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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기존 '파이' 나누는 여성 할당제는 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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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준석 "기존 '파이' 나누는 여성 할당제는 불공정"

국민의힘 당권주자 전원, '감사원 부동산 조사' 반대 입장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는 여성 불평등 문제에 대한 후보들 간의 견해차가 부각됐다. 5차에 이르는 TV토론에서, 여성 의제에 대한 본격적 토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9일 밤 한국방송(KBS)을 통해 중계된 5차 토론에서 여성 의제를 제기한 것은 중진인 홍문표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다른 후보들 전원을 상대로 '여성 문제 해결 방안'을 물으며 "남녀 월급 차이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 않고는 평등을 말할 수 없다. 또 여성 인구가 (한국 전체) 10만 명 더 많으니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이에 동의하는 상식적 답변을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여성 경력단절 문제, 월급 차이 문제는 고질적 사회 문제"라며 "여성 사회참여를 늘리는 부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4만 불 시대로 가려면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국제기구 권고가 있었다"며 "경력단절, 여성 저임금 문제는 다양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국가가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이들과 결을 달리한 것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답변이었다.

"앞으로 저희 당이 특히 여성 문제, 젠더 문제에서 많은 학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 제기되는 문제 중에 경력단절 여성이라든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이런 것은 시정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여성들이 근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대한 저희의 입장인 것이고, 최근 논의되는 할당제 등은 여성 추가노동('여성의 추가적 노동시장 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 편집자)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파이'를 여성과 남성이 나누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상당한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 여성 참여를 늘리는 것과 할당제 부분은 구분돼야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8년경부터 '안티 페미니즘(反여성주의)'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번 전당대회 경선에 들어와서도 언론 인터뷰에서 "(밤에 길거리를)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5.8 <한국경제> 인터뷰)는 등의 말을 계속해 왔다.

또 본인의 SNS 글과 언론 인터뷰·기고 등을 통해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차별을 부정하고,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서는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여성 공직할당제를 "수치적 성평등에 (대한) 집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날 나 전 원내대표가 자신에게 '언행이 신중치 못하다'며 막말 논란을 제기하자 이를 반박하면서 "젠더 논쟁을 경험하며 (저에게) 여성혐오라고 한 사람이 많은데, 딱히 무슨 말을 했냐고 하면 여성혐오로 특정될 단어는 없었다는 답을 많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 전 원내대표와 막말 논란, 윤석열 공방 등을 이어가며 감정싸움에 가까운 난타전을 벌였다. 주 전 원내대표가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 가시돋힌 설전을 보는 게 불편했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이 전 원내대표는 유독 나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언론 나가서 같이 전당대회를 치르는 상대 후보를 '막말'로 낙인찍기 위해서 상당한 결심이 있었을 것 같다"거나 "후배 정치인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억까', 즉 억지로 까려 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네거티브 논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 등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

나 전 원내대표도 이 전 원내대표의 언행을 비판하며 "언변이 잘못하면 굉장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언어 사용에 주의해 달라"고 촉구하거나 "자꾸 저에게 공격적으로 말씀한다", "우리가 같은 편끼리 그런 언어를 쓰는게 맞을까?"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반면 주 전 원내대표는"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합당에 진정성이 없다'고 이 전 최고위원에게 한 마디 했더라"고 하거나 "합당을 어렵게 하거나 상대를 기분나쁘게 하는 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나 전 원내대표와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했으나, 이 전 최고위원은 그에 대해서는 "주 후보가 하는 지적을 네거티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항상 명심하겠다"고 예우하는 등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토론에서 나 전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전당대회 토론에서 개별 후보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다양한 후보군을 불러들일 수 있는 조건"이라며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 모두 휼륭한 자원이지만 더 풍성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은 윤·안 두 사람에 대한 언급·구애가 자꾸 나오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한 룰을 공지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하고 그 이상 불필요한 언급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권주자 5인 모두 '감사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부정적

한편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전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받은 일과 관련,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우리는 감사원 조사를 받겠다'고 하고 있는 데 대해 당권주자 5인 전원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나 전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는 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국회의원은 그 대상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다만 "권익위는 단순히 위원장이 전직 민주당 의원일 뿐 아니라 그 동안 비상식적 결정(등의 문제가) 있어 권익위는 적당하지 않다"며 "부득이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모든 게 정상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있고, 매년 조사를 하는데 형식적으로 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금도 정상 절차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에서 하되, 전원 외부인사로 된 특위를 구성하든지 특별입법을 통해서라도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보다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주체에게 (조사를) 받아야 하고 엄격해야 한다"며 "국회 공직자윤리위를 이런 것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확대개편하는 일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감사원 같은 경우 감사원법 개정 등 여러 선결과제가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감사원에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당 원내지도부 입장에 공감하지만 그에는 입법이 따르기 때문에 최대한 민주당이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안 되면 저희가 최대한 중립적인 외부기관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홍 의원도 "권익위 조사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했고, 조 의원도 "권익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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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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