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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본보기공장' 앞세워 생산 현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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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본보기공장' 앞세워 생산 현대화 추진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원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

지식경제시대의 '본보기공장'과 생산 공정의 현대화 : [3] 지식경제시대의 본보기공장 조성(2-①), 생산 공정의 현대화(3-②)

둘째, 본보기공장과 생산 공정의 현대화에 관한 과제들이다.

북한은 경제 관리와 운영에서 '본보기'를 장려해왔다. 경공업부문의 본보기공장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대상이 된다. 그 대표적인 방직부문의 공장‧기업소는 김정숙평양방직공장, 김정숙평양제사공장, 신의주방직공장, 평양양말공장 등이다.

그는 방직부문에서 생산 정상화와 이를 위한 원료‧자재 보장(원자재 국산화), 제품의 질 개선, 노동력절약형‧기술집약형 공장으로의 전환, 공장 안팎의 현대적 개건, 생산‧경영황동에서의 실리 보장(경영전략‧기업전략 수립), 생산 공정의 과학화‧현대화 등의 지침을 제시해왔다.

신발‧가방부문의 대표 공장은 원산구두공장, 류원신발공장, 평성합성가죽공장, 청진가방공장,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 등이다. 그는 신발부문에서 원자재의 국산화, 설비 현대화, 신발의 다종화‧다양화‧다색화‧경량화의 실현, 원산구두공장의 '매봉산' 브랜드 같은 브랜드상품의 발전 등을 강조했다. 가방부문에서는 품질과 디자인, 전국 어린이용‧학생용 가방의 품질 수준 동질화, 가방 생산원가 절감 등을 강조해왔다.

식품부문의 대표 공장은 평양기초식품공장,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류경김치공장, 송도원종합식료공장, 평양곡산공장, 평양강냉이가공공장, 삼지연감자가루생산공장 등이다. 그는 식품공장의 현지지도에서 생산 정상화, 설비 국산화, 생산 공정의 자동화‧무인화‧무균화‧무진화(無振化), 생산품과 포장의 다양화 및 상품도안 개선, 에너지 절약형 통합생산체계 구축, 무인화 실현에 의한 노동력절약형 공장 등을 언급했다.

화장품과 위생용품의 대표 공장은 평양화장품공장, 신의주화장품공장, 락랑위생용품공장, 룡악산비누공장, 치과위생용품공장 등이다. 그는 화장품공장에서 '은하수' '봄향기' 브랜드 화장품의 세계화에 관심을 보였고, 평양화장품공장이 “과학연구와 생산이 일치된 기술집약형 산업의 본보기공장”이 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화장품업계의 원료‧자재‧첨가제의 국산화, 천연의 저자극 기능성 화장품의 다양한 개발, 포장용기와 포장형식의 다양화, 생산 공장의 무인화‧자동화‧흐름선화, 과학적인 품질관리체계 준수 등의 지침을 내렸다.

그는 위생용품공장에서는 위생용품의 가지 수 증대, 상품도안과 포장 개선, 생산현장의 무균화‧무진화‧무인화, 생산 정상화를 위한 원료보장 대책의 수립, 제품포장의 자동화, 치과위생용품의 전문개발연구집단 조성 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지시사항을 보면 중앙경공업공장들의 생산 공정의 현대화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지식경제시대의 표준공장을 지향한다. 본보기공장을 만든 뒤에 이를 다른 곳에 '이식'하는 새끼치기에 나선다. 모범사례를 따라 배우게 하는 것이 북한 산업발전의 패턴이다.

북한은 기계공업부문에서 오랫동안 공작기계 새끼치기운동을 전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금은 모든 생산부문과 단위에서 따라 배우기와 따라 앞서기, 경험교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산설비의 보강과 신규 설치 : [4] 약한 부분과 공정들의 보강, 없는 부분과 공정들의 구비(5-②), 설비들의 원(原)성능 회복과 새로운 생산능력 조성(6-③)

생산 공정에서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없는 부분은 새로 구비하는 것은 현 단계 북한의 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보강은 생산설비의 연속작업에서 빠진 설비를 보충하는 것이다. 관련 기계의 부분 보강, 부속품 보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새로 구비하는 생산라인은 기존의 생산라인과 연속성을 갖도록 해야 하며 전체를 새 설비로 채울 때에는 공정 자체의 효과성에 대한 사전 진단이 요구된다.

북한에서는 설비들의 원(原) 성능의 회복을 1차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관련 설비공장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중시한다. 새로운 생산능력을 조성할 때에는 기존 생산 공정과의 연계성을 따진다.

경공업공장들에 새로운 공정이 들어설 때는 기사장을 비롯해 기술자‧노동자들이 새 설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각 공장‧기업소에 설치된 공장대학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들의 통신교육과정을 개설해 노동자들이 기초실력을 쌓도록 하고 있다.

