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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기후변화 파국까지 0.3도 상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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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기후변화 파국까지 0.3도 상승만 남았다"

WMO 보고서 발표...작년 지구 기온, 산업혁명기 대비 1.2도 상승

지구 기후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국으로 치닫기까지 남은 온도 상승분이 섭씨 0.3도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이동량이 급감했음에도 지구 온난화는 더 가속화했다. "인류가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한탄이 나왔다.

19일(뉴욕, 제네바 현지시간)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작년 세계 기후 상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관측 이래 지난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활동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기세(drive)와 그로 인해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 충격은 완화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구를 차갑게 하는 라니냐 현상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해였다. 2016년과 2019년, 지난해가 지구가 맞은 가장 더운 시기로 기록됐다.

작년 대기 중 CO2 농도 410ppm 초과...축적 속도 더 빨라져

보고서는 크게 지난해의 온실가스, 해양, 극지방, 홍수 및 가뭄, 화재, 이재민, 코로나19의 영향 등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은 물론, 지난해에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해, 지구의 이산화탄소 몰분율(mole fraction, 복수의 물질계에서 차지하는 한 성분의 농도)은 410ppm을 초과했고, 올해는 414pp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일시적으로 온실 가스 배출량을 억제했음에도, 대기 농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설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 400ppm에 도달할 때까지 근래 매년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은 2~3ppm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4ppm이 상승하리라는 WMO 보고서 전망치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축적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바다의 산성화도 지속했다. 2019년 이미 기록상 가장 높은 해양 열 함량을 기록한 전 세계 바다의 온난화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WMO는 전망했다.

해양은 지구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3%를 흡수해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저장고다. 그러나 과도한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세계의 바다가 점차 산성화되고 있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해양이 더 따뜻해지고 있다. 더 뜨거워진 해양은 태풍 등 기상이변의 핵심 요인이 된다. (☞관련기사 : 작년 지구 바닷물 온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WMO는 "지난해 전 세계 해양의 80% 이상이 한 번 이상의 폭염을 경험했다"며 "강한 해양 폭염이 나타난 바다의 비율은 45%로, '보통' 수준의 해양 폭염이 나타난 바다(28%) 비율보다 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지구 평균 해수면의 상승도 지속됐다. WMO는 특히 "최근에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잠깐 낮아졌으나, 이는 라니냐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며, 전반적으로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지난해에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특히 지구의 양 극지방이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구 북극의 표면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따뜻해졌다.

지난해 여름 기준 북극의 해빙(海氷) 범위는 374만 제곱킬로미터로 관측돼, 사상 두 번째로 400만 제곱킬로미터 미만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많은 얼음이 녹아없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여름 시기 시베리아에서는 섭씨 30도 중반을 훌쩍 넘는 초고온이 관측된 바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지난해 그린란드에서 사라진 얼음 손실분이 40년 위성 관측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9년 9월부터 작년 8월 사이 그린란드에서 총 152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남극의 해빙 범위는 상대적으로 장기 평균 수준에 가깝게 유지됐다. 다만 보고서는 "남극의 빙상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며 "이 추세는 2005년경 가속화해, 남극에서는 매년 약 175기가~225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200기가톤의 얼음 손실 수준은 유럽 라인강 연간 방류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아시아서 홍수-남미서 가뭄... 이상 기후 피해 광범위

