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는 동남권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별법을 발의해 신공항이 들어서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국토부 추정 예산 28조의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균형발전"과 "2030 엑스포"유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신속하게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가덕도의 생태적 가치에도 주민의 생존권에도 관심 1도 없이 여야가 한통속이 되어 비민주적으로 강행되었다. 거기에 힘입어 부산의 거리는 온통 "가덕도신공항건설 추진 촉구"의 현수막으로 도배되어있고 제대로 된 검증된 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채 부산시와 여야 거대정당은 물론 언론·기업·시민사회 할 것 없이 가덕도 신공항만이 부산의 경제를 살리는 답인 냥 사회적 분위기를 강제하고 있다.
"신공항 반대"가 마치 "부산 발전 반대"인 것처럼 몰아세워 다른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나 주장이 자유롭게 펼쳐져야 함에도 이에 반하는 주장은 반부산적 행태로 비난받는 꼴이 되고 있다. 이렇듯 모든 것으로부터 원천봉쇄와 왜곡된 정보는 일반시민들에게는 "가덕도신공항"건설이 당연지사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욱이 2002년 4월 중국민항기 돗대산 추락 참사로 인한 탑승객 167명 중 128명의 사망은 부산시민의 뇌리에 뿌리박혀있다. 안전은 물론이고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이 부산시민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고 더욱이 최근 2년간 청년 인구 유출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최악의 부산경제 상황 속에서 부산시민들에게는 "신공항건설"이 안전하고 경제를 살리는 부산발전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안타까운 것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학자뿐 아니라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부산기후행동 녹색미래노동정의 4당연대'는 가덕도신공항에 침묵하는 몇몇 시민단체에 기후 위기에 신공항 건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이지기까지 했다. 또 지역의 진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시민사회진영은 회원탈퇴 우려와 "내부입장 정리"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했다. 지역시민사회는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일명 민주세력과 동지적 관계로 뿌리내려 있다. 여기엔 믿음과 의리 속에 진정 가덕도신공항건설이 부산발전임을 의심하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침묵과 외면은 정치적인 기득권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그 끈이 계속 지속되길 바랐을 것이다. 또 민심을 얻기 위해 표밭을 다투는 4·7보궐선거를 앞두고 더욱 그랬을 것이다. 18년간 선거철만 되면 김해공항의 포화상태와 안전성의 문제로 신공항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언제나 가덕도는 물망에 올랐다. 이런 지난한 시간동안 많은 이들은 정치적 쇼에 가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더는 정치에 이용되는 것에 신물 나 외면하는 부류도 생겨났을 것이다. 희생양이던 가덕도의 원주민조차도 "우리는 안 믿는다. 또 이러다 말 것이니 삽을 떠야 믿지!"라는 식이었다.
2016년 여러 논란 끝에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처 가덕도는 신공항을 지을만한 "일반적인(natural) 공항 후보지"가 아니라며 "김해신공항"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지난해 말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단 102일 만에 올해 2월 특별법을 동원해 "가덕도신공항"을 결정했다. 허나 이 침묵과 외면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침묵은 진실을 더욱 왜곡하는데 힘을 실어주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묵고한다면 동조인 것이다. 신공항의 필요성을 넘어 가덕도신공항건설은 반생태적 반민주적 처사이기에 우리 모두는 봉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짐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청년들은 공항건설이 아닌 기후 위기 대응 사회안전망과 불평등의 해소를 요구하고 지역 주민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시민사회는 전국단위의 연대를 조직해나가고 있다. 일반시민들도 경제성과 그 효과에 대해 의심하며 가덕도신공항반대의 목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마을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28조라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임에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제대로 된 검증없이 밀어붙이는 식은 우리가 겪었던 4대강사업과 다를 바 없는 토건사업임이 이번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항공토건은 탄소예산 1/4을 깎아 먹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과도 반대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생명이 절멸하지 않기 위해지구평균온도 1.5℃를 유지하기 위한 탄소예산은 1조톤 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만들어야하는 책무가 있는 상황에서 신공항건설은 전지구적 인류 생존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덧붙여 가덕도는 낙동강하구(낙동강하구문화재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179호)의 생태축이다. 예정지인 대항은 국내 유일의 숭어잡이 전통어로가 전승되고 대구의 산란지이기도 하다. 가덕의 동사면의 암반층은 지질사적으로 조명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형으로 인해 다양한 생물의 이동과 서식지로 이용되는데 멸종위기야생동물 상괭이, 수달을 비롯해 주변 해역의 어류 등 해양생태계의 귀중한 서식지이다. 더욱이 가덕의 생태축인 연대봉과 국수봉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자연생태도 1.2등급, 녹지생태도 8-9등급으로 유전자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이런 가덕도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기후위기대응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탄소흡수원인 것이다.
우리가 이런 곳을 지킨다면 한낱 "동남권메가시티"의 허망 된 꿈 보다 모든 생명이 함께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는 곳이지 않을까 한다. 10여 년 전 처음 가덕도와 인연을 맺었을 때 그 고요함과 따스함이 내 가슴에 파고들더니 그냥 그곳 햇살에 잠이 들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가덕도가 내게 그랬듯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쉼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프레시안과 참여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연재하는 시민정치시평은 이번에 '가덕도 신공항'을 키워드로 두 편의 글을 연속 게재합니다. 지난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습니다. 가덕도 신공항과 특별법 자체가 내재한 문제점들이 해결된 것도 아닌데 국내외의 여러 이슈에 밀려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덕도를 키워드로 하는 기사 수가 특별법 통과 당시 주간 865건이었다가 최근에는 200건을 밑돈다는 빅카인즈(BigKinds) 검색 결과 역시 이러한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상대적 무관심은 가덕도 신공항에 관련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연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1) 4대강 사업 등 기존의 국가주도 대규모 토목사업에 비해 이 이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지, (2)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입니다.
첫 글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인 지현영 변호사가 가덕도신공항법의 위헌성을 분석했습니다. 이어질 두번째 글에선 김현욱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가 "왜 우리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말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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