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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서막에 불과하다...기후위기와 팬데믹은 인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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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서막에 불과하다...기후위기와 팬데믹은 인권의 문제

[프레시안 books] <탄소 사회의 종말>

기후위기는 과학적 팩트다. 이제 이를 허황된 목소리로 지적하는 이를 찾기는 어렵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명제에 도전하는 이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지구의 탄소배출량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추고,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특별보고서를 두고 외려 '과학자 집단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에 관해서는 앞서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IPCC 합의서는 참가한 모든 과학자 사이에 합의된 내용만 담으므로 당연히 가장 보수적인 예측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 상황을 더 위기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는 걸러지고, 가장 온건한 예측 상황을 담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관련기사: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3개 이상 필요하다")

불행히도, 혹은 다행히도 인류는 현재 기후위기를 선행 학습 중이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자연계를 침범한 인류로 인해, 즉 폭력적인 인류세의 발전에 의해 일어난 기후위기 문제의 하나임을 부정하는 목소리는 이제 별로 없다.

문제는 다음이다. 보통 사람에게 기후위기는 '나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대중은 과학자들의 잇따르는 경고를, 환경운동가의 절박한 목소리를 매일 같이 뉴스를 통해 소비한다. 하지만 이는 기껏해야 극단적 환경주의자의 목소리로, 혹은 과학 엘리트의 '뻔한' 경고로만 울린 후 대중의 뇌리에서 바로 사라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 연구자인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신간 <탄소 사회의 종말>(21세기북스)에서 지적하는 핵심이 여기 있다. 기후 문제를 과학자의 목소리에서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지적한다.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바라본다'는 부제에 걸맞게, 연구자가 쓴 대중서라는 위치에 걸맞게 책은 사회학자의 시각에서 소화한 기후위기에 관한 해석을 충실한 연구 결과로 담았다.

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사회학적인 접근이, 인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대로 가면 100년 후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과학자의 말은 그 시기에 이미 사망할 보통 대중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다가가지 못한다. 조 교수는 이를 '탈인간화한 기후과학'의 한계로 규정하고, 사람의 목소리로 위기에 대응할 방책을 재해석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사례는 코로나19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징후에 불과하다 할, 혹은 기후위기가 초래할 상상하기 힘든 여러 복잡다단한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할 코로나19는 창궐 11개월여 만에 전 세계 인구 5724만 명을 감염시켰고 136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을 고려하면, 해당 수치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기후위기의 전조에 불과한 문제 하나가 대참사를 낳는 시대를 우리는 관통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기후위기는 중요한 문제'라는 차원 이상을 환기한다. 대표적 사례가 죽음의 불평등이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아메리칸 인디언에 죽음이 집중된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할 확률은 백인의 4배에 달했다(☞관련기사: 美 코로나19 사망자 하루 1700명...사망자수 25만 명 넘어서).

이 같은 문제는 다른 자연 재해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91년 방글라데시를 휩쓴 초대형 사이클론과 해일로 인해 불과 서너시간 만에 13만여 명이 사망했다. 여성 사망자가 남성 사망자보다 42퍼센트 많았다. 재난은 대체로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과학의 시각에서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면 방파 시설 설립, 뜨거워지는 바다 문제 대응에 관한 복잡다단한 해석이 나올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자면 다른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방글라데시 여성은 "온 몸을 감싸는 전통 복장인 '사리'를 입고 있어 폭우 속에서 이동이 어려웠고 헤엄을 치기는 더 어려웠다." 아울러 남존여비 관습이 뚜렷했던 방글라데시에서 대다수 여성의 영양 상태는 남성보다 나빴다. 그렇다면, 남녀 차별 해소가 사이클론 대비를 위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인권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면 "기후변화를 '인간화'할 수 있어" 대중에게 위기를 설득하기 훨씬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탄소 중독 사회인 오늘날 인류 문명이 스스로 판 함정인 기후위기로부터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행히도 기후위기를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입장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유럽과 미국이 앞장서고 한국 등이 뒤따르는 그린 뉴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이는 오직 경제적 논리로, 환경적 논리로 '탄소 중립'이라는 일직선적 목표를 향해 내달리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정책적으로 메시지를 간소화하고 선명화하면 그 핵심이 부각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칫 이는 '기후위기는 탄소 문제'라는 협소한 계곡으로 대중을 잘못 이끌 위험성도 가진다.

조 교수는 따라서 '기후레짐에 인권이 포함'되는 변화를 통해 현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새로운 통찰을 찾자고 독자에게 제안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재난이 아닌, 인재임을 뚜렷이 하고 그 책임을 인권 차원에서 묻자고 강조한다. 아울러 전환의 동력 역시 인권 정의의 차원에서,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찾자고 제안한다.

인류는 이제 실존이 위협받는 불투명한 미래의 목구멍에 진입했다. 이제 기후 문제는 단순히 빙판을 잃어 배를 곯는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다. 살아갈 땅이 사라지고(팔라우 사례), 목숨이 위협받고, 식량 주권이 흔들리고, 무엇보다 약자가 일방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 명약관화한 대재난이다. 이는 그야말로 대대적인 인권의 위기다. 대중의 시각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해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대다. 사회와 인권이라는 큰 줄기로 기후위기를 정리해 엘리트의 목소리로 치부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전달하는 이 책은 기후위기에 관심이 큰 일반 대중은 물론, 특히 전대미문의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대중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과학자와 환경운동가에게도 소중해 보인다.

▲<탄소 사회의 종말>(조효제 지음)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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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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