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20%는 장애인이다. 한국의 장애인 비율이 5%인 점을 볼 때 사망률이 매우 높다. 시설 격리와 코호트 격리가 주된 요인이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시설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가 집중된다 . 집단 격리의 취약성이 드러났지만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집단 수용의 대안이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코로나와 같은 재난이 온다면 이들이 또다시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얘기다. 모두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때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은 자연스레 '탈시설'로 이어진다. 코로나 쇼크 외에도 열악한 환경과 반인권적 실태가 끊임없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있었다. 그러니까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은 "시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지만 탈시설은 조금씩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동권은 장애인 최대의 화두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체계는 심각하게 미비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하다. 강원도의 경우 태백시 등 12개 시·군에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다. 법령 대수가 있지만, 관련법에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에 도입과 확충이 더디다.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위한 싸움은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사망 사건 이후 지금까지 격렬하게 이어졌다. 다시,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은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돌아가지 않겠다"를 슬로건으로 내 걸고 지난 13일 개막했다. 선정작 9편과 해외작 2편을 비롯해 총 15편의 영화가 15일까지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상영된다. 의지와 메시지가 선명했던 영화제의 첫날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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