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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여고생의 졸업 연설 "내 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낙태 금지법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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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여고생의 졸업 연설 "내 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낙태 금지법 반대"

텍사스, 근친상간-성폭력 피해자도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법 제정

텍사스주의 한 고등학생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텍사스주의 새 법안을 반대하는 연설을 졸업식에서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레이크 하이랜드 고등학교 졸업생 팩스턴 스미스는 지난 5월 30일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꿈과 희망, 야망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소녀들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금껏 노력해왔는데, 우리에게 통보를 받거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없이,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겼습니다. 만약 내가 피임에 실패한다면, 강간을 당한다면, 더 이상 희망, 노력, 꿈이 나와 무관한 것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성을 빼앗기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고,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지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원래 학교 측에 제출한 스미스의 졸업생 대표 연설 주제는 미디어 소비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졸업식 직전인 지난달 19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김지하는 소위 '심박 금지법(heartbeat ban)'에 서명하자 연설 주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연설 주제를 바꾼 이유에 대해 "12년 간의 학생들의 노력을 기리는 날, 우리 모두가 함께 모이는 날, 제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가장 듣고 싶은 날, 이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현재 나와 수백만 명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 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내 권리에 대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자리가 내 안일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 되기를 거부한다"며 "이 전쟁은 우리 자매들의 권리, 우리 어머니들의 권리, 우리 딸들의 권리에 대한 전쟁이며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졸업 연설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공유, 확산되고 있으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도 이 영상을 공유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하고 있는 스미스 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텍사스 주지사가 서명한 낙태 금지법은 가장 극단적인 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 법은 태아 심장 박동(태아 심장조직의 리듬)이 발견되면 낙태를 금지한다. 이는 보통 임신 6주 정도인데, 이 시기에 대다수의 여성들은 임신 사실을 알지도 못할 수 있다. 입덧 등 임신부에게 신체 반응은 보통 임신 9주께 나타난다.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 따르면 심장박동이 감지된 후 낙태를 시술하는 의료진 뿐 아니라 낙태를 하려는 여성을 병원으로 태워주는 행위,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행위 등 관련된 모든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이 법은 기존에 예외로 인정했던 성폭력이나 근친상간 피해자도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성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현재 낙태를 '임신 20주 이전'까지로 제한하고 있었다.

텍사스처럼 기존의 낙태 제한법에서 대폭 후퇴된 법안이 미시시피주 등 공화당이 의회와 주지사를 장악한 8개 주에서 논의되고 있다.

또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달 17일 임신 15주 이후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이 타당한지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미시시피주에 하나밖에 없는 낙태 시술소 측이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1심과 2심에서는 미시시피주의 낙태 제한 법률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에서 1,2심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성향이다. 특히 트럼프 정권 말에 루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무리하게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보수적인 천주교 신자로 낙태에 대해서는 가장 엄격한 입장이다. 만약 연방대법원에서 미시시피주 낙태 금지법을 인정할 경우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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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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