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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X 거제역 논란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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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X 거제역 논란 해법은 없나

서부 경남 KTX 종착지인 거제시의 지역 사회가 역사위치를 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거제시민들은 KTX 시대가 열리는 것을 어느 지역보다 반기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기대도 크다. 그러나 거제역사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당장 사등면과 고현 상동지역은 역사 유치를 위한 지역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공개된 상동 노선의 경우에도 수월·해명 방향으로 노선을 직선화시켜 구도심의 확장성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또 한편으로 거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철도노선이 지나가는 거제면 명진 들판도 대안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여론까지 수면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이는 철도노선을 확정하는 기본고시가 빠르면 오는 상반기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역사논란을 매듭지어야 할 시간이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통해 거제의 관문인 사등 노선과 둔덕, 거제면을 지나 구 고현시가지로 철도를 끌어들이는 상동 노선안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상동 노선을 최적 대안으로 사등 성내마을 들판을 2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5일 거제시청소년수련관에서는 오전 10시와 11시 두 차례 거제시민 설명회가 열렸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도 노선안에 관심 있는 사등면민과 상동지역 주민, 외지에 주소를 참석자들까지 설명회 장을 찾았다.

참석자들은 국토부가 제시한 KTX 노선의 최적 대안인 상동과 2안으로 제시된 사등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근거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사등과 상동 간의 의견충돌은 물론, 국토부가 토지보상비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고현 구 도심 까지 내려오는 기형적 노선안을 거제시민 앞에 제시하게 된 배경(거제시의 요구가 있었는지 등)을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프레시안>이 지난 4일과 6일 KTX 역사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두 차례 보도한 이후 지역에서는 역사 갈등의 원인을 둔 해석이 분분해지고 있다.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역사문제를 일부 세력이 지역감정으로 대립시키려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사등 유치세력과 상동 유치세력으로 나뉜 투기꾼들이 개입해 작란(作亂)질을 했다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역사 위치나 도시의 균형발전, 거제의 백년대계 때문이 아니라 지역민은 관심도 없는데 부동산 투가꾼들이 역이 세워지지 않을 경우 손해를 입기 때문에 이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요지였다.

그만큼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됐고 지금의 상황을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KTX는 상동 또는 사등 주민 뿐만 아니라 거제시민과 관광 또는 업무를 위해 거제를 찾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시민들은 KTX 역사문제는 상동에 또는 사등, 그도 아니면 거제면 명진에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지역유치경쟁이 아니라 거제의 미래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장소가 어디인지 가리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가는 철도사업으로 예상되는 피해들을 최소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자연 훼손은 시킬대로 시키고 기존 도심권의 확장을 방해하는 계획은 피해야 한다.

지난 2017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거제 사등을 거제역사의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당시 KDI가 역사로 낙점한 장소는 거제시민 다수가 생각하는 사곡국가산단 매립예정지가 아니라 성내 마을 농토였다.

김천 - 거제간 KTX는 고속 여객열차다. 사등면 농토에 종점을 둘 경우 KDI는 상동과 비교해 6000억 여원의 공사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현 상동은 정부가 KTX 사업의 민자유치를 검토할 때인 2016년 민간사업자가 안을 제시한 지역이다. 전체 예산은 사등의 두배를 넘어선다. 당시 민간 사업자의 철도 노선은 국토부가 제시한 갈고리 모양과 직선으로 상동주민자치센터 인근에 종점을 두는 대안 노선이 그려져 있었다.

국가철도망은 철도가 지나는 지역의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국가발전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노선을 최우선으로 삼겠지만 민자사업자는 사업비의 회수 등 경제성을 우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지금 상동 주변과 고현일대에 14만 명 이상이 산다. 거제시 인구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다.

단순히 인구수만 고려해 역사를 유치하는 이런 셈법은 지역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특정의 수, 제한된 이익을 위할 때 주로 작동되는 정치공학적 프로세스와 닮아있다. 김천-거제간 KTX 사업은 국가사업이다.

거제시민사회는 이런 프로세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토부가 거제의 백년대계를 고려하되 지역 여건에 가장 부합하는 역사 위치가 어디인가를 두고 심사숙고 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거제 유력 언론사 중 한 곳인 거제인터넷신문은 “거제시는 거제역이 결정되는 과정에 공론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거제시가 할 일은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이 거제시가 할 최선의 역할이었다고 말하면, 더 이상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이번에 제시된 두 개 역은 거제 미래 100년 대계 밑그림 속에 결정된 역은 결코 아니다” 는 기사로 국토부가 제시한 노선안을 평가했다.

국토부는 오는 2월 2일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의견을 접수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는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주민이 30명 이상인 경우와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주민이 5명 이상이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주민 총수의 50퍼센트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다행히 현재 2개 노선안에는 사등, 고현 상동, 거제면까지 포함하고 있다.

거제시민들은 역사는 내가 사는 곳에 두어야 한다가 아니라 어디에 역사를 두는 것이 거제의 미래에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한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는 “거제시와 정치권에서는 역사논란을 부추기는 일에 관여하지 말고 철도가 연결되는 견내량 교량을 이층구조로 세워 아래는 철도가 위로는 고속도로를 연장해 나가는 방안은 없는지, 가덕신공항이 세워지면 거제에 새로운 항공산업단지 유치 가능성은 없는지 등 거제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교통인프라 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협력에 나설 때”라고 당부했다.

KTX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는 거제 지역 사회가 역사유치전이라는 갈등의 수렁에 빠진 시민의견을 어떤 방법으로 객관화 시킬 것이며 과연 국토부는 거제 백년대계의 새로운 거점이 될 수 있는 역사위치를 어디로 정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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