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골적으로 아동 성매매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램지어는 10살 된 '오사키'가 자신의 삶에 성매매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물론 학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여기(램지어 논문)에서 문제는 단지 사실 대 허구, 또는 학문의 자유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의 논문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문명사회에서 엄격하게 불법인 행위(아동 성매매)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피넬로피 골드버그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태평양전쟁의 성행위 계약' 논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마이클 최 UCLA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골드버그 교수의 성명을 인용하며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최 교수는 경제학자이자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 계약"을 맺은 '성노동자(sex worker)'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동원한 '게임이론' 전문가다.
램지어, 뒤늦게 '조선인 계약서 없어" 논문 오류 시인
램지어 교수는 "나는 조선인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며 자신의 논문의 주장과 관련된 기록이나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는 26일 <뉴요커>에 게재된 "위안부의 진실한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램지어 교수는 석 교수에게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계약서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신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10살 일본인 소녀 오사키의 사례를 인용하며 "업자가 오사키를 속이려 하지 않았으며, 오사키가 그 일에 내포된 의미를 완전히 알았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책에는 오사키와 소녀들이 업자에게 "왜 이런 일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저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내가 실수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이는 그의 주장의 핵심적인 부분("자발적 계약")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램지어가 자신의 논문에 대한 문제를 인정하면서 그의 논문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비판' 차원을 지나 그의 논문이 담고 있는 내용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는 수준으로 넘어갔다. "학문의 자유"라는 명분을 앞세워 완강하게 버티던 램지어가 이처럼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까지 2000명의 전세계 학자들이 그의 논문을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을 했다. 이 연판장을 처음 돌리기 시작한 마이클 최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램지어 파문이 학계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현재 2000명 이상 학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들었다. 학자들의 목소리가 램지어 교수 논문의 오류를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 교수는 이번 서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과 소회를 밝힌다면?"
이번 일을 통해 아직도 전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일본의 군사주의나 식민주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 대해 알리기 위해 유대인들은 오랫동안 투쟁했다. 우리도 위안부 문제를 세계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배운 것들과 똑같은 교훈을 위안부 문제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램지어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생각하나?"
나는 저널(<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드 이코노믹스>)이 이 논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저널 편집진은 이 이슈를 진짜로 아는 이들에게 그의 논문에 대한 리뷰를 맡기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만약 그들이 이 논문을 이 분야 전문가에게 검토하라고 맡겼으면 이 논문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을 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널은 명백히 존재하는 학자들을 무시했고, 자신들의 의사 결정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아동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이 '학문의 자유'인가"..."위안부 문제, 홀로코스트처럼 세계 역사의 일부분으로"
"초기에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저널과 하버드대 총장 등이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램지어 논문을 옹호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문적 자유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출판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널은 언제나 논문을 거부할 수 있고, 이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저널에 실리기 위해선 학문의 특정한 수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 학문적 자유는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까지 정당화하지 않는다. 아동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수준으로 규범이 침해당하는 문제를 학문적 자유라는 언술로 덮어버릴 수는 없다.
"하버드대도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역사학자들은 램지어 교수가 이 논문 뿐 아니라 다른 논문들에서도 오류가 발견되고, 심지어 이것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면서 '학문적 부정행위'라고 지적한다. 이분들은 램지어의 교수직 사퇴를 주장한다. 저는 직접 출처를 조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장까지 할 수는 없는 위치이지만, 하버드대가 역사학자들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오류를 일부 시인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위안부 이슈를 둘러싼 학문적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
<뉴요커>에 석지영 교수가 쓴 것처럼 램지어는 계약과 관련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이 논문의 핵심이기 때문에 아무 증거 없이 논문을 쓴 셈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인정한 것이 그가 사과를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끝까지 봐야 한다.
램지어는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했다. 저는 이 부분이 매우 걱정스럽고 놀라웠으며, 수백명의 게임 이론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입장이다. (게임이론으로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도 램지어 교수 비판 서명에 지난 24일 동참했다.) 게임이론을 이용해 역사적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군사주의와 여성 인신매매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위안부 이슈에 대한 진전된 역사적 이해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최근 이용수 할머니가 주장하신 것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해 역사적인 결론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삼아야 하고 최대한 집중해서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안부 이슈는 우리 모두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응당 알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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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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