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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북한 붕괴론'이란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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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북한 붕괴론'이란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북한경제, 왜 알아야 하는가

때 아닌 '북한붕괴론' 소동이 있었다. 빅터 차(Victor Cha)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와 핵무기, 붕괴하는 경제가 혼재한 재앙적"인 "또 다른 형태의 북한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경제는 정말 향후 1년 이상을 봉쇄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라고 묻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답(自答)했다(<워싱턴포스트> 2021년 1월 16일자).

차 석좌의 기고문에 대해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반박에 나섰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경제중심정책으로 '맷집'을 키웠고 "북한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예측했다. 이들은 "북한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설명과 왜곡된 시각은 북한에 대한 정책을 호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2월 1일).

간혹 튀어나오는 미국에서의 '북한붕괴론'에 한국 전문가들이 반론을 제기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갸웃하게 된다. 이런 반론이 잦으면 좋을 것이다.

국내 보수진영은 차 석좌의 분석 배경에 '우리가 모르는 북한정보'가 있을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합리적 타당성이나 사회과학적 추론과 무관한 '믿음'은 배반당하기 쉽다.

'북한붕괴론'과 빅터 차 석좌

차 석좌는 조지타운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강의했고, 2004~2007년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담당 국장으로 일한 바 있으며 한때 주한 미국 대사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의 경력은 실용학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의 저서 <불가사의한 국가: 북한의 과거와 미래>(2012년, 2016년 번역 출판)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네이버 북 섹션이나 알라딘을 보면 '출판사 서평'에 다음 대목이 실려 있다.

"당신이 내일 아침 신문을 볼 때나, 아침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을 켰을 때 북한이 붕괴됐다는 헤드라인을 접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심각한 체제위기에 대한 나의 예측을 넘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도 북한이 건재하다 해도 그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북한의 운명에 대한 예측은 그만큼 쉽지 않다. 이 점에서 북한은 진정으로 '불가사의한 국가'다."

무슨 이야기인가? 그는 '조기 붕괴'와 '10년 이상 건재' 사이를 오가다가 '예측이 어려운' 북한은 '불가사의한 국가'라고 말한다. 전문가의 '북한관(觀)'으로 보기에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북한붕괴'에 관한 전문성에서 상식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불가사의하다'는 판단과 '우리가 모르는 북한정보'의 추측 사이의 심연은 넓고도 깊다.

북한, 불가사의한 국가?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

차 석좌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2년 4월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북한은 내적 또는 외적 요인으로 인해 붕괴할 수 있고,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FA 자유아시아방송> 4월 12일).

그의 발언에서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한 구석이 있는데 '미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북한 군부가 붕괴 과정을 주도했을 경우와 핵무기 처리의 중요성이 부각됐을 경우, 중국이 북한의 붕괴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경우 등을 상정해볼 수 있다. 그의 발언이 이런 경우들을 상정한 것이라면 그 신뢰성은 더욱 떨어진다.

그는 2013~2014년의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장 내일 붕괴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불안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혹은 "(김정은체제가) 지속될 수는 없다. (10년 내) 통일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와 유사한 학자/당국자의 말은 '언제나' 화제 거리가 되지만 '언제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뇌리에서 사라진다. 논쟁하기 싫어하는 '미풍양속'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한국의 전문가들이 미국의 정관계․학계의 그러한 발언에 대해 비판을 자주 행사하면 좋겠다.

▲ 지난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당시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 김 1비서의 오른쪽에 차례대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호 총참모장이 배석했다. ⓒAP=연합뉴스

'북한붕괴론'의 전략적 의도

'북한붕괴론'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사망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국면이 되면 어김없이 '북한붕괴론'이 부유(浮游)한다. 이럴 때엔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합세하기 일쑤였다. 국내 보수진영은 그 풍차를 돌리는 바람이었다. 이들의 희망 풍차,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고 멎었다.

