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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미·중 신냉전 시나리오'를 예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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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미·중 신냉전 시나리오'를 예측하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코로나 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3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워원장은 코로나 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토착화될 것이라면서, 집단 면역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19의 종식을 바라던 전 세계의 바람이 현실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코로나 19의 확산을 전후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역 수지 흑자로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주변에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그 어느 국가보다도 외부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코로나 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을 통해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 변화 양상을 시나리오 별로 분석한 뒤, 한국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문 이사장은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 특히 미중 간 갈등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가 어떠한 모습을 띄게 될 것인지와 관련해 5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이 '초월적 외교'로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19 이후 세계의 모습

1. 현상 유지

문 이사장은 첫 번째 시나리오로 현재의 미중 간 갈등이 코로나 19 이후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해당 저서에서 문 이사장은 현재의 국제 채제를 '느슨한 비대칭 양극체제', 즉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태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느슨한 양극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이사장은 "미국은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와 동맹을 맺고 있지만, 냉전 시기와 달리 결속력이 약하다"며 "한편 중국은 반패권을 표방하며 독자적 블록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뒤 "따라서 전반적인 국력 면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우세한 비대칭성을 보이며, 냉전과 견주면 대결의 강도도 느슨하다. 이 시나리오의 특징은 지역주의의 후퇴에도 있다"고 밝혔다.

2. 성곽도시

"코로나 19는 세계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무역과 인적교류에 의존하는 시대에 성곽도시의 부활이라는 시대착오적주의를 촉발했다"

문 이사장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와 같이 언급했다며 "이웃국가를 어렵게 만들어서라도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풍조가 난무하던 1930년대 유럽에서는 관세 전쟁이 벌어졌고, 지역 경제는 더욱 위축되어 결과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경제적 민족주의는 세계화와 상호 의존 체계는 물론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국제 질서의 종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코로나 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문정인 지음, 청림출판 펴냄)

특히 문 이사장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늦어지고 코로나 사태가 5년 이상 계속된다면 성곽도시의 세계질서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며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폐쇄 사회로 전환하는 데는 자국 중심적 정치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체제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권위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 이사장은 "다행히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 또 미국과 중국이 보통국가로 변모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한다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떠난 공백을 메우며 새로운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라며 해당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3. 팍스 유니버셜리스

'팍스 유니버셜리스'에 대해 문 이사장은 "유엔 중심의 세계 평화를 모색하고, 동맹이 아니라 유엔 헌장에 명시돼있는 집단 안전보장 체제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기존 다자기구와 유엔기후변화협약, 핵확산 방지조약 등의 다양한 국제협약을 통해 경제 및 기타 현안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 이사장은 이같은 시나리오는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협력 없이는 어떠한 형태의 다자주의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강대국들이 패권주의를 포기해야 한다. 다자주의를 통해 유엔의 권능을 부활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고화는 요원해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문 이사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 행사와 상임이사국 확대 등과 같은 제도 개혁 없이 이러한 세계질서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존 상임이사국들이 인도, 독일, 브라질, 일본의 영향력 증대에 동조할리 만무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4. 팍스 아메리카나 2

다시 한 번 미국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문 이사장은 이 시나리오에 대해 "중국이 빠른 속도로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국력은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고 일본, 유럽연합, BRICS(브릭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라카공화국) 등의 경제도 코로나 이후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미국만이 계속 패권적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라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의 경제가 반등하고, 미국 경제가 'L' 또는 'W'자를 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 이사장의 예측이다. 또 그는 미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국가 이익에 대한 개념에도 변화가 있다며, '자유주의적 패권'으로 미국의 국익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정부가 이전처럼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로 나아가고 싶어도, 미국 국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5. 팍스 시나카

'팍스 시나카'는 중국 패권에 의한 세계 평화를 의미한다. 중국이 막강한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가지고 2035년까지 군사력의 현대화를 완성하고, 2049년에 아시아 지역에서 지배력을 구축하여 세계적 차원의 강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판단하면 단‧중기적으로 미중 간에 커다른 세력 전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2050년 미중 간 경제력 전이의 분기점이라는 예측도 미국 경제가 계속 정체된다는 것을 전제한 일방적 또는 아전인수적 셈법"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군사력 면에서도 중국이 단‧중기적으로 미국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반 전력뿐 아니라 첨단 무기 분야에서도 미국이 이미 압도적이기 때문"이라며 "정통성에서도 팍스 시나카 시나리오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6. 종합적 전망