보고서는 아울러 지난해 세계 각 지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정리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폭우와 홍수로 인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폭우와 홍수가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부~아프리카 중부 사이의 반건조기후 지대)과 아프리카 대뿔(great horn,북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뚜기 발생을 일으켰"고 "인도와 주변 지역,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는 비정상적(abnormally)으로 높은 강수 사태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남미 지역에는 심각한 수준의 가뭄이 나타났다. 특히 아르헨티나 북부,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서부 지역에서 큰 가뭄 피해가 발생해, 브라질에서는 약 30억 달러 수준의 농업 손실이 발생했다.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장기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미~남미에 걸쳐 대규모로 발생한 가뭄은 난민 현상까지 촉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인류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변화 양상과 더불어, 지구의 온난화 현상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베리아~북극에 이르는 지역의 기온은 평균보다 섭씨 3도 이상 높았다. 북위 60도 부근에 위치한 시베리아 북부의 베르호얀스크(Verkhoyansk)에서는 섭씨 38도의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구 북반부가 뜨거워지면서 미국에서는 늦여름과 가을에 걸쳐 광범위한 화재가 발생했고, 7~9월 사이 미국 남서부지역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해졌다. 지난해 8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Death Valley) 기온은 섭씨 54.4도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적어도 지난 80년간 가장 뜨거웠던 기록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카리브해에서도 4월과 9월에 이상 폭염이 발생했다. 4월 12일 쿠바 기온은 섭씨 39.7도까지 치솟아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 9월에는 도미니카공화국, 그라나다, 푸에르토 리코에서 역사상 최고 기온이 관측됐다.

호주에서도 서부 지역에서 지난해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일본에서도 8월 17일 하마마쓰에서 섭씨 41.1도가 관측되면서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확인됐다.

지난해는 태풍과 허리케인 피해도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 미국에서는 12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해 이전 기록인 9회를 경신했다. 8월 27일 미국 서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4급 강도의 허리케인 로라는 약 190억 달러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 허리케인 로라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대규모 홍수 피해를 일으켰다.

5월 20일에는 인도-방글라데시 국경 지대에 사이클론 암판이 상륙해 140억 달러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지난해 4월에 발생한 태풍 해롤드는 바누아투 북부에 상륙해 거주민 65%에게 피해를 야기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역에 상륙한 태풍 알렉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500밀리미터 이상의 비를 뿌렸고, 특히 프랑스 일부 지역에는 하루에만 600밀리미터가 넘는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묘지가 대규모로 훼손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기후 재난과 코로나19 피해를 동시에 입었다. 이는 식량 위기를 더 강화했다. 많은 과학자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먼저 나타날 피해가 식량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9년에는 세계 인구의 9%인 6억9000만 명의 사람이 영양 실조 상태에 처했고, 7억5000만 명은 심각한 수준의 식량 불안에 노출됐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농업과 식량 시스템 마비를 초래하고, 지역과 글로벌 공급망을 중단시켜 식량 안보 보장에 필요한 농장 투입물, 자원, 서비스 접근성을 상당히 떨어뜨렸다. 기후 관련 재난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은 전 세계적인 식량 불안 관리에 상당한 수준의 도전이 됐다"고 밝혔다.

지구 평균 기온 1.2도 상승..."당장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지난해 진행된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기 이후 섭씨 1.2도 상승했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파리 기후 협약은 전 세계가 파국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수준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고, 되도록이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후 이 협약을 바탕으로 2018년 10월 한국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는 지구 기온 상승분을 2030년까지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기존보다 더 강력한 내용의 합의문을 완성했다. 그 사이 과학적 발견에 따라 섭씨 2도가 아닌, 1.5도 이내로 기온상승을 제한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에 기인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기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경우, 인류의 노력으로는 더 가속화하는 기후변화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하리라고 염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3개 이상 필요하다")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하면, 앞으로 인류는 2030년까지 남은 약 8년 반의 시간 동안 지구 기온이 추가로 0.3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당장 행동해야만 한다.

이번 WMO 보고서에서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기후에 관한 모든 핵심 지표와 그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지후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며 "우리의 (기후 변화) 완화 노력 성공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수십 년간 기후의 부정적인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 보고서는 이제 우리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올해는 행동의 해다.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약속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글래스고의 COP26(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제26차 총회)보다 훨씬 앞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야심찬 국가 기후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참담한(disastrous) 사태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인류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며 심각한 수준의 위기감을 호소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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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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