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 원인을 트럼프 대선 캠프 여론조사 책임자가 분석한 보고서를 <폴리티코>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 여론조사 책임자인 토니 파브리치오는 주요 경합주 10곳의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 결과를 비교했다. 10개의 경합주는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텍사스 등이며, 이들 지역은 트럼프가 2016년에는 모두 이겼지만, 2020년에는 5곳(플로리다,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텍사스)에서만 이겼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수석 보좌관들은 이 보고서를 읽었지만, 트럼프가 읽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파브리치오는 트럼프가 대중투표와 선거인단 선거에서 큰 표차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주요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꼽았다. 또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는 믿음을 훨씬 더 많은 유권자들에게 준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 후 '선거 불복'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선거도 하기 전부터 '선거 부정'을 예고하는 등 지나치게 '음모론'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런 '신뢰도'를 떨어뜨린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특히 '무당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2016년에 비해 2020년 20%에 가까운 비율이 빠져나갔다.
이런 패착은 트럼프 진영의 예상과 달리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백인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으로 이동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고령층 유권자들의 일부,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중도층 유권자와 백인 유권자들의 일부(특히 남성)가 지지를 철회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음은 파브리치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 44만3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망하고 미국 경제를 몰락시킨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는 엉망이었다. 코로나19는 11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으며, 경제, 의료, 인종차별, 법 집행, 이민이 그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낙태, 기후변화, 외교정책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 트럼프가 패한 5개주에서 유권자의 26%만이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바이든이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73%나 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한 주에서도 28% 유권자에게만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
-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로 인식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트럼프가 패한 5개주에서는 유권자의 41%만 트럼프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59%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승리한 5개의 주에서도 바이든에 비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후보로 인식되지 못했다.
- 트럼프는 2016년에 비해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고, 오히려 히스패닉, 흑인 등 유색인종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올랐다. (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백인 유권자이고, 유색인종 유권자들 사이에 지지율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필자주) 트럼프는 2016년과 비교하면 2020년 백인 유권자, 특히 백인 남성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이탈했다. 바이든이 이긴 주에서 트럼프는 2016년에 비해 2020년 백인 유권자의 8%가 떨어져나갔고, 백인 남성들은 12%가 이탈했다. (백인 남성의 이탈이 가장 많은 이유도 기존에 백인 남성층에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남성의 60%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했고, 백인 여성은 50% 이상이 트럼프를 찍었다.) 반면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두 자릿수 상승했다.
- 기존에 트럼프를 지지했던 고령층 유권자들 중 8%가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찍지 않았다. 연령별로 보면 18-29세 유권자, 65세 유권자층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현저히 낮았다.
- 트럼프는 또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크게 잃었다. 고학력층에서 2016년에 비해 2020년 선거에서는 두 자릿수의 유권자들이 바이든 지지로 돌아섰다.
-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2020년 지지가 소폭 늘었지만 무당층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지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무당층 지지자들 사이에서 10주 모두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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