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임기 1년을 남겨둔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출범 4개월째를 맞이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하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한 상태이다.
관심의 초점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내용과 두 정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신할 대북 메시지에 모아지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재검토를 완료한 대북정책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크게 네 가지를 요청하고 싶다.
첫째, 올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를 바란다. 한미연합훈련 유예는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시 이들 행사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한미가 북한을 적대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다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북 제재에 대한 유연하고도 실용적인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강화하겠다'는 식의 관성적인 발언은 북한의 긍정적인 언행을 유도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과 실현에 따라 대북 제재를 완화·해제해나가겠다'는 식의 화법이 훨씬 실용적이다.
대북 협상 재개시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비롯한 상응조치 사이의 교환이 1단계 합의의 골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 표명은 협상 재개뿐만 아니라 성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대북 억제에 대한 과도한 강조를 자제하길 바란다. 이미 한미동맹은 압도적인 대북 군사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억제력도 막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 억제를 강화하겠다'는 식의 입장 표명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라는 외교적 목표를 저해하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억제력'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한미, 혹은 한미일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면 북한도 '핵 억제력' 강화로 맞불을 놓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넷째, 북한과 중국에게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하길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가 맹목이라면, 한반도 평화체제 없는 비핵화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비핵화의 진전은 평화체제의 진전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
그런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지금까지 평화협정 협상은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개와 성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끝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로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를 삼는 것을 논의하길 바란다. 비핵화 협상이 다람쥐 쳇 바퀴 도는 신세를 면치 못해온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비핵화를 하기로 합의해놓고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된 정의조차 없었던 데에 있다. 북한과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국제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고 유엔 군축위원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만든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로 삼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존재하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의 합의된 정의와 목표를 두고 헤매지 말고 이미 국제적으로 존재해온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전략"이 표현에만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으려면 이전의 미국 행정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의 다섯 가지 제안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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