문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는 단선적이지 않다"며 "관건은 두 가지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강력하게, 오랫동안 지속하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각 나라가 코로나 사태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사태가 장기화하고 치명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할 때는 성곽도시와 새로운 중세의 출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교적 단기간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강도가 제한적이면, 미중 경합이라는 현상 유지 질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사태로 미중 대결이 심화하면서 현장 유지가 악화하는 현상이 세계질서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문 이사장은 코로나 19 이후에도 '현상 유지'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면서 "미중이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양두 지도체제를 만드는 길, '차가운 평화'를 지속하는 길, 미중이 신냉전 구도 아래 치열하게 대결하는 길"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이사장은 이런 가운데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1. 대중 균형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론

문 이사장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냉전 시기처럼 미국이 자애로운 패권국으로서 경제적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중국 시장 철수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중국을 대상으로 한 동맹 강화에는 위협 인식의 상이성 때문에 부정적 시각이 크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라고 우려했다. 또 중국의 보복 강도도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대중무역‧투자 규모로 보아 이는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철회에 따른 경제적 기회비용도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중국 편승론의 허와 실

문 이사장은 "조선시대, 뜨는 후금과 지는 명을 두고 인조는 숭명파에 동조했고, 그 결과 병자호란이라는 화를 맞았다. 이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국은 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데 중국 편승론은 한국의 선제적 전략 포석의 결과라기보다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로부터 미국이 철수했을 때를 가정한 예방외교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국 편승론은 미국의 전략적 변화에 좌우되는 조건부적 선택"이라며 "현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 편승으로 획기적인 궤도 전환에 나서기는 어렵다.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이탈할 징후가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대중 견제 의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3. 홀로서기의 유혹

문 이사장은 "보수는 내적 균형, 특히 핵무장을 통해 강한 군사력을 가진 중간 세력 국가로 거듭남으로써 강대국 정치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억지력을 구축하자는 주장을 편다. 진보 진영의 일부에서는 중립국 지위를 선언함으로써 강대국 진영 논리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을 한다"며 양측 모두 한국의 독자 세력화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무장론이 공세적인 홀로서기 전략이라면, 중립국 전략은 소극적 대응 전략"이라며 "문제는 이 두 접근법 모두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이사장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노출되면 우리는 북한이나 이란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점, "중립화의 핵심 선결 조건은 국내적 합의다. 미국이 이 구상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상 타파보다는 유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남과 북 사이에 중립화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는 일도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독자세력화는 현실적 대응 방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4. 현상유지론

현상유지론이란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동맹 관계를,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엄격히 말해 현상유지는 변화하는 외적 환경에 대한 소극적‧점진적 적응 전략이다. 미중 관계가 좋았을 때 가능한 전략이기도 하다"며 "줄타기 외교가 갖는 실존적 딜레마"라고 평가했다.

5. 초월적 전략 : 협력과 통합의 질서 만들기

문 이사장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전략은 '초월적 외교'다. 그는 "현재 미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현상 유지 전략을 그대로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초월적 외교를 대안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구적 차원에서 다자주의, 지역 수준에서는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추동해나가면서, 한 국가에 대한 회원국 전체의 집단 응징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안보체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자유주의적인 처방이 초월적 전략의 철학적 기반이 된다"고 소개했다.

물론 문 이사장은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초월적 접근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이상주의적인 '팍스 유니버셜리스' 세계 질서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라고 현실적 제약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협력과 통합의 지역 질서를 위해서는 한국이 화합적 균형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강대국 편승에 따른 힘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중용의 시각에서 평화 공존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외교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21세기 첨예한 미중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한국이 강대국의 처분만 기다리는 수동적 국가로 남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적극적 연성 균형자로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보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 평화의 핵심변수, 남북관계

문 이사장은 이같이 다섯가지 시나리오와 다섯가지의 선택지를 전하며 한국이 처해있는 특수성에 대한 고려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이 어떠한 외교적인 경로를 택하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주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공진화를 통해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각을 세울 때 한국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중 관계를 협력적 국면으로 유도하면서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데 핵심 변수는 남북관계다. 남북관계 개선은 초월적 외교 전략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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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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