'북한붕괴론'에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북한은 곧 무너질 터이니 대북 봉쇄를 강화해야 하고 남북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수진영의 구태의연한 정책담론이었다. 미국에서 이런 입장에 서있는 정관계․학계 인물들이 적지 않다. 차 석좌이든지 어느 누가 총대를 메건 상관없이 이런 관점은 튀어나온다. '전략적 인내' 전략을 바이든 행정부의 새 버전으로 만들려는 정관계․학계 인사들의 움직임에 놀랄 일은 없다. 그들은 원래 그러하니까.

국내 전문가들 "북한체제, 내구력 있다"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의 '북한붕괴론'은 북한의 내부 붕괴를 '염원'한다. 하지만 남한의 여러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체제의 내구력'을 '연구'해왔다. 경제난 등의 난맥상은 있지만 내구력은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결론이었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서는 권력의 안정성을 인정하는 것이 학계의 대세다. 학계에서는 '장성택 반당반혁명 종파사건'의 처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북한 고위간부들이 '충격'을 받아 그 누구도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에 도전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을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의한 권력의 안정성으로 설명한다.

다른 견해도 있다. 북한 권력서클에서의 일심단결과 백두혈통에 의한 정권 계승에 주목하는 연구자들이 없지는 않다. 북한의 엘리트들은 목하 자기 업무에 집중 중이며 다른 일에 무관심한 정치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견해에 서 있든 간에 북한에서 권력투쟁이나 무장봉기에 의한 체제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토로한다.

정세현 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은 오래 전의 신문 칼럼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북한붕괴론이 20년 넘게 한반도 상공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남쪽에 진보정권이 서면 모습을 감췄다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대낮에도 활개 친다. 그러나 북한붕괴론은 아직 현실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한겨레신문, 2015년 10월 11일자) 그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기금 모금을 위한 '통일항아리',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위원회를 거론하며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붕괴하는 북한경제'는 잘못된 가정

'북한붕괴'는 현실이 아니다. 대화 회피의 모티브일 수는 있어도 실상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무기는 이제 미국을 위협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시간을 끌면 북한을 둘러싼 이해당사국들이 모두 곤란해진다. '북한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는 세상의 변화를 잊고 싶어 하는 '나몰라'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남는 문제는 경제다. 차 석좌는 '붕괴하는 경제'를 지적했다. '붕괴하는 경제'가 현실이 될 것인가? 그러면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것인가? 우선 경제난이 심각해 국가와 체제가 붕괴한 사례는 없다. 구소련․동유럽 사회주의권의 사례는 경제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급진 경제개혁에 수반된 정치개혁이 붕괴를 불렀다는 설명이 합당하다.

다른 하나, 만일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붕괴 위기에 빠진다면 중국이 지원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북중관계를 그런 방향으로 흐르게 할 것이다.

북한경제의 예측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북한 자신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응'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외부세계에서 이에 대한 공부는 부족한 형편이다. 국내에서 북한경제의 전략적 움직임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충분치 않은 것 같다.

북한 실물경제 연구의 제한성

모든 경제연구에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을 다룰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북한은 1970년대 이래 실물경제 데이터를 꽁꽁 숨겨왔다. 연구자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의 비체계적이고, 때로는 비실증적인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 등에서 발표하는 북한경제에 관한 각종 통계들은 1970년대 초반에 중앙정보부에서 만든 <남북한 경제력 비교연구>에서 연원한다. 이 책은 1970년대 초반까지의 <조선중앙년감> 등 북한 자료들에서 추출해낸 콘텐트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통계자료가 거의 없으니 이전 통계에 기초해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추정 통계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경향(트렌드)을 추적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 통계는 북한의 수출입상대국의 자료를 축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국내 전문가들이 지난 10여 간 '북한 시장'에 관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의 정리에 몰두해왔지만, 실물경제 연구에는 여전히 제한성이 있다.

