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대미‧대남 관계와 관련해 기존의 관망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주변 정세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심스럽게 대화 가능성을 예상했다.
29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열렸던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를 전후로 그간 보여왔던 유보적이고 관망하는 태도를 벗어나 대외 정세를 탐색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여정 북한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지난 3월 16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비판했으며 다음날인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접촉 시도를 해왔지만,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2018년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고강도의 도발을 하지 않았고 거친 비난은 있었어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및 강대강, 선대선 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한은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코로나 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향후 대외 행보를 저울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중 간 국경 통제 완화와 제한적인 물자 교류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동향도 있다"며 북한이 코로나 19 이후 중단했던 대외무역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향후 북한의 행동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에 대해 "그동안 한미가 긴밀히 소통해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 방향 예측이 가능해 보인다"며 "비핵화 해법에서는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강조하며 비핵화에 따라 제재 완화 등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비춰, 우리 정부가 그동안 가져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방향성 등을 대북정책 리뷰 및 새로운 정책 수립 과정에서 많이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미 행정부 주요 구성원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중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 장관은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이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인권과 인도적 협력 사업이 포괄적으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 등에서 한미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협력에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인 만큼, 유엔 안보리의 제재 문제의 유연한 적용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다만 북미 대화의 속도나 시기 등은 관련 정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미 대화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 우리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는 남북관계 차원에서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형식에 관계없이 모든 것을 열어두고 북측과 마주해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과정인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민주당의 외교정책 DNA에는 싱가포르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합의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명시적으로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싱가포르 선언부터 시작할거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 (북미 간) 서로 맞춰 볼 대목들이 있다고 본다"며 "북측에서 그런 점들을 주시하고 있을텐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시하는 것과 관련, 한미 정부 간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미국 정부 간, 또는 미국 의회 및 NGO(비정부기구) 등과 나름대로 소통을 꾸준하게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충실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관련해 한미 정부의 기본적 입장이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남북 간 특수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했다"고 말해 일정 부분 이견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평화가 인권을 부르고, 활발한 교류가 더 자연스럽고 크게 북한 인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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