높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럴 경우 간호 요구도는 더 커진다.

더구나 코로나19 환자의 중증도는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부가되는 노동이 많았다.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는 경우가 있고, 신종감염병이어서 정해진 프로토콜이 없으니 신규간호사의 경우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간호사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경력간호사가 현장에는 부족하다. 중환자 경력간호사는 더더욱 없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도 경력간호사 부족현상은 동일하다. 일반환자와 코로나 전담병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조건이다 보니, 경력간호사를 일반 중환자실에도 배치해야 하고 코로나 병동에도 신규 저연차 간호사만 배치해서는 안 되니 경력간호사를 찾지 못해 곤란을 겪는 상황이 늘 이어졌다.

파견은 문제를 더 키운다

1차 대유행은 갑작스러웠으니, 어쩔 수 없이 외부 파견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료인력 파견은 많은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간호사도 다른 병원 간호업무시스템에 적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같은 병원에서도 병동부서이동을 하면 간호사가 정상적인 역할로 적응을 하는 기간이 1~2주는 걸린다. 하물며 아무리 실력 있는 간호사라도 파견될 경우 시스템이 다른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환자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팀워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병원업무에서 사람이 계속 바뀐다면 혼란과 혼선, 그리고 또 다른 스트레스 가중 요인이 된다. 결국 파견은 환자간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현장이 불가피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파견으로 인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부의 코로나 의료진 차별대우 정책으로 인해 있었던 일은 구태여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파견 부작용 문제는 현장의료진 모두 하나같이 제기했다는 점만 재차 강조하겠다. 더는 파견방식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

지난 1차 대유행 당시 포항의료원 간호사 집단사직 문제를 두고 일부언론이 비난 기사까지 내어 며칠 떠들썩했던 일이 기억난다. 간호사가 공공병원을 떠나는 문제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종합병원 간호사 이직률은 20%(2019년)다.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48%(2019년)나 된다. 대구지역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 간호사 이직률은 26%(2019년)다. 다른 지역 공공병원 간호사 이직률도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직종 중에서 이 정도로 이직률 높은 직종이 또 있을까?

간호사 이직사유를 알아보니 1순위가 낮은 보수다. 그리고 다음이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조사된다(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조사). 포항의료원 간호사들도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사직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코로나 대유행 이후 대구지역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은 2차, 3차 코로나 대응준비로 간호사인력 확보를 위해 간호간병통합병동 운영을 확대(50%)하여 평상시 간호사 인력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낮은 보수와 고강도 노동 때문에 발생하는 높은 사직률(26%) 문제에 대한 대책을 못 세우다 보니, 인력확대는 아예 추진도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직하는 간호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사직자리에 채용공고가 나가도 민간병원보다 더 낮은 보수에 열악한 처우가 이미 소문난 곳이라 오려는 간호사가 없다. 그래서 간호사 빈자리는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를 더 올리게 되고, 결국은 사직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렇게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가 많다보니 병원 현장에는 경력 간호사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 경력간호사 비중을 간호사 연령대로 외국의료기관과 비교한 것을 보면, 한국은 20~30대가 72.4%이다. 반면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의 경우 35세 미만 간호사 수가 약 20%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병원의 낮은 보수와 고강도 노동현실 때문에 장기간 일을 하지 않고 병원현장을 대부분 떠나서 결국 숙련 간호사가 부족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숙련 간호사 부족, 간호인력 부족문제는 환자들이 제공받는 의료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 공공병원의 역할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럼에도 이번 1차 코로나 대유행 이후 코로나 병상 준비와 같이 중환자 간호사 부족문제 대책으로 정부가 낸 것은 중환자 간호교육훈련 지원 사업 뿐이었다. 중환자 간호 교육훈련을 받은 간호사들의 장기간 근무 보장을 어떻게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고민 없이 교육훈련만 시킨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그 교육훈련의 유효기간도 길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면확대와 인력기준 상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탁상공론에 공공의료 실현의 길은 요원할 뿐

간호 현장의 대부분이 병원 사직 간호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근본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한다. 적어도 공공병원이라면 간호사에게 공무원 보수 정도는 보장해 줘야 병원에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현실은 보지 않은 채, 간호사 인력확보 대책으로 간호학과 증원 방식을 택했다. 이 방법은 낮은 보수와 고강도 노동문제로 병원현장을 따나는 간호사들에게 당신들은 이제 필요 없으며, '그저 저임의 신규 간호사를 계속 병원현장에 공급하면 된다'는 사고에서 나온 정책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졸업생을 늘려 봤자, 신규간호사는 병원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절반이 이직하거나 직업을 그만둔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신규배출 증원 정책은 결국 간호사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소비하고 말겠다다는 대책일 뿐이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필자가 신규간호사로 병원에 들어올 때인 30년 전부터 현장에서 제기해온 문제였다. 그 방편으로 복지부가 최근 10년간 줄곧 시행한 정책의 결과 간호대 정원은 1만 명대에서 2만 명대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그래서 간호인력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한국이 99.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6명 대비 2.3배 많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가 37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병원현장에는 왜 간호사들이 이렇게 부족할까? 면허 간호사 중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50.2% 뿐이기 때문이다. 절반의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났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악의 수치다. 간호사들이 왜 병원을 떠나야만 했을까.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1인당 환자를 많게는 40여명,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60여명까지 담당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하였을 때 2~3배나 많다.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간호사들이 2~3배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간호사 한 명이 많은 환자를 보면 국민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줄어들면 환자의 사망률이 줄고, 재원일수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명의 간호사가 많은 환자를 볼수록 환자에게 돌아가는 의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을 포함한 전체 의료인력 운영방안과 간호서비스 모델이 새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전문가들과 간호협회가 인력부족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장하여 정부가 시행하려는 간호대학 증원, 이름만 그럴듯한 지역공공간호사제도는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또 다른 억압방식으로 간호사를 지역공공에 묶어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잘못된 지역 공공간호사제도는 간호사를 인격체 의료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는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에서 비롯했다.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낮은 보수로 사직 이직을 하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낮은 보수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병원 재정 확보다. 어느 누구도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퍼포먼스는 오히려 희생, 봉사 강요 압박일 뿐이었다. 이런 퍼포먼스를 멈추고 이제 근본 문제인 낮은 보수와 고강도 노동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간호사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해, 1명의 간호사가 간호할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이는 결국 국민건강과 직결된다. 현실을 계속 외면한다면, 코로나19 이후의 모든 의료 공공성 대책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더는 의료진과 환자의 건강을 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