연구 가능한 분야는 북한의 경제발전전략

북한의 실물경제 연구에 제한이 있다고 해서 경제정책분야마저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정책에 관한 연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년)은 지난해에 '성과 미달'로 끝났고 올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시작됐다. '발전'의 개념에서 차이가 있을지언정 북한이 경제발전을 추구한다는 사실에서 다른 나라와 차이가 없다.

김정은시대의 조선로동당은 이전과 달리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정치국 회의,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등의 진행과정과 그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공개한다. 연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정책을 연구할 수 있다. 실물경제와 경제발전전략의 내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파면 팔수록 연구거리는 샘물처럼 나온다.

북한연구, 미국이 압도하던 시대는 지나

필자가 기자생활을 하던 199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의 방향을 다룬 글을 <통일경제>(현대경제연구원, 1998년 12월호)에 실었다.

미국대사관에서 필자의 글을 번역해 국무부에 보냈던 모양이다. 미 국무부에서 필자와의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서울대사관에 연락했던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줌(Zoom)을 이용했겠지만 그 시절은 디지털문명이 아니었다. 미국대사관의 요청으로 필자는 대사관을 방문했고, 한 직원이 통역을 배석시킨 채 필자에게 2시간 가까이 질문을 했다. 필자는 그때 "미국도 북한 관련문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네"라고 생각했다.

다른 경험 하나 더.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1990년대 중반에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요청에 따라 미국의 정책연구기관들을 두루 방문했다. 동아시아 전문가들 중에 뜻밖으로 북한문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들은 '제국(帝國)의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을 들여다 볼 뿐이지 세밀한 사정에 관심이 도통 없었다.

필자에게 뭔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전문가들도 없었다. 필자는 신문사 '북한문제 전문기자'였고 그런 배경 때문에 미 국무부의 초청을 받았던 사연과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필자는 그때 "미국은 북한 내부 사정에 관심이 적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대응에나 관심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요즘 <38노스>에 게재되는 북한의 핵시설 등 군사관련 글들이 실리는 것을 보면서 민간에서 국방부의 업무를 많이 수행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북한문헌 연구와 '내재적 접근법'

필자는 이정식․서대숙 교수로 대표되는 북한연구 1세대의 재미학자들의 저술로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 재미 1세대 학자들은 북한 문헌을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북한 문헌의 세밀한 검토에서는 일본 학자들도 뒤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 북한 문헌을 활용한 연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필자는 1985년경부터 북한을 연구했는데 문헌 연구에 가장 집중했다. '내재적 접근법'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이 없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지금도 이 접근법이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정책을 설명하는 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에 들어 북한이탈주민들 중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석․박사 학위논문(북한대학원대학교 등)을 쓰는 사례도 있는데, 이 논문들이 연구에 더러 활용되고 있다.

국내 북한 연구의 도약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

국내의 북한연구는 1990년대에 시작된 진보진영의 '북한바로알기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 운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젊은 세대의 일부가 전문연구자로 변신하면서 북한연구학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제3세대 연구자들은 '내재적 접근법'을 비롯해 이전에 없던 연구방법론을 모색했다. 북한 연구의 도약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국내의 몇몇 대학과 국책연구기관들에서 다양한 연구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양(量)에서 질(質)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서동만 교수(작고)는 2000년대 초에 한국의 북한연구 수준이 미국을 능가한다고 여러 기회에 밝힌 바 있다. 그의 평가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국내 전문연구자들은 북한문헌 연구, 정보당국의 대북정보,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 북한방문객들의 방문기 등 다양한 경로의 북한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의 분야는 정치권력과 리더십, 경제현황, 군사현황, 사회문화 실태 등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2000년대 이후 제3세대의 북한연구는 '반공(反共)' 1세대 연구자들과는 완연히 달랐고 미국의 북한연구 수준을 능가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유학파 중심의 1.5세대 연구자들은 '미국식 방법론에 의한 북한연구'를 유지했으며 이들의 연구는 미국으로 수출되어 국내로 역수입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북한연구 1세대 재미학자들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유학파 1.5세대와 2세대 연구자들이 서울과 워싱턴D.C.에서 논문 등을 발표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들의 친미(親美) 성향은 반북적(反北的) 연구로 이어졌고 그 재생산구조를 갖게 된다. '북한붕괴론'은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됐다.

