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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는 "10세 아동 자발적 성매매" 논문을 감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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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는 "10세 아동 자발적 성매매" 논문을 감쌀 것인가?

[워싱턴 주간 브리핑] '램지어 파문'이 드러낸 현실과 좌표 ①

긴 글이라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글의 결론부터 밝힌다.'램지어 파문'에 대한 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가 최근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계약에 기반한 매춘부(prostitute)"라는 주장을 하는 논문('태평양전쟁에서의 성 계약')을 발표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그의 논문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램지어 파문'은 미국 학계의 문제다. 사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램지어 파문'에 분노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첫 번째는 '램지어 파문'이 보여준 미국 학계의 구조적 문제들이다. 한국 학계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주

램지어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아니었다면?

솔직히 워싱턴특파원으로 있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취재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램지어 파문' 덕분(?)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이라는 주장은 한국인들 입장에서 전혀 새롭지 않다. 일본 극우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해오던 '망언'이다.

문제는 이런 '망언'을 1) 미국 학자, 그것도 미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2)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그것도 정년을 보장 받은 3) 정교수가 했다. 게다가 과거 한국의 모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수업시간에 나온 발언도 아니고 학술지에 게재된 4)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했다.

'램지어 파문'이 '학문 비리'로 다뤄져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논문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 학계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첫째, 하버드대 로스쿨 정교수이자 인종적으로 백인인 램지어는 왜 일본 극우들의 주장을 되풀이 했을까? '램지어 파문'이 폭발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하버드 로스쿨 교수'라는 사실이다.

램지어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다. 램지어는 선교사 출신인 부모 때문에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일본 기업법이 전공인 그는 2018년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직위나 일본 정부와의 관계는 "이번 논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램지어의 공식 입장이다. 그가 이번 논문과 관련해 미쓰비시나 일본 측으로부터 논문과 관련된 구체적인 청탁을 받았다는 정황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미국 최고의 명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하버드대의 '불투명한 기부' 문제에 대해서는 따져 물어야 한다. 하버드 로스쿨 내에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라는 정교수직은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로부터 1970년대부터 수십년에 걸쳐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뒤 1998년 만들어졌다. 램지어는 처음으로 임용된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다.

미국 사립대학교가 거액의 기부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대학을 운영할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제3자가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액의 기부가 학문이 지향해야할 가치인 '진실 추구'의 뿌리를 흔든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미쓰비시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사실과 '망언'이 '학문'으로 둔갑한 사실이 연결되지 않도록 만들 책임은 하버드대에 있다.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H.RES 121)'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하버드대 학생들은 기업으로부터 더 이상 돈을 받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연합뉴스

둘째, 램지어 논문은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의 심사 과정을 통과해 3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다.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것은 교수들의 학문적 성과를 보여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대학에서 교수의 업무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학술지에 실린 램지어의 논문은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특히 램지어는 10살 일본인 소녀 오사키의 사례를 인용하며 "업자가 오사키를 속이려 하지 않았으며, 오사키가 그 일에 내포된 의미(성매매)를 완전히 알았다"며 "자발적 매춘"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논문에서 차용한 '게임이론' 전문가를 포함한 수천명의 학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피넬로피 골드버그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램지어 논문에 대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골적으로 아동 성매매를 지지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게임이론' 전문가인 마이클 최 UCLA 교수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게임이론을 이용해 역사적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최 교수가 시작한 램지어 논문 비판 성명에는 지난 14일까지 3300명이 넘는 학자들이 동참했다.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서명했다는 것 자체가 램지어 논문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문제는 그의 논문이 <법경제학국제리뷰>의 '동료 평가'(peer review, 학술지에 게재되기 위한 과정으로 다른 학자들의 검토)를 통과하고 출간이 확정됐다는 사실이다. 이 논문은 지난해 12월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됐으며, 3월에 출간되는 제65호에 인쇄될 예정이었다. 이 잡지는 램지어 논문에 "역사적 증거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우려 표명'을 고지했다. 또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 논문에 대한 의견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했으며, 3월호 출간 일정 자체를 미뤘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이 요구하는 '논문 철회'는 아직 수용하지 않았다. '램지어 파문'은 학술지 논문 게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재검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램지어, 기득권 뒤에 숨을 것인가

셋째, 다시 하버드대의 문제로 돌아가자. 석지영 교수는 최근 <뉴요커>에 기고한 글('위안부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서')에서 일본 근현대사 분야 권위자 테사 모리스-스즈키 호주국립대 명예교수의 입장을 소개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 공식 문건 등을 근거로 "일부 여성들이 거의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끌려갔다"며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학문적 기준 측면에서 최악의 실패 사례"라고 평가했다. 스즈키 교수는 "(램지어의 논문이) 하버드 교수의 논문이란 것만으로 일정 수준의 관심과 인정을 얻기 때문에 그의 글을 보다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램지어가 하버드대 교수라는 사실 때문에 그의 "최악의 논문"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뒤집어 과연 램지어가 하버드대 교수가 아니었다면 "최악" 수준의 논문이 심사를 통과해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었을지 물어보게 한다.

'램지어 파문'에 대해 하버드대 총장은 사태 초기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짧은 입장 표명 뒤 별다른 언급이 없다. 초기에는 한국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비판 성명이 발표되다가, 최근에는 하버드대 학부생 학생위원회, 하버드 로스쿨 학생회 차원에서도 대학의 공식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일본 현대사 전공인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14일 화상 세미나에서 램지어 논문에 대해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를 사실로 꾸미고 이를 학문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우리가 할일은 이를 비판하고 이는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위안부' 운동단체인 '케어'가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더든 교수는 특히 "램지어는 대학에서 정교수로 있을만큼 충분히 특권을 갖고 있다"며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권이 아니다. 램지어는 그 뒤에 숨어 있고 그로부터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학문의 자유'는 더든 교수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분명한 책임이 뛰따른다. 그런데 램지어는 '하버드대 교수'라는 지위에 기대 책임은 회피하고 특권만 누리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는 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램지어 논문을 최초로 보도한 <산케이신문>

지난해 12월 학술지의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이 학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계기는 지난 1월 일본 <산케이 신문> 보도 때문이다. 이후 한국 언론들과 하버드대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 등에서 램지어 논문에 대해 보도를 하게 됐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극우 정치세력과 끈끈한 관계에 있는 보수성향의 언론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램지어 파문'이라는 비극에 미쓰비시와 산케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역사 왜곡 논문 한편이 일본 극우세력에겐 얼마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 담당 변호사(2005-2007년)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교수는 14일 세미나에서 램지어 논문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램지어와 학술지가) 왜 믿을 만한 경제학자나 역사학자들이 반대하는 데도 이 논문을 출판하기를 원하는지 계속 물어야 한다." (계속)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마이클 최, 알렉시스 더든, 리처드 페인터 교수(왼쪽부터)ⓒ 프레시안(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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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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