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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명 죽는 중국 배달앱 시장, 우리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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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명 죽는 중국 배달앱 시장, 우리의 미래인가?

'단건 배달' 나서는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 처우는 더 열악해 질 수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단건 배달에 나선다. 그간 배달원들이 배달 동선에 따라 여러 주문을 동시에 배달하던 서비스에서 단건만 배달하는 서비스(배민1)을 출시했다. 서울 송파구 지역에 8일부터 우선 도입되는 이 서비스는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와 부업 커넥터가 배달해준다. 배달의민족 측은 올해 하반기 수도권과 전국 주요 광역시에 배민1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에서 단건 배달을 본격 시작한 이유는 후발주자였던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무섭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도 이에 뒤질라 배달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은 배달시간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기존 배달은 여러 건을 동시에 배달하다 보니 많이 걸릴 경우는 1시간도 더 걸렸다. 단건 배달은 '최대 30분' 배달 시간을 모토로 출시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쿠팡이츠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시장 점유율(13.6%)이 가파르게 올랐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강남3구에서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을 제쳤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정된 배달 인력에서 '단건 배달'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공지능(AI) 시스템 탓이 크다. AI는 배달원의 위치와 동선, 이동 속도, 대기 시간, 총 배달시간 등을 예측해 가장 빠르게 배달할 수 있는 배달원에게 자동으로 콜을 배정한다. 음식의 특성, 즉 떡볶이처럼 빠르게 불거나 하는 것도 함께 고려한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AI가 배정하는 배달콜은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실성 없는 배달시간'이 문제다. AI가 요구하는 배달시간과 현실의 배달시간은 상당한 격차가 있다. 보통 AI의 시간은 30% 정도 적다. 현실 배달시간이 30분이라면 AI는 20분 만에 배달을 완료할 것을 '지시'한다.

배달할 때 지켜야 하는 안전속도, 신호등 등을 지키다 보면 AI가 요구하는 '시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AI는 이를 '지시'한다. 배달원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시간'을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신호등도, 안전속도도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AI가 '지시'한 배달 시간을 어길시, 배차 거부 등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 배달앱(왼쪽)에서는 가는 길이 직선이다. 반면, 실제로 가는 길(오른쪽)은 직선일 수가 없다. 자연히 배달앱상으로는 9분 걸리는 거리지만 네이버맵 상에서는 12분이 걸린다. ⓒ프레시안

중국 배달앱 시장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문제는 앞으로다. 사람들이 '혁신'이라 부르는 AI가 본격적으로 배달 시장을 점령하면, 그 속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 환경은 지금보다 더욱 열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혁신'은 이미 중국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보다 일찌감치 배달앱이 활성화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낸 국제노동브리프 2020년 10월호에 기재된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중국의 플랫폼 배달 노동자'(박석진 중국 칭화대학교 역사학 박사과정)를 보면, 중국의 양대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메이퇀뎬핑(이하 ‘메이퇀’)과 어러머가 중국 배달앱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90퍼센트가 넘는다.

메이퇀 소속인 메이퇀연구소에서 2020년 6월 발표한 '2019년 및 2020년 상반기 중국 음식 배달 산업 발전 보고서'를 보면 2019년 말 중국의 음식 배달 시장의 소비자 규모는 도시 상주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4억60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7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 이용자의 50.7퍼센트에 달하는 수이다. 2019년 중국의 음식 배달 산업 규모는 총 6536억 위안(한화 약 112조75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3퍼센트 성장했다. 이와 더불어 배달 노동자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메이퇀 소속 배달 노동자는 전년 대비 16.4퍼센트 증가한 295만2000여 명이 됐다.