미국의 대북접근은 '인권'문제 등 북한의 국가위신 떨어트리기에 집중

미국이 관심을 갖는 북한정보가 군사부문에 머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정보에 집중하고 이 정보는 '인권'문제에 활용된다. 미국 의회가 관심을 갖고 달려드는 분야가 북한 '인권'문제다. '인권'문제는 사회주의 '붕괴'전략과 통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미국이 가치관이 다른 나라(사회주의)들의 인권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 데 따른 전략적 고려이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집착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북중 협력과 교류는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 최근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소재는 북한 주민들에 의한 국제적 해킹이다. 해킹은 국제사회의 골치 아픈 범죄행위이고 형사사건이다. 해킹의 범위는 금융정보․기업정보에서 군사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미국의 관계기관은 틈틈이 북한에 의한 해킹 보고서를 발표한다. 인터폴 등 국제수사기관은 해킹 범죄를 공개 수사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

북한에 의한 해킹은 유독 미국이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것 같다. 미국은 인권문제, 해킹문제 등으로 북한의 국가위신을 떨어트리는 데 관심이 많다.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에 속도가 붙을수록 미국의 이러한 행태는 강화될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내부적으로 반(反)사회주의․비(非)사회주의적 활동에 대한 투쟁을 강화할 것이다.

▲ 2월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천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해커는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진 해킹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경제, 왜 알아야 하는가

분단의 장기화는 남북한 경제에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왔다. 남한경제는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에서 시작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남한은 2020년에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1,700달러 정도였다. 북한경제는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지향하면서 세계시장경제와는 거리두기를 해왔다.

북한은 2020년에 1인당 GNI가 약 1235달러(약 140만 8000원, 1달러=1140원 적용)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의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1인당 GNI에서 남한의 27분의 1 수준이 된다. 남북한의 경제력을 1인당 GNI로 비교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가 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GNI, 경제성장률 등의 추정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논쟁이 있다. 과거에 사회주의 국가에서 NMP(net material product, 純물적 생산)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GDP에서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차감한 것이었다.

북한의 GDP를 연구해온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미국 CIA가 추정한 소련의 GDP는 NMP보다 25% 정도 많았고, 그 25%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로 볼 수 있다며 북한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GDP를 둘러싼 논의는 생략하고, 남북한 경제력의 추정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그친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의 청년들에 비해 통일에 관심이 적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이 여러 차례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합의했다는 것에서 깊이 생각할 지점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비롯한 여러 현안 중에서도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은 '민생'과 직접 관련되기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남북 경협은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북한의 독특한 경제구조를 이해하지 않은 채 전개되었다. 향후 남북 경협에서 질적인 단계로 진입하려면 북측의 경제구조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측의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머리 꽤나 아플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경제에 관한 관심을 높이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비롯한 통일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민족경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민족경제는 현재의 남한경제와 북한경제에 기초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민족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의 과제를 안고 있다.

