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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접종을 소재로 '정쟁' 유발하는 역할만이라도 멈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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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접종을 소재로 '정쟁' 유발하는 역할만이라도 멈추길

[서리풀 논평] "정치적·사회적인 백신 접종, 정치와 언론이 도와야…"

이번 주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는 65세 이상 노인을 접종 대상에서 뺀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 보지만, 그 문제는 더 거론하지 않는다. 이제는 제대로 실행하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바람직한 백신 접종이 되려면 어떤 사회적 환경이 필요할까? 우리는 넓은 의미의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든 방역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계속 그랬으니 백신 접종도 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방역과 의료, 사회적 거리 두기, 백신 접종은 인간 활동이자 사회적 실천이다. 당연히 정치가 영향을 미치고 또 그래야 한다. 어떤 이들은 '탈정치'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탈정치 주장 또한 정치적인 것이 아닌가.

백신과 접종이 반드시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면 '좋은'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최근 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제외하면서 처음 접종 대상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이 크다고 한다.(☞ 관련 기사 : <SBS 뉴스> 2월 18일 자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일부 의료진 거부')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과학적이고 불필요한 불안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내용에 나오는 접종 대상자의 불안, 이를 보도한 언론, 이 소식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들 모두 백신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즉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부르면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고 반대하는 사람은 그 대신 '사회적인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좋은 정치는 특히 백신의 과학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신의 안전성을 두고 불안하다고 할 때 믿을 만한 지도자나 권위 있는 의료 전문가가 먼저 접종하면 일반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정치가 작동하는지에 따라 이를 '새치기'라고 비난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좋은 정치를 기대하면서, 특별히 현실 정치와 언론에 부탁한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에 관한 한, 정치적인 것과 그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가장 유력한 두 주체이기 때문이다. 사익이 아니라 공익에 복무하라는 주장이 비현실적임을 모르지 않으나, 때가 때인 만큼 특별히 당부한다.

현실 정치는 백신 접종을 '탈정치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역할일 수 있다. 여기서 탈정치란 백신 접종을 현실 정치 특히 '정쟁'의 소재로 쓰는 것을 멈추자는 의미다. 먼저, 현재 국가를 통치하는 권력은 성공, 치적, 국정 능력 따위의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 선거와 여론을 의식하면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또한 정치적 능력이 아닌가. 정략보다는 정책과 사업 그 자체에 집중하라.

반대 세력 또한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신 확보부터 모든 사람에게 접종하는 데 이르기까지 정권과 정부가 핵심 행위자이니 이것이 국정 능력을 대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총체적 실패' 또는 '무능'이라는 양단 논법보다는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 정치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역할은 많다. 예를 들어, 인구가 적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비수도권 농촌 지역 주민의 접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챙기는지? 장애인, 홈리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접종 계획을 따진 적은 있는지? 또는, 각자 지역구 보건소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는지, 중앙정부의 역할이 미흡한 것은 아닌지 알아보았는지 모르겠다.

한편, 언론도 고민이 클 것이다. 드물고 예외적인 것, 선정적인 흥미, 시선을 끄는 사건을 다루는 것이 익숙할 텐데, 백신 접종에는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미 과거가 된 백신 확보와 대상자 선정만 보더라도 언론 보도는 실패, 불안, 혼란, 무능 등에 집중되어 있다. 속보와 클릭 수를 둘러싼 무한 경쟁이면 더 어렵다.

이런 언론 보도의 정치적 영향은 명확하다. 지난 일 년 이미 경험하고 배운 것도 적지 않다. 과거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면 신뢰는 무너지고 백신 접종을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접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언론의 선정성 경쟁이 벌어진다면 혼란과 실패를 피할 수 있을까.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거의 일 년 전 코로나 유행 초기에 발표한 우리 '논평'과 문제의식은 완전히 같다.(☞ 관련 기사 : '비상' '뚫렸다' '방역참사'...프레이밍에 목 매는 자 누구인가)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많지 않다.

'실패' '우왕좌왕' '무능' '백신 포비아' 따위의 비과학적이고 문학적인(?) 표현 등 사실관계가 틀린 것부터 침소봉대까지, 때로는 작심하고 비난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언론이 본래 문제와 비판을 본령으로 삼는다지만, 문제를 만들거나 키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니.

문제는 이런 진술들이 그냥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말로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영향력이 있을수록 이 말은 바이러스와 같이 감염되고 퍼지며 마침내 시스템을 흔들고 병들게 한다. 백신 접종이 '우왕좌왕'이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 말을 더 믿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당국이 하는 모든 말을 의심할 때 보건 당국과 접종 시스템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론이 문제 제기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관련 기사 : <한국기자협회> 1월 27일 자 '"백신 접종, 언론은 문제 제기 아닌 '문제 해결'을 하라"') 솔직히 그것까지 기대하지는 못하겠다. 그보다 먼저, 백신과 접종을 소재로 삼아 '정쟁'을 유발하는 역할만이라도 멈추기 바란다. 당분간 정보와 지식, 해석과 설명을 백신과 접종 그 자체에 집중해 주기를.

대부분 사람이 이젠 경험으로 안다. 통치와 국정, 정권과 정부, 행정부와 방역 당국만으로는 백신 접종에 성공한다고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 거듭 강조하지만, 백신과 백신 접종이 '정치적인 것'이고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려면, 충분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것이 최선의 과학이고 지식이 아닌가. 현실 정치와 언론이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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