중국 배달앱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했으나,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스마트 배달 시스템'이 문제다. 최근 한국에 도입된 AI 시스템의 선두 격이다. 이것이 도입되고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메이퇀의 경우, 3킬로미터 거리에 소요되던 배달 시간이 2016년에는 1시간이었지만 2020년에는 28분으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5명의 배달 노동자가 담당했던 업무를 지금은 4명만으로도 가능하게 되었고, 배달 노동자 1인에게 최대 12건의 배달을 동시에 할당할 수 있게 되었다. 일명 음식을 '업어서' 배달하는 방식이 고도화되고 정밀해졌기 때문이었다. 다만, 배달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에 배정된 배달 건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노동자에게 생기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점점 엄격해지는 플랫폼의 평가 기준도 노동자들을 옥죄는 장치로 작용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고객 평점과 시간 엄수율, 주문 회답률 등을 기준으로 배달원 점수를 매겼다. 고객 만족도 점수가 높으면 할당받는 주문율이 높아지고 기본 배달비가 인상됐다. 또한 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나쁜 평가를 받으면 벌점이 주어지고 배달비가 삭감됐다. 배달 시간이 늦어질 경우, 매달 일정 금액을 공제했고, 주문 접수율이 떨어지면 페널티가 부과되는 구조다.

AI 시스템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현실

이런 구조 속에서 중국 배달원들은 주문을 거부할 수도, 배달을 늦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스템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배달 과정에서 신호등 미준수, 역주행, 과속, 주차 위반 등과 같이 교통질서를 쉽게 위반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동안 쓰촨성 청두에서만 교통사고 196건, 사상자 155명을 포함해 1만여 건에 육박하는 배달 노동자 교통질서 위반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플랫폼에서 규정한 배달 시간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24%의 노동자만 합리적이라고 응답했고, 67%는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고 응답했으며, 9%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고 응답했다.

배달 노동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배달 노동자의 40.8%가 월 소득이 7000~1만 위안(약 120~172만 원)이라고 응답했고, 37.7%는 5000~6999위안(약 86~120만 원), 15.2%는 5000위안(약 86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6.3%의 응답자만 월 소득이 1만 위안(약 172만 원)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이렇게 소득을 올리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 배달을 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조사 응답자 중 58.3%의 배달 노동자가 매일 8~12시간 일한다고 응답했고, 25.1%는 12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52.9%의 응답자가 하루에 30~50건의 주문을 받는다고 응답했고, 30.1%는 50건 이상 주문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80% 이상의 응답자가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이하라고 응답했고 그중 63.4%는 6~8시간, 18.9%는 6시간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2월 저장 대학 한 연구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항저우 지역의 배달 노동자 중 16%의 노동자가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 응답했고, 33%가 1, 2일, 45%가 3, 4일 쉰다고 응답했다. 단지 6%의 노동자만이 한 달에 5일 이상 쉰다고 응답했다.

ⓒ프레시안

보호 장치보단, 위험에 내몰리는 배달원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낸 '디지털 플랫폼노동 실태와 특징 - 온라인 마이크로 워크 노동 상황 -'(KLSI ISSUE PAPER, 제144호, 2021년 3월 10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179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6%를 차지했다. 이중 서울만 살펴보면 46만1000명(9.3%)으로 서울 인구 10명 중 1명이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1주일 평균 38.4시간(52시간 이상 23%) 일하지만 총소득 266만 원을 받았고 여기에서 플랫폼 가입비(1만1706원)와 에이전시 수수료(15.2%)를 제해야 했다. ILO에서는 직업 알선을 하거나 구인구직 중개를 할 경우, 가이드라인으로 '10% 수수료'를 정해 놓았지만, 플랫폼은 이를 준수하지 않는 셈이다.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산업재해 건수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플랫폼 배달노동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건수는 2017년 221건, 2018년 310건, 2019년 512건, 2020년 917건이었다.

사망 건수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7년 2건, 2018년 6건, 2019년 6건, 2020년 11건이었다. 만약 AI가 배달앱 전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산재 사고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배달앱 시장의 현실이 우리의 현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보다는, 이들을 지금보다 더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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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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