남한의 자본주의 경제제도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제도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기계적으로 통합(수렴)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남북 민족성원들의 삶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합의하고 선포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경험을 서로 교환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최적화'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균형적 발전'은 또 무엇인가? 남북경제의 지역적 균형과 부문별 균형 등을 말한다. 이것은 쌍방의 산업구조와 경제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이것 역시 남북 민족성원의 민생과 관련되고 이들의 지지에 기초해 '조정'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이 이처럼 근본적으로 복잡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왜 합의했을까? 이 과정 없이는 평화적 통일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북한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북한경제의 지향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북한경제는 남한경제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그 제도의 성격이 다르다. 북한경제는 무엇보다도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소중히 여겨왔다. 그 역사는 1960년대로 소급된다. 자립적 민족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완결적(自己完結的) 경제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대외 의존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제에서의 '자립'은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국방에서의 자위와 함께 주체사상의 국가적 방향에 해당된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김일성시대에는 중공업의 우선발전과 경공업․농업의 동시발전,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의 길을 밟아왔다. 김정일시대에는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국방공업의 우선발전과 경공업․농업의 동시발전), 과학기술발전 전략과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과제 등을 수행했다.

김정은시대에는 이전 시대를 총체적으로 계승하면서도 혁신에 돌입했는데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2013년 3월),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2018년 4월), 정면돌파전(2019년 12월) 등을 실행해왔다. 이 모든 것은 경제적 자립과 자기완결적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2021년 1월에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는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서 당의 기본정치방식을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변경한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선군정치'가 시대적 소임을 다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외양으로는 군대를 앞세운 정치와 결별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핵무력 완성과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의 자신감에 따라, 즉 자체 안보역량 또는 전쟁억지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라 120만명의 군대 및 재래식 병기를 유지할 필요성에 변화가 생겼음을 뜻한다. 군대에서의 이 변화의 물결이 2021년부터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북한경제의 또 하나의 지향은 민족주의․사회주의․집단주의, 자력갱생․자강력제일주의 같은 정신적, 이념적 측면이다. '우리 민족제일주의'라든가 '우리식 사회주의'는 북한 사회주의에 고유한 것이다. 북한경제는 북한식 정치제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유일사상과 유일적 영도체계, 당적 지도와 정책적 지도, 내각책임제, 관료주의․부패 및 단위특수화․본위주위와의 투쟁(전쟁), 상시적인 대중운동 등의 정치제도는 그들 사회의 고유성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경제의 사회주의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국가적 소유 및 집단적 소유)에 기초해 계획경제를 실행한다는 것이다. 생산수단에는 토지, 산림, 지하자원, 원료, 생산도구, 생산용 건물, 운수수단, 통신시설 등이 포함된다. 계획화사업에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가 유지된다. 계획경제와 시장이 공존하기는 하지만 '시장경제'로 나아갈 생각은 전혀 없고 시장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장경제 국가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사회주의시장경제'와 다른 길을 걷는 북한

북한경제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의 경제와는 달리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중국과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이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운영해왔고 경제시스템 자체가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세계시장과 깊숙한 연계를 가질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정책이 지속되는 조건에서는 핵무력과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불러왔고 결국 세계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일정한 내수시장 및 무역 규모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현재 북한경제의 여건은 수출입 중심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자주성과 경제적 자립구조에서도 무역을 중시하기는 하지만 경제 전반을 수출입 중심구조로 만드는 것과 다른 문제다. 북한은 시장사회주의로 제도를 변경한다고 해도 경제사정이 극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체제 이행국들 중에 제도와 정권의 '붕괴'에 이르지 않은 중국과 베트남의 길을 연구해왔지만 북한이 채택할 것과 채택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변수는 남북한의 대립․경쟁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한의 북한경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에서는 남북 경협을 통해 북한경제의 '시장화'를 확대하는 한편, 북한을 세계시장경제 체제에 편입시키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이러한 방향에서의 남북 경협에는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이에 반대할 것이다. 북한은 경제적 자립성을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한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의 차원에서 북측에 손을 내밀려면 '시장주의적 접근'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북한은 남한에서 산생되는 대북 정책의 방안에서 '시장주의적 접근'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남한의 '시장주의적 접근'에는 대북 '흡수통일'의 낡은 기대가 꿈틀거린다고 북한이 볼 수 있다.

