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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신 몰래 맞아놓고 전직 대통령 백신 독려 광고엔 쏙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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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신 몰래 맞아놓고 전직 대통령 백신 독려 광고엔 쏙 빠져

팬데믹 1년...미국인 5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가족.친구 잃어

2020년 3월 11일, 정확히 1년 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했다.

미국은 2021년 3월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2946만여 명, 사망자가 53만4000여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 사망자 수는 27명에 불과했다. 제 1.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미국인들의 숫자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미국 성인 14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0% 가까이가 코로나19로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사망했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은 가까운 사람을 코로나19로 잃었다는 것이다.

파우치 "정치분열이 상황 악화...마스크도 정치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NBC와 인터뷰에서 "1년전 하원 청문회에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사망자가 50만 명이 넘어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문제였냐'는 질문에 "우리 나라의 분열"을 지적했다.

"간단하고 상식적인 공중보건 조치도 정치적 함축성을 띠었다. 마스크를 쓰려면 이쪽 편에 서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도 이쪽 편에 서야 했다. 순수한 공중보건 문제가 정치적 분열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혼합된 메시지가 워싱턴에서 내보내졌다"며 자신과 다른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조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바이러스의 위험을 경시하는 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였지만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예방 수칙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매우 많이 유통되고 있다"며 바이러스 변이 등으로 인해 여전히 조심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이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에 이르게 되는 시기에 대해 "미국은 여름 중후반이나 초가을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한 '정치 분열'...트럼프만 백신 접종 독려 광고에 출연 안해

파우치 소장이 지적한 '정치 분열'은 5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임기를 시작하면서 출범 100일 동안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방역 수칙으로 발표했지만, 3월 들어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있는 주들은 앞다퉈 코로나 방역 수칙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더 힐>의 보도에 따르면, 3월 들어 미시시피, 텍사스, 앨라배마, 애리조나, 웨스트버지니아, 코네티컷 등 일부 주지사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와 식당 등 실내 수용 제한 조치 등에 대한 해제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로 신봉하는 음모론인 '큐어넌(Qanon)'은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조작됐으며,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집단 출연한 광고가 전날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만 제외됐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출연해 백신을 맞는 장면과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는 백악관을 떠나기 전인 지난 1월 백신을 '몰래' 맞은 사실이 퇴임한 후 알려졌다. 앞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부는 재임 당시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에서 백신을 맞으면서 이 장면을 공개하지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기록을 남기지도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 광고에 제외된 것에 대해 광고를 제작한 측은 트럼프 재임시 광고 제작 논의가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측도 광고 참여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백신을 '몰래' 맞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바이든, 1.9조 달러 '코로나 부양책'에 서명..."7월 독립기념일까지 코로나 독립"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 법안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역사적인 입법은 이 나라의 근간을 재건하고 이 나라의 사람들, 노동자, 중산층, 국가를 건설한 사람들에게 싸울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치고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구조 계획'으로 이름 붙여진 이 법은 미국 가정 약 90%에 1인당 최고 1400달러(약 160만 원)의 현금을 주고 주당 300달러의 실업급여 지급을 9월까지 연장하는 안이 담겼으며, 자녀 1인당 세액 공제를 최대 3600달러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대국민 연설에서 발표했던 백신 접종 목표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5월 1일까지 모든 미국 성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미국민을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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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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