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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 바이든도 '반중정책' 유지...아시안 증오범죄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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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 바이든도 '반중정책' 유지...아시안 증오범죄 개선될까?

[아시아 증오범죄, 과거-현재-미래] 물꼬 튼 AAPI 정치세력화 ④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의 '아시안 증오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연일 크고 작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보도되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의 뿌리는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에 있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발생하는 '증오범죄'에 분노하고 더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 또 미국의 인종문제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겹쳐지기 때문에 더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기도 하다. '아시아 증오범죄'가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으며, 어떤 양상을 보이며,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필자 주

"지금, 그리고 앞으로 몇달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미국인이 '고향(hometown)'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우리를 지울 것인가, 포함시킬 것인가? 부인할 것인가, 존중할 것인가? 비가시화시킬 것인가, 가시화할 것인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현재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여겨지지만, 지금 미국에서 인종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집단이다. 우리 2300만 명은 힘을 합쳤으며 강하다. 우리는 깨어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지난 3월 18일 '아시아 증오범죄' 관련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교육'과 '정치 세력화'이다. 이 글에서는 정치세력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바이든 행정부, 4950만 달러 지원키로...미 의회도 관련법안 마련 노력

노골적으로 백인 우월주의를 부채질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적이며 대응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애틀랜타 총기 난사 직후 애틀란타를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태스크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형평성 TF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수주간 아시아계 대표와 기구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업무를 맡을 상근 담당자를 임명할 계획이다. 또 최근 제정된 미국 구조 계획(America Rescue Plan)의 일환으로 아시아계 피해자를 돕기 위해 4950만 달러의 기금을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하원에는 그레이스 멩 의원(민주, 뉴욕), 상원에는 메이지 히로노 의원(민주, 하와이)이 '코로나19 증오범죄법'(COVID-19 Hate Crimes Act)이라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상원에서 통과 가능성은 아직은 미지수다. 히로노 의원의 법안에 지지 입장을 밝힌 공화당 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증오범죄 법안을 갖고 있다"며 "인종적 이유로 다른 이를 다치게 한 사람들을 추적해서 처벌하면 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의 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번 회기에는 민주당이 상원의석을 50석 차지하면서 다수당이 됐지만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총기 규제, 이민법 등 다른 법안과 정치적 우선순위를 따질 경우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태평양계들이 주도한 증오범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3월 20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 모습. ⓒAP=연합뉴스

'ABT' 바이든도 반중 정책은 유지...미국 내 뿌리 깊은 "황색 공포"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할지라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큰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장성관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차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과 의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들은 연방 정치권 차원에서 내놓은 대응책 중에는 가장 구체적이고 이행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 사무차장은 증오범죄에 대한 행정적 조치 강화가 갖는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최근 급증한 아시아계 대상 폭력은 첫째, 이전부터 있어왔던 것이고, 둘째, 대부분의 경우 사법당국에 신고조차 되지 않으며, 셋째, 신고가 되더라도 범죄 또는 증오범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행정적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은 상징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거나 폭력사건 예방에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책적으로 'ABT'(Anything But Trump)인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관련 대책은 트럼프처럼 대결적 관계를 이어간다는 사실도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노골적으로 '중국 바이러스', '쿵 플루' 등 용어를 통해 반중 감정을 조장하지는 않지만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3월 25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극심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미국은 더 성장하고 확장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민주주의의 뼈대가 없는 인물"이라며 "전체주의(autocracy) 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이런 발언에 중국도 강도높게 대응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긴장은 여전하다. 이런 미중간 충돌이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더 나아가 아시아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강화할 수 있다.

안소현 케네소 스테이트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에서 19세기 중국 노동자와 이민자들이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황색 공포(Yellow Peril)'의 뿌리는 정말 깊다"며 "중국이 미국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위협이 된다는 시각은 아직까지 강건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연결시킬 수 있는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바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종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던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바로 '중국 바이러스'라며 지속적으로 반중감정을 부추기는 정치 전략이 미국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급기야 증오범죄의 급증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에는 이런 역사적 연원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화살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도 단골 메뉴 중 하나였다. (앞선 기사에 상세하게 다뤘던) 1882년 '중국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 1871년 LA '중국인 대학살', 1885년 록 스프링스 중국인 대학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 수용소 수용, 1982년 빈센트 친 살해 사건, 1992년 LA 폭동 등이 대표적이다.