남한의 보수진영에서는 '시장주의적 접근' 외에는 반대할 것이고, 진보진영에서조차도 이 접근 외에 다른 방안이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북한경제는 1990년대 중반과 다르다

북한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관련해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북한경제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의 경제난의 늪에서 벗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 가운데 가장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경제난'이다. 이 인식이 지속되는 이유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반복되는 증언과 이를 재생산하는 보수언론, 보수진영의 전문가들의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북한의 경제형편은 계속 바뀌었는데도 고정관념은 여전히 살아있다.

식량난과 관련하여,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금년에도 식량부족(2020년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 440만 톤 추정, 농촌진흥청)으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분 약 100만 톤 중에 중국에서 50만 톤을 수입할 수 있다면 약 50만 톤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원자재난과 관련하여, 수년간 북한이 원자재의 국산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원자재 부족에서는 어느 정도 탈출할 것 같다.

전력난과 관련하여, 전력과소비형 산업구조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고 전력을 많이 쓰는 화학․금속공업 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국가적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북한이 '부족의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북한에 관해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뉴스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자연발생적 시장)경제에 의해 삶을 연명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경제당국이 허용한 400개 이상의 종합시장과 기타 농민시장․장마당이 있는데 시장의 규모와 판매가능품목 등은 당국에 의해 자주 조정된다.

북한 경제당국은 최근에 국영상점 가운데 식료품상점을 중심으로 슈퍼마켓형 상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사회주의상업체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국영상점의 기능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종합시장만으로는 모자란 점이 있지만 장마당경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시장은 경제당국에 의해 자주 조정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북한의 정비 보강전략과 인민대중제일주의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의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성장의 '전략적 전환기'로 만들기 위한 자력갱생․간고분투의 모습이 뚜렷하다. 그런 가운데 올해 시작된 5개년계획에서는 '정비전략․보강전략'이 중시되고 있다. 지난 5개년전략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된 데 따라 정비와 보강, 정리정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로동당이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고치면서 기본정치방식을 '선군(先軍)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바꾼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선군정치는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군대를 앞세우는 것이었다.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는 인민을 앞세운다.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먹는 문제의 해결과 인민생활의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 9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5~7일 8차 당 대회 기간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한 사업 총화 내용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이것은 전환기 북한경제의 종자(種子)다. 경제관리 개선도 중요하고 재정은행사업의 변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국방공업 능력의 민수 전환 등 혁신과제가 여럿이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복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환기의 방향이다. 전환기는 DT(Digital Transformation)를 포함하지만 이것이 주도적인 과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경제에 관한 국내 연구들이 변화를 읽어내는 데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김정은시대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을 살펴보면 김일성-김정일시대의 계승도 있고 혁신의 측면도 있다. 국내 연구의 선입견은 혁신에 가닿지 못하고 계승의 측면에 머물고 있다. 계승의 내용조차 제대로 숙지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경제를 다루는 사례도 있다. 그러다보니 북한경제에 대한 분석은 과녁에서 벗어날 때가 종종 있다.

북한, "실현가능한 새로운 투쟁목표"로 향하는 중

김정은 당 총비서는 제8차 당대회의 결론에서 "당대회는 지난 총결기간의 교훈에 비추어 이번에는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따져보고 현실에 최대한 접근시켜 실현가능한 새로운 투쟁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실에 최대한 접근시켜 실현가능한 새로운 투쟁목표'라는 표현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이어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앞으로 조성될 수 있는 조건과 환경들을 예견성 있게 판단하면서 단계별, 연차별 계획부터 잘 세워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단위들에서 일단 계획을 세운 다음에는 그 집행을 위한 과학적이며 구체적인 작전과 지휘를 실현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수행하며 국가적으로 인민경제계획 수행정형을 지표별로 엄격히 장악 추진, 총화하는 강한 규율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계획경제에서 단계별․연차별 계획의 수립과 수행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올해는 그 시금석이 되는 해다.