공장대학에서는 새 설비들의 작동과 관련한 기술직능교육을 실시한다. 때로는 대학‧연구기관의 과학자‧기술자들이 일정 기간 공장에 상주하면서 실습교육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산학연(産學硏) 협동연구와 현장 기술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연대적 혁신'이 중시되는 것이다. <로동신문>의 설명에 따르면, 신발공장에서 신발을 정상적으로 생산하려면 전력 공급과 함께 합성가죽, 합성수지와 천, 고무 등 원자재들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전력공업, 화학공업, 방직공업, 철도운수를 비롯한 연관부문‧단위들의 협조와 협동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로동신문>, 2020년 5월 26일 자). 계획경제의 관리운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원자재의 국산화 방침 강화 : [5] 원료‧자재의 국산화 실현(2-②)

셋째, 원자재의 국산화‧재자원화에 관한 과제이다.

북한에서 원자재의 국산화는 경제 전반에서 중시되지만 경공업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산화 정책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국산화는 각 생산부문과 단위에서 자력갱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조치, 즉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출 전면금지와 노동자 추가송출 금지 등으로 인해 외화수입과 필요물자의 수입이 감소됨에 따라 북한에서는 국산화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국산화 정책을 대북제재에 대한 반작용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북한은 기간산업 등 핵심 분야의 원료‧연료를 국내 자원으로 해결하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구축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왔고, 자재‧설비의 국산화를 통해 외화를 절약하고 경제효과성을 증대하려고 했다.

국산화 과정에서 품질이 향상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의 환율이나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국산화는 거시경제의 변수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의 경제 관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2013년 3월의 전국경공업대회에서 기초식품과 1차 소비품 증산을 위한 원자재의 국산화를 강조해 이목을 끌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4년부터 매년 신년사에서 국산화를 강조했다. 경공업부문에서 국산화를 강조하기 시작해 전체 공장‧기업소, 과학기술부문, 건설자재부문으로 그 분야가 점점 확대됐다.

북한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의 '결정서'에서 주체철 생산, 인민경제 전반의 원료‧연료‧설비, 화학공업에서의 촉매, 경공업 원자재 등에서의 국산화, 건재공업의 다양화‧다종화‧국산화를 강조함으로써 국산화를 전략적 노선의 핵심으로 정착시켰다.

경공업에서 국산화의 대표사례는 2015년에 10개월 동안 '국산화 실현 전투'가 전개된 평양식료품공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성공사례가 <로동신문>에 게재되면서 국산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전환기' 경제를 맞이한 오늘날 국산화 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 지난 3월 2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위한 연구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원자재의 재자원화 방침 강화 : [6] 경공업공장들에서 원료‧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3-①), 원자재의 국산화‧재자원화를 생명선으로, 주되는 방향으로 장악, 현대화 촉진(5-①), 원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6-②)

북한이 원자재의 국산화와 함께 원자재의 '재(再)자원화'를 강조한 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원자재의 재자원화에 대해 1980년대의 8.3인민소비품생산운동 시기로 소급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 운동과 재자원화 정책은 맥락이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재자원화를 언급한 것이 확인된다(이보다 앞선 공식문서가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찾지 못했다).

이 시정연설 이후에 원자재의 재자원화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1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에서 《재자원화법》이 채택됐다. 이 법은 재자원화법의 기본, 재자원화계획, 폐기폐설물 및 생활오물의 관리, 재자원화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등 4개 장, 46개 조문으로 되어 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5월 25일).

내각 경공업성에 재자원국을 발족하는 등 중앙‧지방 정부에 재자원화 전문부서를 설치한 것에서도 재자원화 정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조선신보>, 2021년 3월 1일).

김덕훈 내각총리는 2020년 11월 16일 민들레학습장공장의 현지협의회에서 재자원화 사업에 주력해 유휴자재들을 적극 탐구 이용하는 방도를 논의했다(<조선중앙통신> 같은 일자). 재자원화의 최근 사례로는 평양식료품포장재공장에서 분쇄기를 개조해 시간당 파(破)수지 분쇄 능력을 3배 이상 높이고, 압출기에 자동온도조절기를 설치해 파수지로 각종 수지상자‧수지통을 대량 생산한 것, 평양일용품공장에서 첨가제를 자체 개발하여 품질을 높이고 유휴자재로 농업용 박막(비닐)을 생산한 것 등이 확인된다(<조선중앙방송>, 2021년 2월 5일).

2000년부터 주요 공장들의 재자원화 성과를 다룬 기사들이 <로동신문>에 게재되고 있다(최은주, “북한의 '순환경제' 정책과 시사점”, 세종정책브리프 No.2021-04, 2021.3.18., 12-14쪽에 재자원화 성과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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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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