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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비토권' 뺀 공수처법 법사위서 '속전속결'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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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비토권' 뺀 공수처법 법사위서 '속전속결' 통과

상법·사참법도 단독 처리 수순…국민의힘, 9일 필리버스터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제 본회의 의결만 앞두게 됐다. 민주당은 이 법 외에도 개혁입법 과제로 지목한 상법 개정안,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사참법) 등에 대해 이날 중 상임위 절차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과 법안심사보고 발언대를 둘러싸고 고성으로 항의를 이어갔지만,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기립 표결을 강행했고 민주당 위원들은 이에 따라 표결에 참여했다.

가결 선포는 통상의 만장일치 방식도, '찬성 ○인, 반대 ○인'을 세는 방식도 아닌 "표결 결과 과반 찬성으로 법안이 의결됐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결 선포 후에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 대신 손바닥 등으로 책상을 세 번 세게 내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있어 윤 위원장이 무엇을 두드렸는지, 왜 의사봉을 사용할 수 없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의결 절차도 매우 이례적인 진행의 연속이었다. 이날 전체회의 이전에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기립 표결이 되풀이됐다. 이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 위원장인 민주당 법사위 간사 백혜련 의원이 안건조정위 심사 경과를 보고하려 하자 야당 의원들이 발언대를 둘러싸고 고성 항의를 이어갔고, 백 의원은 목소리를 돋워 이에 맞서는 한편 미리 준비한 내용을 축약해 보고를 마쳤다.

이어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윤호중 위원장이 "토론하실 의원 계시냐"고 물어 토론 절차가 시작됐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토론을 신청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장내 소란 등으로 발언을 멈추자 윤 위원장은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므로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토론 종료를 선언해 버렸다. 전 의원에게 "5분간 토론해 달라"고 지정한 발언 시간이 채 1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발언 중에) 토론을 종결하는 게 어디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지만 윤 위원장은 "토론을 할 수가 없잖아!"라고 맞받고는 바로 의결을 진행했다.

이날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에 대한 야당의 비토(veto. 거부권) 박탈이 골자다. 현행법은 공수처장추천위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하게 돼있어,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추천이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개정안은 후보자 추천 요건을 기존의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해, 야당 측 위원 2명이 반대해도 나머지 위원 5명의 찬성으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정당이 10일 이내 공수처장추천위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공수처 검사의 임관 요건을 현재의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두 야당이 강력히 반대해온 내용들이다.

공수처법 외에도 상법 개정안, 사참법 개정안 등도 이날 각각 안건조정위와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역시 공수처법처럼 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일방 처리를 시도하고, 야당이 최후 수단으로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한 의안들이다. 안건조정위 회부 시점으로부터 만 하루 내에 처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공수처법과 마찬가지다.

안건조정위라는 카드까지 무력화된 야당은 결국 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1시반 긴급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저녁 의총에서도 필리버스터 진행 방침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원대대표는 당시 의총에서 "안건조정위 회부, 필리버스터를 비롯해 야당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저항과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필리버스터 실시 여부에 대해 "앞에 있을 일을 물으면 곤란하다.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 외에는 더 답변하기 어렵다"고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국회 안팎에서는 이미 필리버스터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게 될 것 같다. 국민들한테 문제점을 알려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저희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문제점을 알리는 그런 방식의 싸움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같은 방송에 나와 "9일 본회의가 열렸을 때 필리버스터를 국민의힘 쪽에서 신청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24시간이 지나야 종료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9일은 다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예상하고는 "10일 정도에 표결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별일 아니라는 듯 덧붙였다. 민주당은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각종 안건들을 상정하고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가운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켜려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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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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