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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안철수에 "국민의힘 경선하는 동안 제3지대 先경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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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태섭, 안철수에 "국민의힘 경선하는 동안 제3지대 先경선하자"

서울시장 출마선언하며 2단계 경선 제안…"비판보다 통합 이야기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국회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제3지대 선(先) 단일화'를 제안했다.

금 전 의원은 31일 서울 홍대앞의 한 공연장에서 출마선언을 하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의당 안 후보에게 제안드린다.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기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저는 안 후보에게, 각 당의 경선 진행 기간 동안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제3지대 경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당 측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비(非)당원에게도 개방해 '야권 통합 경선'을 치르자는 이례적 제안을 한 바 있다.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 등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국민의힘 주자들이 당내 경선을 통해 언론 노출도를 높이고, 이후 이 경선의 최종 승자와 당대당 경선을 하게 되면 소수정당인 국민의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당헌 조항과 실정법 등을 이유로 이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 금 전 의원까지 세 사람이 단일화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8일 언론 인터뷰에서)라는 역제안성 발언까지 나왔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안 후보 간 1대1을 해도 불안한데 여기에 금 전 의원을 끼워 3자 경선을 하게 되면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된다고 우려할 법한 이야기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출마선언을 한 금 전 의원이 "금태섭-안철수 단일화 경선"을 먼저 하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금-안 경선의 승자가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토너먼트식으로 2차 경선을 하게 되는, 일종의 '2단계 단일화' 제안으로 이해됐다.

금 전 의원은 출마선언 후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대해 "국민의힘이나 안 후보나 저나, 야권 후보들이 힘을 합쳐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저와 안 후보 중 단일화된 후보가 (국민의힘과) 단일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안 후보도 절대 입당은 없다고 강조했다"고 선을 그었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당에 "진짜 민생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오래된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 진지하게 토론하자"며 "경선 룰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샅바 싸움은 치우고, 서울시민을 위한 진짜 문제를 놓고 각자의 입장을 솔직히 얘기하면 이번 선거를 확실한 변화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봐도, 안 후보가 제안한 '통합 원샷경선'보다는 못하지만 3자 경선 방식보다는 승률을 높일 수 있는 제안인 만큼 성사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성북구 재개발 추진 구역 현장방문 자리에서 기자들에 금 전 의원의 제안을 전해듣고 "이미 국민의힘에 내가 제안을 드렸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야권의 여러 현안들을 잘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하려면 그 (야권) 전체가 단일화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금 전 의원 본인이 3지대에서 나왔으니 3지대끼리 1차적인 단일화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의힘 후보가 나오면 (2차) 단일화를 하자는 취지에서 얘기하지 않았나 한다"고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 측의 앞선 제안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지금 경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올 수가 없다"고 거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금태섭의 비전은? "정권 비판 넘어 '통합'을 이야기하겠다"

금 전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여야 양당을 모두 비판하면서도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민주당은 자신의 책임으로 인한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를 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여당을 비판하고, 동시에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걷어찬 후보, 총선 대참패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후보로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출마선언을 준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려고 했다. 지적하고 비판할 거리가 너무나 많다"면서도 "좀더 깊이 고민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남 탓보다는 통합을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진영논리, 편 가르기를 극복하고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선 정치의 새판을 열기 위해서는 두렵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며 "검사로, 또 정치인으로 일관되게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저에게 생겨난 것은 '반격하자', 갚아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이런 지겨운 판을 바꾸자', '내 편만 챙기고 상대방을 쳐부수어야 할 적으로 보는 편 가르기를 끝내자'는 각오"였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맥락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가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창당 작업을 하긴 어렵다"면서도 "정치의 판이 새로 바뀌어 시민들이 '나를 대표하는 정당은 이 정당이다'라고 느끼는 새로운 세력이 출현해야 한다. 이번 선거 출마도 거기에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국민과 서울시민들이 집권세력의 독주에 염증을 내면서도 야권을 신뢰하지 못하고,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지기를갈망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그런 갈망이 현실화되는 계기"라고 부연했다.

서울시장 선거 공약으로는 크게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진보적 시정 혁신 △부동산 정책 등 3가지 범주의 내용이 출마선언에서 언급됐다.

그는 먼저 "재난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닥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먼저 공격한다"며 "자영업자 월 임대료의 80%에 해당하는 200만 원 상당을 6개월 동안 지원하겠다. 기존의 시혜적 일시 지급이 아니라, 계획을 짜고 재기를 기약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첫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2030 세대"라며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이 매우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작년 봄 이후 사라진 청년 긴급지원을 재개,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을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야권'에 속하기는 하지만,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보수' 정치세력과는 차별화된 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인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한 서울인권조례를 다시 만들겠다"는 공약을 출마선언 자리에서 제시했다. 인권운동가들에게 "퀴어축제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었다"는 찬사를 들은 이다웠다.

그는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다원적 민주주의는 저의 오래된 소신"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성소수자, 장애인을 비롯해 서울시민은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서 동등한 존엄과 평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정혁신 과제로 "디지털 부시장 제도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주기적인 감염병의 유행,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등의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나아가 "교통, 복지, 교육,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공공 빅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뉴욕의 'CTO(최고기술책임자. Chief Technology Officer)',영국 런던의 'CDO(최고디지털책임자)' 등 사례를 들며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장관을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안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출마선언 당일에는 구체적 내용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는 "서울은 가용 토지가 부족해서 고밀도 복합이용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주택정책은 재건축, 재개발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밝히고, "'서울형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겠다. 기존의 재개발 지정 해제지역 393개소를 포함하여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공공재개발을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3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금태섭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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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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