북한경제, 왜 지금 전환기인가?

북한경제는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북한 지도부는 핵무장력과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의 성공으로 '국방력'에서 상당한 우려를 덜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성장에 질주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동인이다.

둘째, 5개년계획(2021~5년)에서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계획경제에서 나타난 '허풍' 숫자(허위, 과장 보고)에서 벗어나 '실리주의'와 '방향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셋째, 주요 경제부문과 산업현장의 책임자들이 <로동신문>에 릴레이 반성문을 쓰고 있는 것에서 확인되듯이 간부들의 책임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북한은 5개년계획의 실행에서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을 중시하며 그 과정에서 철저히 자력갱생에 의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세변화의 영향을 덜 받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섯째, 자력갱생은 철저히 과학기술발전에 의거한 자력갱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점이다.

여섯째, 그 어느 때보다도 국방공업의 능력을 민수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들을 광범위하게 취해나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곱째, 생산력을 합리적으로 재배치하고 경제관리 개선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사회주의 상업체계의 정비에서 보이듯이 소비재부문의 내수확대 등 여러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며 가히 '경제전환기'라 할 수 있다.

전환기의 근거로 제시한 것 중에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2018년 4월)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있으며,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2019년과 2020년의 경제적 어려움이 겪고 나서 2021년부터 새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의 지름길 : 각종 보고 독해

북한의 현 단계 경제정책은 당대회의 개회사․사업총화보고․결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 내각전원회의 보고 등에 가장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국내외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 「보고」들을 주목하고 분석해오고 있다. 이 「보고」들을 씨줄날줄로 삼는 것이 북한경제 '전환기'를 읽는 지름길이다. 연재에서 「보고」를 3회에 걸쳐 다룬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연재는 프롤로그에 이어 △북한경제의 기본적 특징과 역사적 변화(제1회)를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두 가지 현실 문제를 다룬다. 하나는 △현재 북한 실물경제의 실태와 경제적 잠재력(제2회)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제3회)이다.

다음으로 5개년계획(2021-25년)의 정책 방향을 제8차 당대회 등의 정치행사를 중심으로 다룬다. 즉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정비․보강전략의 방향 등(제4회)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정책(제5회)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와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제6회) 등을 다룬다. 이에 더하여 △'전환기'를 이끄는 경제 책임자들의 전면 쇄신(제7회)을 다룰 것이다.

다음으로 전환기 경제에서도 중요한 기본과제들인 △먹는 문제 해결과 인민생활 향상(제8회)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제9회) △지방경제 발전과 국토관리(제10회)를 다루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북한경제의 혁신과제들을 소개할 것이다.

즉 △재정금융사업과 상업은행(제11회) △첨단과학기술발전과 경제의 파급효과(제12회) △군수산업의 민수경제 발전 견인(제13회) 등이 그것이다. 에필로그에서는 △북한경제가 대북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몇 가지 서술하려고 한다. 독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연재 주제를 추가할 수 있다.

연재의 제목에 '전환기'를 달고 있지만, 북한이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제8차 당대회에서 정세의 '격변기'라고 하면서 '정비전략․보강전략'을 언급했다. 필자의 시선과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북한경제에서 전환기가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전환기를 고려할 때 북한경제는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 지속가능하다면 그 동력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연재를 통해 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이 연재에 대한 소견이나 반론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 경협의 가까운 장래를 생각한다면 북한경제의 전환기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독자들의 질문도 환영한다. 독자들의 시선과 눈높이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환기' 북한경제의 정책 과제를 다루기 때문에 북한 경제용어가 해일처럼 밀려들고, 북한 지도자들의 발언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런 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양해를 바란다. 북한의 실물경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여건에서라면 그들의 정책이라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남북 당국이 합의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은 이러한 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재 제8~12회는 필자의 졸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전2권(2020년 12월 30일 출간)에서 내용 일부를 가져왔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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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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