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혼"이라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취임 후 첫 현충일(Memorial Day)을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리겠다"면서 "민주주의는 기꺼이 싸울 가치가 있고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이날 발언은 국내외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지향하고 있어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정치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은 1월 6일에 일어난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무장 난입 사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팬데믹의 영향으로 삼엄한 경비 속에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지난 1월 20일 취임식을 가졌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무장폭동까지는 아닐 지라도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집단 행동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끌어들인 '반중국' 담론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바이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문제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추가 조사를 요구해 중국 측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자신의 당선을 도왔던 러시아와 사이가 좋았지만 바이든은 그 반대다.
바이든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강대국을 이길 수 있나"
바이든은 이날 무명용사의 묘에서 열린 헌화식 후 오스틴 로이드 국방장관과 함께 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해 처해 있다"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우리가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가로 민주주의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 체제와 반대되는 강대국을 이길 수 있는가"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바이든은 앞서 지난 3월 미국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민주주의와 독재정치 중 어느 것이 승리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은 내달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 동맹국들을 만나기 위한 해외 순방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은 오는 6월 16일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모두 패배한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부 주에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텍사스주는 유권자, 특히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전날 텍사스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표결이 무산됐다. 바이든은 이 선거법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폭행"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바이든은 또 이날 이라크 참전용사 출신인 맏아들 보 바이든 전 델라웨어 검찰총장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보는 6년전 뇌암으로 사망했다. 바이든은 "여러분 중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와 우리 가족에게는 힘든 시기"라며 "기억하는 것은 아플 수 있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국가 유공자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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