존 양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사무총장은 <더힐>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역사회에 대한 반발을 초래한 역사를 알고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대해 더 그렇다"며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미국에 있는 우리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지 않게 매우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십개의 출신국가, 종교, 언어, 문화로 이뤄진 AAPI

이런 정치적 환경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계 내부에도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난제들이 놓여있다.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아시아태평양계 내부의 출신국가, 종교, 언어, 문화권이 미국내 어느 인종에 비해 다양하다. 둘째, 이민 1세대와 2세대 이상의 경험의 차이에 따른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아시아태평양계는 수십개의 출신국가, 종교, 언어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각자 직면하고 있는 현실도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내 아시아계에 대한 고정관념인 '모델 마이너리티'(모범적 소수자)는 일부 아시아태평양계의 직접적인 피해를 낳고 있기도 하다. '모델 마이너리티'는 동아시아계(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또는 남아시아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중 일부의 모습 때문에 생긴 관념이다. 학력 수준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일부 아시아계의 모습이 아시아계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1965년 '출신국가별 비자 쿼터제'가 폐지된 뒤 전문직 이민자 수용을 늘리면서 이때 이민 오게 된 아시아계 이민자들 때문에 생겨난 '고정관념'이다. 이들은 출신국가에서부터 고학력, 중산층 이상이었고 미국에도 전문직으로 이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했다. 문제는 티벳, 네팔, 태평양 제도 등 전혀 다른 배경으로 이민을 오게된 이들이 학력수준에 대한 오해, 경제수준에 대한 오해 등으로 오히려 사회복지제도에 접근이 제한을 받는 등 피해를 보는 일도 생긴다.

▲장성관 KAGC 사무차장

장성관 사무차장은 "미주한인사회,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이들을 통칭)의 경우 내가 '코리안 아메리칸'이어야 하는가, '아시안 아메리칸'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내가 '코리안'인가, '아메리칸'인가라는 질문만큼 어렵게 느껴진다"며 "일단 각자가 그 질문에 대한 고민과 어느정도 답에 도달하는 것이 AAPI 사회의 정치적 집단화의 다음 단계를 향한 첫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사무차장은 "단순히 AAPI라는 이름으로 연대를 하는 것보다는 인종주의적 폭력 등 공통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민 1세대와 2-3세대의 인식 차이

세대간 인식 차이의 극복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과제다. 이민 1세대의 경우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집단들과 교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백인 주류사회가 유포하는 인종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인사회의 경우 1994년 LA폭동의 후유증도 분명 존재한다.

안소현 교수는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의 본질적인 문제는 백인 지배가 구조화되어 있고 이를 교육, 미디어 등을 통해 개개인의 인식 수준에서도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미디어 등을 통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가해자인 범죄만 주로 보도되니까 마치 문제가 이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상대적으로 이민 1세대 중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성관 사무차장은 "최근 급증한 인종주의 기반 폭력 사건에 대해 이민 1세대의 많은 분들이 경찰력의 증가와 한인 거주지역이나 상점 주변의 순찰 빈도를 높일 것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2세대의 경우에는 경찰력 증가는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불균형한 체포, 수감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아시아계와 이들 커뮤니티의 갈등을 심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무차장은 "흑인과 히스패닉 사회와 연대는 아시아태평양계의 정치집단화 과정에 있어서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모델 마이너리티' 고정관념 때문에 다른 유색인종들 사이에는 아시아계를 '우리 동네에 아무 기여는 하지 않고 돈만 벌어가는 사람들'로 보는 편견이 있고, 일정 정도는 사실인 측면도 존재했다. '흑인은 범죄자, 히스패닉은 불법 이민자, 아시안은 백인에 아부해 이득을 취하는 중간자'라는 백인 주류사회에서 퍼뜨린 인종적 고정관념에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FBI의 발표와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증오범죄의 발생이 급증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증오범죄의 대상은 아시아태평양계에 국한되지 않고 유태계와 라틴계 등이 다수를 이룬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에 맞서기 위해선 결국 다른 커뮤니티와 연대가 필요하며 교류가 더 늘어나야 한다. 권리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오해, 소수자끼리 서로 대결구도에 놓는 내러티브에 빠지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백인을 제외한) 소수자 모두에게 돌아온다." (장성관 사무차장)

AAPI의 정치적 각성

실제 한인 2.3세들 중 다수가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인종간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이 트럼프 정부 이래로 심해진 인종 범죄에 대응하는데 중요하다.

지난 3월 16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애틀란타에서 나고 자란 가수 에릭 남은 지난 3월 19일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계들이 지난 1년전부터 급증한 증오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왔음을 강조하면서 “지금 침묵하는 것은 곧 공모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애틀란타 총기 난사 사건 이래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워싱턴DC, 뉴욕,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시카고 등 미 전역에서 인종주의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런 점에서 대니얼 대 김이 지적한 것처럼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정치적으로 "깨어나고 있다".

장성관 사무처장은 "AAPI가 시민참여와 정치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더 조직적으로, 그리고 더 자주 행동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우리가 미국시민으로서 보장받는 참정권과 투표권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일 뿐아니라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또한 이 사회에 대한 주인 의식을 고취하고 또 외부적으로도 이 사회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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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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