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의 한국계 미국인 기자 아마라 워커는 17일(현지시간) 저녁 생방송 <CNN 투나잇>에 출연하러 가는 길에 행인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워커 기자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보도를 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 사건으로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중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안계 여성 6명이다. 체포된 용의자 21세의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은 범행 동기에 대해 "성중독"이라면서 '여성 혐오'는 사실상 인정했지만, 아시안계 증오범죄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 돈 레몬 앵커에게 "약 10분 전에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바이러스'라고 소리쳤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인종차별적 괴롭힘의 한 예"라고 말했다. 워커 기자는 지난해 10월에도 공항에서 세 번이나 연속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경험과 관련해 "이렇게 말하는 게 정말 싫지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애플파이만큼 미국인이고, 한국식 바비큐만큼 미국인이다. 나는 미국인이니 그 사실에 대해 내게 묻지 말아 달라"고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 "증오범죄 주장이 언론자유 침해" vs.아시아계 의원들 "트럼프 정치적 책임"
애틀랜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18일 미국 하원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범죄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증오범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증오범죄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중국계인 그레이스 멩(민주당, 뉴욕) 의원은 "우리는 고통 받으며 피를 흘리고 있고 지난 1년 동안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왔다"며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멩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우리 사회의 상처와 고통을 해소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인종차별이란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를 표명해왔다. 주디 추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 하원 아시아태평양아메리칸 코커스 의장)은 1년 전부터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과 폭력은 이제 일상의 비극이 됐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지적했다.
추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해 "우리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조기 게양 지시...바이든-해리스, 애틀랜타 방문 예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포고문을 발표해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애틀랜타 대도심에서 자행된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피해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미국 헌법과 법률이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위에 입각해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일몰 때까지 미국 전역에서 백악관을 비롯한 관공서, 군 기지 등이 조기를 게양한다. 미국 대사관과 군 기지 등 해외 시설도 같은 조치를 취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지역의 아시아계 지도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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