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유명한 그 땅. 기대했지만 머쓱하게도 그저 평범했다. 약간의 디테일은 있었다. 묘목의 간격이 촘촘하다. 내부 정보 꼼꼼히 체크했을 공기업 직원의 알뜰함과 세심함이 느껴졌다.
유구한 역사를 생각했다. 땅투기의 역사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강남이 개발되던 때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땅투기로 정치자금을 대기도 했다. 팽창하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농지를 헐값보상하고 수많은 아파트를 짓고 나누는 과정에서 정경관언 유착은 공공연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 불과 2006년이니 그 이전까지는 누구도 부동산 문제에서 정직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역사의 끝자락에 부동산 재테크가 상식과 교양이 되고, 아이들이 부동산을 꿈꾸는 현상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치를 생각했다. LH 사건에 유례 없이 강경한 정치인들의 말과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했고, 선거 이후의 온도를 짐작했다.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누가 덜 더럽고 누가 더 더러운가'와 '조금이라도 더러우면 다 똑같이 더럽다'는 논리가 부딪칠 것이 뻔해 보였다.
법을 생각했다. 법이 없어 이 사달이 난 것일까? 얼마나 더 강력한 법이 만들어지면 해결되는 것일까? 법은 제정보다 적용과 집행, 해석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땅 보러갔다 오는 마음이 어지러웠다. LH 직원의 땅투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를 둘러봤다. 투기의 대상이 된 땅과 애꿎은 어린 나무들, 빼앗기듯 농지를 내놓아야 하는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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