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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 든 민심 어디로? 文대통령 '사면초가'

'공정·정의·평등' 좌초가 초래한 재보선 완패 후폭풍

임기 1년 여를 남긴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4.7 재보궐선거 패배로 중대 고비를 맞이했다. 지난 4년동안 좀처럼 깨지지 않던 4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져 30%대 초반까지 내려앉았고, 부동산 정책 등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 역시 크게 낮아졌다.

'문재인 효과'가 사라졌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이번 선거 패배는 뼈아프다. 2017년 대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이어오던 연전연승의 맥이 다음 대선을 1년 앞두고 끊겼다. 정부여당을 견인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시들해지면, 재집권을 도모하는 여당은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시동을 거는 게 역사적 선례다.

선거 분위기가 이전과 달랐다. 앞선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배경으로 낙승을 거뒀다. 후보 개인의 자질보다도 '문재인'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의 이름은 사라졌다.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했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조차 어느 순간부터 정부 실정에 사과 메시지를 내고 대통령 언급을 눈에 띄게 줄였다.

정책‧공약도 정부 방향과 달랐다. 박 후보는 "서울 강남 재개발·재건축은 공공 주도만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문 대통령이 힘을 실은 '공공주도 공급 원칙'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물론 여당의 '대통령 거리두기'는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임기 말년이 되면 당·청 관계가 소원해지고, 지지율이 땅에 떨어진 대통령들은 모두 수난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열린우리당 대선후보들이 앞장서 노 대통령과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노무현 정부의 당청 갈등 기억을 아프게 새긴 민주당과 청와대는 당정청 공동체 의식을 여러차례 다짐했다. 그러나 중도 이반과 보수 결집으로 인해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하락세로 접어들자, '우향우'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도 '진보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며 지지층 동원 정치에 몰두하는 여권의 모순된 행보는 내부 혼선으로 치달을 분위기다.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LH 사태는 촉매제에 불과

공고하게 40%대를 방어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에 균열이 생긴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지목된다. 지난달 2일 사태 폭로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해나갔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던 지지율이 폭락하자 각종 해석이 등장했다. 공통된 의견은 "땅 투기 의혹이라는 사건 하나만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진 않았다. LH 사태는 촉매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LH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저변에는 집값 폭등에 맥을 못춘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세입자 보호를 목표로 한 임대차법, 부동산 부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공시지가 현실화의 정책 취지와 방향은 수긍할만 했지만, 정책을 다루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분노를 촉발했다. LH 사태는 부동산을 넘어 '공정'을 기대한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

LH 직원들이 부동산 시장의 룰을 깨뜨리고 반칙으로 특권을 누린 점에 대한 분노를 넘어 민심은 여권 인사들의 위선적 행태에 염증을 냈다.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대차법을 주도한 박주민 의원의 전월셋값 인상이 기름을 끼얹었다.

이같은 내로남불 행태에 국민들은 1년 반 전 한국 사회를 둘로 쪼개놓았던 '조국 사태'의 기시감을 느꼈다. 강단과 저서에서 그리고 SNS에서 수없이 정의와 공정을 외쳤던 조 전 장관은 딸 입시 부정 및 장학금 특혜 의혹과 사모펀드 투자 논란에 휘말려 장관직에서 조기 낙마했다. '촛불 정부'를 자칭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그 때부터 잦아들었다.

LH 사태가 '공정·정의 훼손' 논란으로 확산되자, 문 대통령은 "허탈감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고 자세를 낮췄으나 부동산 사태의 책임 규명을 현 정부의 범위 밖으로 넓혔다. 근본적 대책 마련의 일환이라고 해도 "부동산 적폐 청산"은 현 정부의 책임 회피로 받아들여졌다.

문재인 정부도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인식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응답자의 54%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학업, 취업 준비로 매 순간 경쟁에 부딪히며 공정 이슈에 가장 민감한 2030세대도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를 만든 주축 세력의 이탈에 정부여당은 긴장한 분위기다.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얻은 20대/30대 득표율은 47.6%/56.9%로 평균 득표율(41.1%)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최근 20대 지지율은 25%, 30대 지지율은 36%로 대선 때보다 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한국갤럽 4월 1주)

文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제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지난해 집권 4년 차 징크스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성공에 힘입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백신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추세는 최근들어 전문가들이 4차 대유행을 경고하는 실정에 처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호조세라는 정부의 홍보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이 임기 중에 성과를 거둘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으로 국정운영 동력이 치명상을 입은데다 법무-검찰 갈등도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려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갈등이 표면화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입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발 기획사정 논란'을 놓고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연루 여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임기 초 성과를 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미중 대결 구도 안에 갇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임기 말 국정운영이 다방면에서 난관에 처했고, 재보선 패배로 정치적 상처를 입은 청와대는 조만간 개각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시한부 유임' 상태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교체가 유력시된다.

30% 안팎의 지지층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칠 것인지, 친문재인 인사 중심의 국정운영에서 탈피해 촛불 정부를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인지는 오로지 문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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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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