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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겨울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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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겨울 부채'

[포토스케치] 한 겨울, 김진숙의 고집스런 400km 행진

한 겨울인데 그의 손에는 부채가 들려 있었다. 거기엔 손으로 쓴 ''노동존중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라는 글귀가 또렷했다. '노동존중사회'를 강조하던 대통령의 말을 되돌린 질문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을 출발한 김진숙의 희망뚜벅이 행렬이 400여km, 40여일 만에 7일 청와대에 닿았다. 걸은 날만 34일. 암투병 중이던 그의 행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걸음이 멈추는 곳마다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의 웃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랬다.

청와대 앞에 도착하자 웃음기는 싹 가셨다. 해고... 차별... 멸시... 죽음... 배반... 아프고 섬뜩한 말들과 함께 해고자와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참이나 열거됐다. 정권 초기 기대를 모았던 약속들이 미완과 퇴보, 실종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쉬운 말로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그는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라고 물었다.

겨울의 부채는 본래 시절에 맞지 않고 쓸모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찌 보면 여름엔 요긴하게 쓰이지만 겨울엔 외면당하는 존재 같기도 하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한 겨울의 부채를 손에 꼭 쥐고 그는 멀고 먼 길을 걷고 또 걸어 고집스레 결국 목적지에 닿았다.

▲ 청와대 분수대 앞에 놓인 김진숙의 옛 사진. 왼쪽은 그의 동기 박창수다. 과거 문재인 변호사는 박창수를 변호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은 1986년 노동조합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혐의로 검거돼 고문을 받았다. 회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징계 해고했고 그는 35년째 복직투쟁 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해 12월 30일 출발한 도보행렬은 2월 7일 청와대에 닿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걸음에 동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진숙의 걸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사히글라스 노동자 ⓒ프레시안(최형락)
▲ 대우버스 노동자 ⓒ프레시안(최형락)
▲ 한진중공업 노동자 ⓒ프레시안(최형락)
▲ 한국게이츠 노동자 ⓒ프레시안(최형락)
▲ 김진숙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서 309일간의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암 투병 중인 그는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진숙의 복직은 당시 국가 권력이 폭력적으로 행사됐고, 해고가 부당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9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김진숙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복직촉구특별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바뀐 것은 없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프레시안(최형락)
▲ 청와대 앞. 김진숙의 복직을 위해 송경동 시인 등 7명이 이곳에서 단식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동존중사회'는 어디로 갔습니까?'라고 쓴 부채를 손에 쥐고 웃는 김진숙 지도위원.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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